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호이야기-014 시대빈時大彬 승모호僧帽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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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호의 조형은 승모와 매우 닮았다. 모서리가 돌출되었고 윤곽선의 흐름이 거침 없다. 뚜껑과 호구는 꼭 맞물려 조금의 틈도 없으며 짜임새가 긴밀하다.  전반적인 조형은 13번 연꽃잎 승모호와 흡사하다. 자니에 조사하여 몸통을 빚어 만들었고 형태는 소박하고 고졸하다. 호 바닥에 ‘총계산관 대빈 叢桂山館 大彬’의 여섯 글자가 해서체로 쓰여있다. 총계산관은 소장자의 재명齋名이 분명하다.

현재 베이징수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청백유靑白釉 승모호는 원대 가마의 유물이다. 명대 징더전 관요 유적지에서도 일찍이 승모호가 출토된 적이 있다. 제작년대는 모두 명대 영락 5년 이전의 것이다. 《명사明史》의 기록에 따르면 명 성조 주체朱棣가 황제가 되었을 때 서역에서 살아있는 부처로 유명한 하리마哈立麻와 그가 이끄는 승려들을 초청하여 영곡사靈谷寺에서 그 어머니 효자고황후孝慈高皇后의 명복을 빌었다. 설법을 할 때 졸 수 없었기 때문에 영락제는 승모를 많이 만들어 하리마 일행에게 하사하였다. 이후 계속해서 승모를 모방하여 만든 차호가 있었으나 시대빈의 이 승모호는 전대 명인들의 경지를 한참 뛰어넘고 있다. 호의 선은 명쾌하고 윤곽은 뚜렷하며 굳세고 힘이 있다. 신운은 맑고 상쾌하며 풍모가 빼어나다. 요즘 작가들은 이 스타일의 호를 본따 시대빈의 호를 모방하며 그 기예를 익힌다. 구징저우顧景洲 대사도 일찍이 두 차례 이 승모호를 만든 적이 있다.

이 호는 상하이의 화가 탕윈唐雲이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