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외사女仙外史 제7회

제7회 새 묘지에 성묘하러 갔다가 갑자기 재앙을 만나고
신니(神尼)를 찾아가려고 곧장 무문동의 벽을 쪼개다
掃新壟猝遇計都星, 訪神尼直劈無門洞

당씨의 집으로 온 유연은 대장간 화덕에 떨어진 쇳덩이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본래 목숨을 구하려 했는데 설마 거꾸로 죽음의 고통을 당할 줄이야! 임 도령의 부인이 예전에 영험하고 기이한 징조를 많이 보였다는 소문은 들었으니, 죽은 남편이야 복이 없어서 그런 것이고 부인은 틀림없이 아주 고귀한 자리에 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스스로 청명하고 영리하니 임기응변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부인이 수절하면 자신도 할 수 있고, 부인이 고귀해지면 자신도 그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부인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면 자기 손바닥에 올려놓고 주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원래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감이 나서서 이 집으로 온 것이지 그저 겁을 먹고 목숨을 구할 생각만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당새아가 지략이 비상하고 마음 씀씀이가 대범한지라 벌써 충분히 놀라 감복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얻어 보려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곁을 떠나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시중을 들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임 도령의 영전에서 곡을 하면서 당새아의 기분을 엿보았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춘예가 부르자 유연은 잰걸음으로 달려가 당새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새아가 말했다.

“그 사람이 언제부터 너랑 오입질을 하기 시작해서 모두 몇 번이나 했느냐? 어쩌다가 그분을 돌아가시게 만들었느냐? 이실직고해 봐라.”

“나리께서는 지난 8월 15일 제가 제녕에 있을 때 처음 오셨는데, 그날은 마침 제 생일이었습니다. 당시 나리께서는 ‘우리 둘이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났구나. 나는 묘시에 태어났다.’ 하시면서 제가 태어난 시각을 물으시기에 진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외람되게도 나리의 사랑을 받게 된 것입니다.”

당새아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임 도령이 태어난 시각을 속여서 청혼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다시 물었다.

“그게 삼 년이나 되었다는 것이냐?”

“삼 년이라고는 하나 모두 세 차례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리께서는 늘 신선에게 채음(採陰)의 오묘한 방법을 전수받았다고 하셨는데, 저도 북방에서 온 어느 스님께 채양(採陽)의 비결을 전수받았습니다. 저번에 제녕에서 사흘 밤을 보냈을 때에는 나리께서 이기시고 저를 첩으로 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 원래 포대로 오기로 약속했는데, 나리께서 또 이틀 밤을 연속해서 이기셨습니다. 저는 원래 나리께 귀가하셔서 마님께 말씀 드려서 저를 집안으로 들여서 평생 잠자리 시중을 들도록 해 주십사 청했습니다. 그런데 나리께서 반드시 세 판을 붙어서 전승을 거두어 항복문서를 받아야 귀가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바람에 제가 죽을 것 같아서 스님이 준 단약을 한 알 복용하고 나서야 겨우 오경(五更, 오전 3~5시)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나리께서 정액이 끊임없이 분출되는 바람에 제가 만 번을 죽도 씻지 못할 죄를 지게 되었습니다.”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구나.”

유연은 당새아가 사실인 것 같다고 하자 품속에서 비단으로 장식한 작은 상자를 꺼내더니, 그 안에서 실에 꿴 산호 구슬 몇 개를 바치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그 북방에서 온 스님이 주신 것입니다.”

“그 중이 네게 이런 귀중한 것을 준 것은 필시 무슨 이유가 있겠구나?”

“그 스님이 말씀하시길……”

그러면서 유연이 입을 다물어 버리자 당새아가 호통을 쳤다.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간교하다고 자백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건 그 스님이 하신 말씀이고 저는 이제껏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캐물으시니 염치 불구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스님은 제가 봉황과 같은 두 눈을 가졌으니 나중에 틀림없이 아주 고귀한 자리에 오르겠지만, 아마 자신의 도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면서 이걸 기념으로 주셨습니다.”

“이런 건 내게 바칠 필요 없다.”

“이걸 바치지 않으면 제가 딴마음을 품고 있는 셈이니, 어찌 마님의 시중을 들고 나리를 위해 수절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잠시 받아 두마.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

당새아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유모의 방으로 가서 유연에게 들은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다 듣고 나서 유모가 말했다.

“그 아이 팔자에도 출세할 운수가 들어 있는 모양이구나.”

“그거야 저한테 달렸지요.”

“물론 그렇지. 기회와 인연이 도래하는 날이 되면 알 수 있을 게야.”

이후로 당새아는 유연을 죽여 버리겠다는 마음을 품지 않았다. 유연도 더욱 공손하고 성실하게 시중을 들어서 결국 당새아의 마음을 얻었다.

새롭게 한식일이 되자 당새아는 성묘를 가려고 유연과 춘예, 취운, 노매가 함께 나서고 나머지는 남아서 집안일을 돌보라고 분부했다. 유모가 말했다.

“나도 오늘밤은 다녀올 곳이 있다. 네가 성묘하고 돌아오는 도중에 만날 수 있을 게다.”

“마차를 준비할까요, 아니면 가마를 타실 건가요?”

“그냥 걸으면 된다. 캄캄한 밤중에도 달릴 수 있으니까.”

당새아는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었다. 황혼이 되어 달이 막 떠오를 무렵 유모가 말했다.

“다녀오마!”

당새아가 마당으로 나오자 유모가 땅바닥에 발을 구르니 땅에서 오색구름이 피어나 홀연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깜짝 놀란 하녀들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아이고! 알고 보니 살아 계신 부처님이셨구먼!”

그들이 올려다보고 있을 때 오색구름은 천천히 동쪽으로 떠나갔다. 당새아는 이튿날 조상과 부모, 남편의 무덤에 가서 제사를 올리고 한바탕 통곡을 했다. 하녀들도 모두 애도에 참여했다. 금은 지전을 사르고 나자 당새아가 말했다.

“산 경치가 무척 아름다우니 잠시 산보나 하자꾸나.”

그때 바위 비탈에서 수재 차림을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쥐 눈을 닮은 두 눈을 반짝이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당새아 앞으로 달려와 아주 공손하게 읍을 했다. 유연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당새아 앞을 가로막으며 호통을 쳤다.

“누구인데 감히 길을 막는 게냐?”

그 사람이 짐짓 점잖은 목소리로 히죽거리며 말했다.

“소생은 계(計) 아무개라는 수재인데, 포대현의 현학에 적을 두고 있소이다. 선친께서는 순성찰원(巡城察院)을 지내셨지요. 이 몸이 계도성(計都星)임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오?”

유연이 말했다.

“수재라면 예의를 잘 알아야 할 텐데, 지금 누구에게 읍을 한 것이냐?”

“부인께 드릴 말씀이 있소이다. 소생이 오래 전에 아내를 잃어서 절세가인을 정실로 맞이하고 싶은데, 부인이 아니면 어울리는 사람이 없소이다. 본래 중매쟁이를 보내려 했는데, 마침 오늘 하늘이 정해 준 운명처럼 도중에 만나는 행운이 찾아왔으니 틀림없이 부부가 될 인연이 있기 때문일 테지요. 그래서 이렇게 대담하게 나선 것이니, 중매도 없이 직접 나섰다고 나무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죽어도 부인을 놓아 드리지 않겠습니다.”

당새아가 격노했다.

“미친 놈! 죽고 싶은 게냐?”

유연이 말했다.

“당장 꺼져라, 당장! 안 그러면 사람을 불러 때려죽일 테다!”

그러자 그가 팔을 걷어붙이고 당새아에게 달려들어 납치하려 했는데, 그 순간 공중에서 호통소리가 틀려왔다.

“거짓 탈을 쓴 짐승 놈, 버릇없이 굴지 마라!”

그자는 순식간에 빛을 잃고 나무 기둥에 두 손이 뒤로 돌려진 채 묶인 꼴이 되어 버렸는데, 오랏줄도 없었다. 알고 보니 유모가 달려온 것이었다. 유모가 구름을 내리고 바위의 움푹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몇 번 허공을 휘저어 획을 그렸다. 그러자 멀리서 대여섯 명이 나타나 산비탈을 미끄러지듯이 글러 내려왔는데 바위에 머리를 박거나 손발이 부러지고 머리가 깨진 채 산골짝 안에서 싸우고 있었다. 하녀들이 보고 깜짝 놀라자 당새아가 호통을 쳐서 분부했다.

“노매, 유연, 어서 굵은 나무 몽둥이를 가져와서 이 개 같은 도적놈을 때려죽여서 아파도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귀신으로 만들어 버려라!”

이에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온 힘을 다해 매질을 했고, 춘예 등은 또 작은 돌멩이를 들어 머리며 얼굴이며 가리지 않고 마구 던졌다. 그렇게 그는 온 얼굴에 피가 철철 흐르고 온 몸이 능구렁이처럼 울긋불긋 멍으로 뒤덮여 버렸는데, 처음에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더니 나중에는 너무 낮아서 목소리조차 막혀 버렸다. 유모가 말했다.

“잠깐 그 천한 목숨은 살려 놓아라!”

그리고 당새아에게 말했다.

“어째서 가마를 타지 않고 이런 곳에서 무뢰한과 마주쳤더냐?”

“가마를 타면 너무 빨리 가서 유모랑 만나지 못할까 싶어서요.”

“어쨌든 저 놈 이름이 계도성이라 이런 재앙을 일으킬 수밖에. 그런 흉악한 별자리로 이름을 짓다니, 가당치도 않구나!”

계도성이 다시 애절하게 소리를 질렀다.

“이후로는 절대 그 이름을 쓰지 않겠습니다.”

유모는 그제야 그를 놓아주었는데, 그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 하늘에는 기(炁), 패(孛), 나(羅), 계(計)라는 네 개의 아주 흉악한 별이 있음을 아셔야 하오. 천지가 개벽한 이래 이것들은 해와 달과 사이가 좋지 않았소.

아무튼 이 계 아무개라는 이는 원래 유서 깊은 가문의 자제인데 오입질을 밝히고 도박에 빠져서 재산을 죄다 탕진했는데, 수재의 신분이라 몸을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일을 꾸며 사기 치는 데에 전념했다. 그래서 포대현 사람들이 모두들 두려워해서 ‘계도성’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는데, 그가 당새아가 성묘하러 가는 날짜를 알아내고 몇 명의 무뢰배들과 결탁해서 그녀를 납치하러 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가마꾼들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잠시 점잖은 체 했지만 잠시 후 바위 뒤에 숨어 있던 악당들이 모두 내려와 손을 썼다. 정말 계도성이 해와 달과 원수 사이인 것처럼 사악한 무리가 올바른 이들을 범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름을 빌려 쓰더라도 그에 상응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속담에 “모든 가짜는 진짜로 변한다.[無假不成眞]”라고 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유모가 당새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함께 가 볼 곳이 있어서 데리러 왔다. 하녀들을 갈 수 없으니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도록 해라.”

그러자 노매가 간청했다.

“저도 데려가 주셔요!”

유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봐라. 골짝에 있던 이들이 어느새 일어나 계도성을 데려갔구나.”

하녀들이 돌아보는 틈에 유모가 은신법(隱身法)을 써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노매가 감탄했다.

“신기하네! 어쩜 이렇게 빨리 가실 수가 있지?”

취운이 말했다.

“여우 정령이 마님을 납치해 갔을지도 몰라.”

“헛소리! 마님은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유모 손에 자라셨어. 내 생각엔 그분이 마님을 모시고 어떤 신선을 만나러 가신 것 같아. 그러니까 나를 두고 가신 게지. 우리처럼 천한 세속의 사람을 어떻게 함께 데려갈 수 있겠어? 얼른 가자고!”

그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인들과 마부, 가마꾼들이 다급히 물었다.

“마님은?”

노매가 대답했다.

“유모하고 어딜 다녀오신다고 하셨으니, 내일쯤 돌아오실 거야.”

이에 하인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르르 길을 재촉했다.

한편 유모는 당새아를 데리고 축지법을 써서 순식간에 어느 가파른 절벽 아래에 이르렀는데, 절벽 중간에 붉은 글씨로 ‘무문동천(無門洞天)’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유모가 말했다.

“이곳에 들어가고 싶으냐?”

“들어갈 문이 없지만 그래도 들어가서 도심(道心) 견고하고 확실하다는 것을 내보이겠어요. 조금이라도 위축되면 들어가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나오지도 못하겠지요.”

“네 뜻이 그러하다면 문이 없다 한들 무엇이 두렵겠느냐?”

그러면서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벽 중간을 반드시 그어 내리자 그 깎아지른 절벽이 손톱자국을 따라 찌익 잘라지면서 ‘무문동천’이라는 네 글자가 절반으로 쪼개졌다. 유모가 당새아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 절벽은 원래대로 다시 합쳐졌다.

동굴 안은 양쪽이 모두 석벽이었고, 중간의 길은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얼음 문양이 들어 있는 하얀 돌이 깔려 있었으며 폭은 한 길 남짓이었다. 거리 좌우로는 푸른 숲이 우거져 있었는데 모두가 가지 늘어진 용조괴(龍爪槐)와 실버들, 괄자송(括子松), 편백나무, 상죽(湘竹) 등이었고, 맑은 소리를 내는 바람이 기분까지 시원하게 했다. 또 백 자 가까운 담쟁이가 봉우리에 걸려 있었고, 바위 밑동에는 왕모람[薛荔]이 천 겹이나 둘러싸고 있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돌로 된 문이 나타났는데, 그 위에는 ‘만니도원(曼尼道院)’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주위에는 기화이초가 많았는데 그 색깔들은 오색구름처럼 찬란했고 향기는 온갖 꽃향기가 어우러진 듯 코를 찔렀다. 당새아가 몇 개의 짙푸른 줄기에 모란처럼 생긴 잎이 달린 나무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무슨 꽃이지요?”

“취부용(翠芙蓉)이지. 석연년(石延年)이 살던 부용성(芙蓉城)에 다섯 가지 색깔을 가진 부용꽃이 있는데, 이게 그 가운데 하나야.”

또 높이가 몇 길이나 되고 거무스름한 바탕에 적색을 띠고 납매(臘梅)의 일종인 경구(磬口)처럼 동그란 꽃이 핀 나무를 가리키자 유모가 말했다.

“현주화(玄珠花)라는 것이지. 서왕모의 시녀인 허비경(許飛瓊)이 사는 예주궁(蕊珠宮)에 다섯 종류가 있는데, 이게 그 가운데 하나야.”

또 여러 개의 나무줄기가 촘촘하게 솟아 있고 사발만 한 크기의 눈부신 선홍색 꽃들이 겹겹이 피어 있는 것을 가리키자 유모가 말했다.

“이것은 경사 근처의 학림사(鶴林寺)에 있는 진달래[杜鵑花]와 같은 것이지. 이것이 바로 은칠칠(殷七七)이 중양절(重陽節)에 부적을 태워 재를 섞은 물을 뿌리며 주문을 외어 꽃을 피우게 했더니 밤에 붉은 비단옷을 입은 여자가 꽃을 옮겨 갔고, 나중에 나무가 말라 죽어버렸다고 책에 기록된 그 꽃이지.”

또 둘레가 열 아름쯤 되는 나무가 반듯하게 위로 자랐는데 거기 핀 꽃들이 모두 천 개의 연분홍 잎을 가졌는데 꽃술이 진홍색인 나무를 가리켜싸.

“이게 바로 양주(揚州)의 경화(瓊花)란다. 송나라 말엽에서 원나라 초기에 여러 차례 궁중의 정원에 옮겨 심었는데 점점 말라 가서 다시 도관(道觀)의 제 자리에 옮겨 심었더니 무성하게 소생하여 꽃을 피웠지. 나중에 지원(至元) 13년(1276)에 이곳으로 옮겨 심는 바람에 양주에는 이 나무가 없어져 버렸지. 이 두 종류의 신선 세계의 꽃인데 우연히 인간 세상에 떨어져 평범한 인간들에게 이리저리 옮겨심기는 수난을 당했지. 그래서 무문동으로 옮겨서 그 천성을 온전히 유지하도록 해 준 거란다.”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미처 자세히 물어볼 틈이 없었고, 둘은 어느새 돌로 만든 커다란 다리 근처에 이르렀다. 다리 밑에는 푸른색의 맑고 깨끗한 돌들이 깔려 있었는데, 물은 대부분 돌 틈에서 흘러 나와 졸졸 찰랑찰랑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그 속에 물고기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며, 뱀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도마뱀처럼 네 발이 달렸고, 인간 세계의 어항에서 기르는 금붕어처럼 예닐곱 가지 색깔의 비늘이 덮여 있으며, 큰 놈은 한 자 남짓하고 작은 놈은 두세 치밖에 안 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당새아가 놀라서 물었다.

“이게 무슨 물고기인가요?”

“용은 아홉 종류가 있는데, 이것은 그 아홉 종류에서 파생된 지류로구나. 변화해서 날아올라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릴 수 있지. 아미산(峨嵋山) 정상의 석지(石池)에만 있는데, 이것처럼 갖가지 멋진 색깔의 비늘을 가진 것은 없어.”

다리를 지나자 돌 비탈에는 갖가지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들이 무성했는데 홍심초(紅心草)와 옥예(玉蕊), 그리고 몸통에 허리띠처럼 오색을 두른 것 등등이었다. 당새아가 물었다.

“신선 세계의 풀도 가을이면 시드나요?”

“신선 세계의 화초는 한 번 피어서 오백 년이 되면 시들지. 하지만 한 편에서 시들면 다른 한 편에서는 피어나지. 시들면 바람을 따라 변화해서 땅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영원한 봄을 누린다고 하는 것이지.”

다시 푸른 돌로 만들어진 문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전각이 나타났는데, 마당의 좌우에는 네 그루의 커다란 오동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고 그 위에서 봉황들이 울고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머리카락이 다 비칠 정도로 맑은 물이 고인 네모난 연못이 있고, 그 안에는 생김새가 기괴하기 그지없는 수족(水族)들이 있었다. 막 그것들을 구경하려 하던 차에 전각의 문이 끼익 열리더니 머리를 박박 밀고, 눈처럼 새하얗고 둥근 얼굴에 시꺼먼 이빨과 붉은 입술을 가진, 사나운 눈동자에 추켜올린 눈썹으로 살기를 풀풀 풍기는 행각승이 시뻘건 승복 위에 연노랑 가사(袈裟)를 걸친 채 두 명의 여자 도동(道童)을 거느리고 나왔다. 그 승려는 껄껄 웃으며 잰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유모와 당새아를 맞이해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당새아가 엎드려 절을 하고, 각자 인사를 나눈 뒤에 그 승려가 손가락으로 유모를 가리키며 당새아에게 말했다.

“이 늙은 노파가 자네를 데려온 걸 보니 나하고 부부로 맺어 줄 모양이로구먼.”

당새아는 농담인 줄 알아채고 적당히 받아 넘겼다.

“저 당훤(唐媗)은 보잘것없는 자질을 가진 인간 세계의 몸인데 어찌 감히 스님의 총애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임 도령을 위해 수절하려 하는가 싶어서 해 본 말일세.”

“유모께서 도력(道力)으로 점화(點化)해 주신 덕에 비록 반년 동안 때를 묻혔지만 지난날의 업장(業障)을 이미 마무리 짓고 세속에 물든 마음을 깨끗이 씻었으니 법좌(法座)에 귀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는 아무래도 거짓이 좀 섞여 있구먼. 그렇지 않다면 자네는 무덤 앞에서 왜 그리 통곡했는가?”

“호호, 그야말로 ‘그런 상황에 처하면 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落在其中, 未免有情]’ 경우지요.”

행각승이 껄껄 웃자 유모가 말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마도(魔道)를 수련하고 있다. 남편인 얼룡(孽龍)이 허정양(許旌陽)에게 붙들려 쇠사슬에 채워진 채 우물에 갇혀 있는데, 쇠로 된 나무에 꽃이 피어야 풀려날 수 있으니 얼마나 견디기 힘들겠어?”

행각승이 유모에게 말했다.

“물어볼 게 있소. 어제 집에 가서 갈홍(葛洪)하고 무슨 얘기를 나누었소?”

“무슨 헛소리야! 나는 직녀낭낭께 가서 분부를 듣고 다시 현녀낭낭(玄女娘娘)의 거처에 가서 천서(天書)에 적힌 날짜를 보여 달라고 청했을 뿐이야. 무문동 어귀를 지났다면 왜 들어오지 않았겠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하소연했을까?”

두 선사(仙師)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한바탕 호호 웃었다.

당새아가 전각 위쪽의 편액을 쳐다보니 ‘독벽현정(獨辟玄庭)’이라고 적혀 있기에, 행각승에게 무슨 뜻인지 물었다. 그러자 유모가 말했다.

“이 괴물은 이름이 만다니(曼陀尼)라고 하는데 나찰녀(羅刹女)의 여동생이지. ‘독벽’이라는 건 도교에도 불교에도 귀의하지 않고 홀로 두 종교를 넘어선다는 뜻이란다.”

만다니가 말했다.

“신선술을 공부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남이 걸어갔던 길을 따라 가는 것보다야 낫지.”

당새아는 그제야 만다니의 내력을 알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왜 유모는 나를 마도에 들어가게 하는 거지?’

그때 여자 도동이 벌써 과일을 차려 놓았는데 포주(蒲州)의 홍시와 복건(福建)의 여지(荔支), 요동(遼東)의 똘배[秋梨], 송강(松江)의 백도(白桃) 같은 것들이었다. 이것들은 비록 인간 세상에 있지만 각기 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또 용의 간과 봉황의 골수, 코끼리 육포, 곰발바닥과 같은 진귀한 요리들이 차려졌다. 유모가 만다니를 보며 말했다.

“우리는 소식을 하니 자네들 마도에서 그저 비린 고기만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지.”

“나도 관음보살에게 귀의해서 계(戒)를 받은 뒤로는 소식을 한다네. 다만 예전에 저 사마(邪魔)에 속한 친구들이 늘 찾아와 귀찮게 굴면서 고기를 내놓으라고 성화를 부렸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준비해 놓았지. 내 질녀(姪女)인 찰마성주(刹魔聖主)만 해도 자주 찾아와서 이런 것을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지. 얘들아, 소식으로 차려라!”

이에 천화채(天花菜)와 송이버섯, 느릅나무 버섯, 감로자(甘露子) 따위가 차려졌는데,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만 마지막 두 접시는 대단히 맛있어서 당새아가 유모에게 그게 뭔지 물었다.

“이건 옥예(玉蕊)의 새싹이고 저건 경화(瓊花)의 꽃받침이지.”

그리고 네 접시의 떡이 나왔는데 맛이 무척 순수하고 진한 향이 풍겼다.

“이건 뭔가요?”

“팔선고(八仙糕)라는 거야. 그걸 만드는 방법은 종리(鍾離) 선사(仙師)가 개발해 냈는데 비방(秘方)이라 함부로 공개하지는 않아.”

당새아가 몇 개를 먹어 보니 금세 정신의 맑아지고 기운이 순수해지는 것이 제호(醍醐)와 다를 바 없었다.

잠시 후 마당의 해 그림자가 기울기 시작했다.

‘내가 절벽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해가 저물 무렵이었어. 그리고 대충 열두 시간 가까이 앉아 있었는데, 어째서 날이 거꾸로 아침으로 돌아갔던 걸까?’

그렇게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만다니가 당새아에게 동굴 뒤쪽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곳에는 정말 진귀한 날짐승과 들짐승들이 모두 있었다. 또 만다니의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옥처럼 섬세한 오색의 돌로 만든 침대 위에 연기처럼 가벼운 교초(鮫綃)로 만든 휘장이 걸려 있었고, 바닥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고기 비늘로 만든 멍석이 깔려 있었다. 당새아가 유모에게 물었다.

“요하고 이불은 없나요? 그럼 어떻게 잠을 자요?”

“신선은 잠을 자지 않고, 설령 잠시 편안하게 누워 있는 경우라 해도 돌침대조차 따뜻해지니까 요하고 이불을 갖춰 두지 않는 거야.”

다시 정전(正殿)으로 돌아오니 벌써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만다니가 전각의 들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 가져다 나고 나서 술을 마셔야 되겠군.”

그러자 유모가 말했다.

“얘야 들어 보렴. 이건 일곱 권의 천서(天書)와 보검(寶劍)이 들어 있는 상자 하나인데, 남해 관음보살께서 네게 하사하신 것들이지. 만다니 선사더러 이곳에 잘 보관하라고 분부하셨단다. 어서 절을 올리고 받아라!”

만다니는 갖가지 수인(手印)을 맺은 모다라(母陀羅)의 팔을 뻗어 들보 위에 있는 것들을 집어 내려서 손바닥에 받쳐 든 채 남쪽을 향해 똑바로 섰다. 당새아는 오체투지의 큰절을 여덟 차례 올리고 받아서 위쪽에 놓인 향안(香案) 가운데 얹어 둔 후에 함께 자리에 앉아 술잔을 들었다. 유모가 당새아에게 말했다.

“이건 화방(花房) 안에서 자연적으로 발효시킨 화로영(花露英)이라는 술이지.”

“예전에 《남악가녀기(南嶽嫁女記)》에 보니 화방에서 발효시킨 술을 두 명의 수재에게 하사했다고 하던데, 그것과 같은 건가요?”

“그렇지.”

당새아가 과일과 안주들을 살펴보니 달걀만 한 크기의 감람(橄欖)도 있고 앵도와 단감은 모두 술잔만큼 컸다. 커다란 쟁반에는 네 알의 신선한 복숭아가 얹혀 있었는데 도삭산(度索山)에서 난 것이었다. 또 하나의 커다란 쟁반에는 자줏빛 작은 알맹이가 달린 쇄쇄포도(瑣瑣葡萄)가 담겨 있었는데, 서역(西域)에서 난 것이었다. 당새아는 이것들을 모두 조금씩 맛보았다.

전각의 네 귀퉁이에 박힌 네 알의 명주(明珠)가 점점 빛을 내뿜기 시작하자, 유모가 말했다.

“날이 저물었으니 얼른 돌아가야 되겠구나. 집안사람들이 귀신을 보았느니 어쩌니 하면서 의아하게 여기고 있을 게야.”

만다니가 유모에게 물었다.

“축지법을 쓸 건가, 아니면 구름을 타고 갈 건가?”

“우리 애가 아직 속세의 육신을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구름을 탈 수 있겠는가?”

“도술은 뒀다 어디에 쓰려고!”

그러면서 당새아에게 천서와 보검을 손에 받쳐 들게 하더니 한 팔로 자신과 팔짱을 낀 한 후 “솟아라!”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한 덩이 오색구름이 나타나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라 서쪽으로 날아갔다. 예로부터 평범한 인간은 태산보다 무겁다고 했지만, 당새아는 어려서부터 신선의 젖을 먹고 자란데다가 또 수련까지 했기 때문에 살과 뼈에 이미 신선의 기운이 담겨 있어서 공중을 날게 하더라도 그다지 큰 힘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순식간에 집에 도착해 보니 마침 등불을 밝힐 무렵이었다. 하녀들이 나와 맞이하다가 괴상하게 생긴 행각승이 한 명 더 늘어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척 기이하게 여겼다. 유연이 물었다.

“마님, 어떻게 이레 동안이나 계시다가 오셨습니까? 집안사람들이 모두 걱정했습니다.”

“이레나 걸렸구나! 나는 그저 동굴 밖은 날이 저물어 가는데 동굴 안은 정오쯤 된 것 같아 이상하게 생각했을 뿐인데 말이야.”

만다니가 말했다.

“천서와 보검 상자는 모두 대청의 들보 위에 모셔 두어라.”

당새아는 몸소 그것들을 잘 두고 예를 올렸다. 그날 밤은 별일 없이 편히 쉬었다.

이튿날 새벽, 당새아는 유모와 만다니의 방으로 찾아가 천서를 공부하도록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만다니가 말했다.

“아직 일러. 그건 다른 이가 가르쳐 줄 거야.”

유모가 말했다.

“네가 아직 천서하고 보검이 든 상자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것들은 모두 한 덩어리 옥으로 되어 있어서 여는 곳이 없어. 나중에 현녀낭낭께서 내려오셔야 열 수 있지.”

두 선사가 함께 당새아를 대청으로 데려가자 고개를 쳐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과연 거기에는 틈이 전혀 없어서 어떻게 안을 보고 꺼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제야 천상의 기이한 책은 관장하는 이가 아니면 다른 신선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다니가 말했다.

“오늘 우리의 자리를 정하도록 하자꾸나. 너는 재난을 담당하는 장겁낭낭(掌劫娘娘)이니 당연히 중앙에 있어야 하고 우리 둘이 각기 좌우를 맡도록 하마. 저 아이가 제왕이 되고 나서 자리를 양보한다면 그건 권세와 이익에 굴복하는 셈이니 곤란하지.”

당새아가 한사코 거절했다.

“제자가 스승의 오른쪽에 앉고, 딸이 어머니보다 윗자리에 앉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유모가 말했다.

“나는 원래 서왕모의 분부를 받들어 인간 세계로 왔고, 만다니는 남해 관음보살의 법지를 받들어 너를 도우러 왔을 뿐이니 절대 주인공이 아니다. 너는 재난의 운수를 주관해야 하니 당연히 제왕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천서나 보검도 네게 전수할 필요가 없지.”

이에 당새아는 어쩔 수 없이 중앙에 앉았고 만다니는 왼쪽, 유모는 오른쪽을 맡아 모두 남쪽을 향해 앉았다.

만다니가 시립해 있는 하녀들에게 물었다.

“임 도령을 죽게 만든 이가 누구냐?”

유연이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못난 제가 그랬사옵니다.”

“그건 네 재능이 뛰어나다는 증거인 셈이지.”

그러면서 만다니가 취운 등을 향해 물했다.

“너희 넷은 아마 마음을 합쳐서 온 힘을 다한다 할지라도 임 도령을 죽이지 못했을 게다. 그나저나 너희 넷 가운데 누가 더 세냐?”

취운 등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부끄러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당새아가 취운도 추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둘이 마음은 의욕이 넘치지만 힘이 달리지요.”

그 말에 만다니와 유모가 폭소를 터뜨렸다.

취운은 입을 삐죽 내밀고 떠나 버렸고, 홍향도 그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취운이 말했다.

“저 음탕한 행각승은 틀림없이 여우 정령일 거야! 이런 말을 하는 신선이 어디 있어?”

“그러게 말이야. 우리 집에 온 지도 얼마 안 됐고 또 우리가 놀린 적도 없는데 왜 그런 걸 묻는대?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네.”

잠시 후 추도가 들어와서 말했다.

“보아하니 그 행각승은 남자인 거 같아. 유모의 남편일지도 몰라. 여기까지 끌어들였으니 마님까지 수절하지 못할 거야.”

취운이 또 말했다.

“그런 하얀 돌덩이 속에 천서가 들어 있다니, 나는 못 믿겠어! 자기들끼리 산에서 며칠 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누가 알아?”

뜻밖에 노매가 그들의 말을 엿듣고 속으로 화가 치밀어서, 그대로 당새아에게 달려가 낱낱이 일러바쳤다. 그녀가 막 말을 마치자 취운 등이 모두 왔다. 그러자 만다니가 소매 안에서 세 개의 작은 상자를 꺼내어 하녀들에게 하나씩 주면서 말했다.

“천서가 들어 있는 상자는 틈이 없어서 열 수 없다는 말을 거짓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 상자는 뚜껑이 있는데, 너희가 그걸 열 수 있다면 내가 돌 상자를 열서 너희에게 천서를 보여주마.”

세 하녀가 각기 하나씩 받아서 뚜껑을 슬쩍 들자 바로 열렸는데, 그 순간 손가락만 한 크기의 조그마한 원숭이가 팔짝 뛰어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려는 순간 원숭이들이 각기 세 하녀의 바짓가랑이 속으로 뛰어들더니 음문(陰門)을 파고들어가 급소에 해당하는 자리에서 손톱으로 꼬집고, 입으로 깨물고, 머리로 들이받으며 난리를 치니 세 하녀는 온 몸의 뼈마디가 저리고 얼굴과 귓불이 시뻘겋게 된 채 허리를 꼬고 고개를 비틀며 차라리 죽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당새아는 폭소를 터뜨렸다.

만다니가 말했다.

“저 아이들은 죄를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야지. 이제 원숭이들을 입으로 뚫고 나오게 해야겠어.”

취운 등은 원숭이가 계속해서 공격해 대자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다급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유모에게 좀 말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유모가 말했다.

“너희가 임 도령을 위해 수절하면서 영원히 딴마음을 품지 않겠다면 내가 말려 주마.”

세 하녀가 일제히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맹서를 어기면 칼로 목을 치십시오!”

이에 만다니가 술법을 거두자 세 마리 원숭이가 뛰어 나와서 땅바닥에 쓰러졌는데, 알고 보니 세 개의 감람 씨였다. 노매가 말했다.

“이렇게 양쪽이 뾰족한 것이 뚫고 들어갔으니 정말 아팠겠다.”

그때 문지기가 전갈했다.

“요 수재 댁의 묘고 아가씨가 오셨습니다.”

그러자 유모가 말했다.

“마침 좋은 기회로구나.”

보시라.

살생의 운세 아직 도래하지 않았으나
일찌감치 오묘한 천서를 전수하고
시녀가 처음 이르니
여전히 달나라 궁정에서처럼 청결하고 올곧구나.
殺運未來. 早授夫天書奧妙.
侍兒初至, 尙依然月殿淸貞.

당새아가 어떻게 천서를 전수받는지는 다음 회를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