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 시기 소설의 틈새시장 4

로버트 헤겔(Robert Hegel)

서적 생산 및 소설 출간의 변화, 그리고 문화적 변화

19세기의 기술적 변화는 도서 출판 산업을 혁신시켰다. 다른 분야의 책들에서뿐만 아니라 소설 인쇄에도 활자 인쇄가 사용되었지만, 석판인쇄(石印)는 출판인들로 하여금 가독성을 유지하면서 좀 더 작은 글자체를 이용해서 한 페이지 당 더 많은 글자를 집어넣을 수 있게 해주었다. 예를 들어서 상하이서국(上海書局)은 이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이용하여 1875년-1930년 사이에 130종의 소설을 간행했고, 광이서국(廣益書局)은 이 방법으로 1879년-1925년 사이에 35종의 소설을 간행했다. 매우 값싸고 고산성(高酸性)의 종이를 이용한 이 소형 판형의 판본들은 광범위하게, 그리고 적당히 낮은 가격에 팔렸다. 이 새로운 기술이 명대부터 시작된 경향을 단순하게 증폭시킨 것은 지갑 사정에 맞게 기획된 판본으로 특별한 도서 구매 계층을 겨냥하기 위해서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청말의 소설에서는 아주 작은 글씨로 인쇄할 수 있도록 종이 크기가 줄어든 만큼 페이지 당 글자 수도 늘어났다. 그러므로 20세기로 접어들 무렵에 나온, 어떤 것들은 돋보기를 써서 읽어야 했을 만큼 극단적으로 작은 크기의 석판본들은 청대라는 시대를 관통해서 감지되는 어떤 한 과정의 논리적 귀결이었다. 확신컨대 우리는 청대에 매체의 크기 감소와 페이지 당 인쇄된 글자 수의 증가가 지속적으로 통속적인 독서물의 가격이 내려가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과정들 역시 이러한 변화와 궤를 같이 했다. 백화소설은 사회적으로 더욱 다양한 독자들의 관심을 점점 더 많이 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더욱 대중화될수록 사회적 엘리트들에 의해 정의된 소설의 문화적 위상도 내려갔다. 소설은 일반적인 도시민들이 전례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수록 점점 더 많은 중국 지배계층의 보수적인 성원들로부터 광범하게 조롱받았다.

이런 결론들에 내포된 몇 가지 더 넓은 의미들을 생각해보자. 이전의 저작 《명청 시기 중국의 삽화본 소설 읽기》에서 나는 출판인들이 비록 내용물에 따라 특정 유형의 도서를 특화시킨다 할지라도 각 출판인들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10년 혹은 20년에 걸쳐 출판할 수 있는 책의 영역이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출판인들 역시 다양한 판형과 양식을 채용했다. 즉 탕 씨 가문의 푸춘탕이 외양은 다르지만 매우 유사한 일련의 희곡 작품들을 광범위하게 출간하면서도 다양한 상업적 이유에서 완전히 다른 판형의 책들도 출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별도의 독자층, 혹은 달리 말하자면 차별화된 틈새시장을 겨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의 이런 결론은 명대 후기 출판인들이 내놓은 인쇄본들의 질적 유사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적으로 세련된 삽화들의 품질과 그 수, 그리고 본문 자체의 판각의 정확성이다. 도서 판매 전략과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19세기 후기에는 인쇄업이 성장한 만큼 좀 더 확실한 소설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석판본 소설에 대한 연구는 다른 누군가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그것은 여기서의 나의 관심이 목판본 소설의 생산에 나타난 중요한 경향을 관찰하는 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화소설의 틈새시장은 존재했는가? 어떤 소설집의 본문과 삽화를 검토해보면, 틈새시장의 글쓰기를 깔끔하게 일반화할 때 곧바로 나타날 법한 문제들이 틈새시장의 판매 전략에 대해서는 그만큼 분명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물리적인 대상으로 서적을 통해 판단해보면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출판사들 사이에서 인쇄물들의 품질이 다양해진 것은 분명하다. 실제 책값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결여된 상태에서, 이러한 품질상의 차이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에 반영되었다고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인 책값이 잠재적인 도서 구매자들의 범위를 제한하는 만큼, 도서의 생산비용은 타겟으로 삼았던 구매자 계층을 구별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널리 이용될 수 있다. 여기에서뿐만 아니라 이전 연구에서도 나는 청대에는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집의 인쇄 품질이 저하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값 역시 급속하게 떨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중국에서 식자층이 점점 더 늘어나고, 그럼으로써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도서들에 대한 잠재적인 구매자들이 더욱 더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변화들이 나타났다는 사실일 것이다. 명대 중엽부터 청말까지 대중적인 출판문화의 영역에서, 특히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와 사회적 위상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분명하게 반영된 부분은 백화소설의 출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