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려나雪意/ [宋] 주희
저녁 무렵 뜬 구름이
사방에 평평하더니
북풍이 노호하며
새벽까지 불어대네
추운 창에 온 밤 내내
정신 맑고 잠이 안 와
삼나무 대나무 잎에서
나는 소리 듣고 있네
向晚浮雲四面平, 北風號怒達天明. 寒窗一夜淸無睡, 擬聽杉篁葉上聲.
—나이가 들어서 잠이 없어진 것일까? 정좌(靜坐)에 들어 격물치지(格物致知)하느라 밤을 꼬박 새운 것일까? 삼나무와 대나무 잎새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천지자연의 리(理)를 알리는 자명종일까? 과연 격물을 통해 치지에 이를 수는 있을까? 왕양명(王陽明)은 정좌를 통해 대나무를 바라보며 격물을 추구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병만 얻었다. 이에 리(理)는 물(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심(心)에 있을 뿐이다라고 선언했다.(心卽理) 정좌, 참선, 묵상, 명상 등은 모두 형이상학의 세계다. 쉽게 말하면 본래의 마음자리를 닦아 도(道)에 이르는 과정이다. 타이완의 현대 학자 남회근(南懷瑾)은 『대학(大學)』의 삼강령(三綱領)을 사강령(四綱領)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학지도(大學之道), 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이 그것이다. 삼강령이 마침내 도(道)에 이르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참선과 정좌 등을 통해 유, 불, 선 삼도(三道)의 이치에 무불통지한 남회근도 역대로 중국은 한 번도 외국을 침략한 적이 없다고 망발을 늘어놓았다. 이를 보면 철저한 마음공부를 통해 도달한 형이상학의 세계가 형이하학의 배움으로 습득한 망상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는 듯하다. 이 때문에 선(禪)과 교(敎)가 박 터지게 싸우고 있을까? 리(理)는 물(物)에만 있지 않고, 마음(心)에도 있으며, 마음(心)에만 있지 않고 물(物)에도 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같다. 도(道)란 아무 것이면서 아무 것도 아니다.(이미지 출처: 津沽乐融融的博客)
한시, 계절의 노래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