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1 개문견산법開門見山法

개문견산법開門見山法

【정의】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도 마무리하기도 어려운 법이다. 소설 역시 그러한데, 첫 머리에서 독자의 마음을 확 잡아끌 수 있는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을 ‘봉의 대가리鳳頭’라 한다. 이것은 ‘봉의 대가리’처럼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자석과 같은 흡인력을 가져 독자로 하여금 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어떤 이는 훌륭한 시작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개문견산법’은 바로 이렇듯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소개하고 ‘인물’에 대해 서술하는 것을 말한다. 곧 소설의 첫 대목으로 전체 이야기의 단서와 작품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문을 열면 바로 산이 보이는 것’이 바로 ‘개문견산법’인 것이다.

【실례】

《요재지이聊齋志異》 가운데 「주광酒狂」이라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 주인공의 이름과 신분, 그리고 기호까지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있다. ‘발공생拔貢生’이라는 것은 당시 최고 학부인 국자감의 학생으로, 응당 공부에 몰두하고 예법을 지켜야 하는 신분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평소 술만 마셨다 하면 주사를 부려”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이것은 신분에 걸맞지 않은 그의 행동으로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하여 미리 그의 신분을 말해주는 것이다.

혹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완곡한 필치로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것만 못하다直筆開頭不如曲筆生動”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매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과연 완곡한 묘사로 독자를 점차적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때로는 이로 인해 독자가 싫증이 날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문을 열자마자 막 바로 산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단숨에 사로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주광」에 등장하는 먀오융딩은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신분임에도 술로 인해 잦은 실수를 저지른다. 독자는 과연 이 사람이 저러다 어떤 지경에 이르게 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음 대목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자석이 쇠를 끌어당기는 것’과 똑같은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예문】

먀오융딩繆永定은 쟝시江西에 사는 발공생拔貢生이었다. 그는 평소 술만 마셨다 하면 주사를 부려 친지들 대부분이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인물이었다. 어느날 그는 친척 아저씨 댁을 방문했다. 먀오융딩은 사람됨이 활달하고 재치가 있는 데다 우스갯소리마저 잘해 손님들은 그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흥이 오른 그는 어느덧 통음을 했다. 먀오융딩은 취하자 바로 술기운이 작동해 그 자리에 있던 손님에게 욕을 하며 약을 올렸다. 손님은 버럭 성질을 부렸고 좌중은 온통 시끄러운 싸움판으로 변하게 되었다. 숙부가 중간에 나서 몸으로 가로막으며 양편의 사람들을 뜯어말리자, 먀오융딩은 그가 손님 편을 든다고 생각해 숙부에게 되는 대로 성깔을 부렸다. 숙부도 대책이 서질 않아 먀오융딩의 집으로 달려가 이 소식을 알렸고 결국은 식구들이 쫓아와 그를 휘어잡아 끌고 돌아갔다. 먀오융딩은 침상에 눕자마자 사지가 뻣뻣이 굳어갔다. 아무리 주물러도 숨은 점차 가늘어지기만 하더니 끝내 완전히 끊어졌다. ……(《요재지이》 「주광酒狂」)

「酒狂」

繆永定,江西拔貢生,素酗於酒,戚黨多畏避之。偶適族叔家,與客滑稽諧謔,遂共酣飲。繆醉,使酒罵座,忤客;客怒,一座大嘩。叔為排解,繆為左袒客,益遷怒叔。叔無計,奔告其家。家人來,扶挾以歸。才置床上,四肢盡厥,撫之,奄然氣絕。

繆見有皂帽人縶已去。移時至一府署,縹碧為瓦,世間無其壯麗。至墀下,似欲伺見官宰,自思無罪,當是客訟鬥毆。回顧皂帽人,怒目如牛,又不敢問。忽堂上一吏宣言,使訟獄者翼日早候,於是堂下人紛紛散去。繆亦隨皂帽人出,更無歸著,縮首立肆簷下。皂帽人怒曰:「顛酒無賴子!日將暮,各去尋眠食,爾欲何往?」繆戰慄曰:「我且不知何事,並未告家人,故毫無資斧,庸將焉歸?」皂帽人曰:「顛酒賊!若酤自啖,便有用度!再支吾,老拳碎顛骨子!」繆垂首不敢聲。忽一人自戶內出,見繆,詫異曰:「爾何來?」繆視之,則其母舅。舅賈氏,死已數載。繆見之,始悟已死,心益悲懼,向舅涕零曰:「阿舅救我!」賈顧皂帽人曰:「東靈非他,屈臨寒舍。」二人乃入。賈重揖皂帽人,且囑青眼。俄頃出酒食,團坐相飲。賈問:「舍甥何事,遂煩勾致?」皂帽人曰:「大王駕詣浮羅君,遇令甥醉詈,使我捉得來。」賈問:「見王未?」曰:「浮羅君會花子案,駕未歸。」又問:「阿甥將得何罪?」答曰:「未可知也。然大王頗怒此等人。」繆在側,聞二人言,觳觫汗下,杯箸不能舉。無何,皂帽人起,謝曰:「叨盛酌,已經醉矣。即以令甥相付托,駕歸,再容登訪。」乃去。賈謂繆曰:「甥別無兄弟,父母愛如掌上珠,常不忍一訶。十六七歲,每三杯後,喃喃尋人疵,小不合,輒撾門裸罵,猶謂齒稚。不意別十餘年,甥了不長進。今且奈何!」繆伏地哭,懊悔無及。賈曳之曰:「舅在此業酤,頗有小聲望,必合極力。適飲者乃東靈使者,舅常飲之酒,與舅頗相善。大王日萬幾,亦未必便能記憶。我委曲與言,浼以私意釋甥去,或可允從。」又轉念曰:「此事擔負頗重,非十萬不能了也。」繆謝諾,即就舅氏宿。次日,皂帽人早來覘望。賈請間。語移時,來謂繆曰:「諧矣。少頃,即復來。我先罄所有用壓契,餘待甥歸從容湊致之。」繆喜曰:「共得幾何?」曰:「十萬。」曰:「甥何處得如許?」賈曰:「只金幣錢紙百提,足矣。」繆喜曰:「此易辦耳。」待將停午,皂帽人不至。

繆欲出市上少游矚,賈囑勿遠蕩,諾而出。見街里貿販,一如人間。至一所,棘垣峻絕,似是囹圄。對門一酒肆,往來頗夥。肆外一帶長溪,黑潦湧動,深不見底。方佇足窺探,聞肆內一人呼曰:「繆君何來?」繆急視之,則鄰村翁生,乃十年前文字交。趨出握手,歡若平生。即就肆內小酌,各道契闊。繆慶幸中,又逢故知,傾懷盡釂。大醉,頓忘其死,舊態復作,漸絮絮瑕疵翁。翁曰:「數年不見,君猶爾耶?」繆素厭人道其酒德,聞言益憤。擊桌大罵。翁睨之,拂袖竟出。繆又追至溪頭,捋翁帽,翁怒曰:「此真妄人!」乃推繆顛墮溪中。溪水殊不甚深,而水中利刃如麻,刺脅穿脛,堅難搖動,痛徹骨腦。黑水雜溲穢,隨吸入喉,更不可耐。岸上人觀笑如堵,絕不一為援手。

時方危急,賈忽至,望見大驚,提攜以歸,曰:「爾不可為也!死猶弗悟,不足復為人!請仍從東靈受斧鑕。」繆大懼,泣拜知罪。賈乃曰:「適東靈至,候汝立券,汝乃飲蕩不歸,渠迫不能待。我已立券,付千緡令去,餘以旬盡為期。子歸,宜急措置,夜於村外曠莽中,呼舅名焚之,此案可結也。」繆悉如命,乃促之行,送之郊外,又囑曰:「必勿食言,累我無益。」乃示途令歸。

時繆已殭臥三日,家人謂其醉死,而鼻息隱隱如懸絲。是日蘇,大嘔,嘔出黑沈數斗,臭不可聞。吐已,汗濕裀褥,氣味熏騰,與吐物無異,身始涼爽。告家人以異。旋覺刺處痛腫,隔夜成瘡,猶幸不大潰腐。十日漸能杖行。家人共乞償冥負,繆計所費,非數金不能辦,頗生吝惜,曰:「曩或醉鄉之幻境耳。縱其不然,伊以私釋我,何敢復使冥王知?」家人勸之,不聽。然心惕惕然,不敢復縱飲。里黨咸喜其進德,稍稍與共酌。年餘,冥報漸忘,志漸肆,故狀漸萌。一日飲於子姓之家,又罵座,主人擯斥出,闔戶徑去。繆噪逾時,其子方知,扶持歸家。入室,面壁長跪,自投無數,曰:「便償爾負!便償爾負!」言已僕地,視之氣已絕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