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 제15권 3

제15권 위조봉은 악독한 마음으로 귀중한 재산을 차압하고
진수재는 교묘한 계책으로 원래의 집을 되찾다
衛朝奉狠心盤貴產 陳秀才巧計賺原房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이튿날 사람을 보내 전날 그 중개인 몇 명을 청해다가 위조봉에게 가서 6백 냥을 주고 집을 되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조봉은 이미 이득을 봤으니 어찌 그에게 되돌려주려 하겠는가? 그는 이렇게 잡아뗐다.

“당초 나에게 저당 잡힐 때부터 낡아빠진 건물에 황폐한 땅이었어. 지금은 내가 집을 증축하고 깨끗하게 수리도 하고 주위에 꽃나무도 가지런하게 심어놨는데, 이제 와서 그 6백 냥으로 되찾는다는 게 말이나 돼? 만약 지금 되찾으려면 천 냥을 내야 내줄 수 있어.”

사람들이 이 말을 진수재에게 알리자 진수재는

“정 그렇다면 내가 직접 한번 보고 과연 증축하고 수리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린 연후에 셈해 주면 되지.”

하고는 사람들과 함께 별장으로 갔다.

“위조봉 계시오?”

하고 물으니 한 하녀가 대답했다.

“조봉나리는 방금 전당포로 가셨어요. 집안에는 부녀자들이 있으니 나리님들은 일이 없으시면 들어오지 마세요.”

“우리가 밖에서 좀 살펴봐도 되겠지?”

사람들이 말하자 하녀는 사람들을 들여보냈다. 죽 한 번 살펴보니 거의 옛날 집 그대로였다. 단지 마룻바닥 몇 군데 때우고, 한두 군데 새는 곳을 막고, 부러진 난간 대 서너 개를 고쳤을 뿐이어서 다 해봐야 얼마 되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었고 특별히 더 해놓은 건 전혀 없었다. 진수재는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별장에는 하나도 보태진 것이 없는데 어째서 내게 돈을 더 내라는 거야? 처음에 내가 그 집을 잡힐 때 2백 냥을 더 달라고 했는데, 그는 내 수중에 돈이 없다는 걸 알고 그 집을 탐하여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써서 그의 손에 들어가게 된 거요. 그런데 오늘 다시 되찾으려니까 돈 내는 건 자기가 아니라는 식으로 나오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소? 그때는 내가 힘이 없었지만 오늘은 그에게 놀아나지 않을 거요. 여러분은 이 6백 냥을 그에게 주고 집을 빼서 나에게 돌려주라고 하세요. 이렇게만 해도 그는 이미 이자 3백 냥은 번 것이니까.”

사람들은 감히 위조봉한테 가서 말할 수가 없었지만, 진수재가 큰 돈을 내놓는 것을 보고는 반은 누그러져서 다시 예전의 굽실거리는 태도로 나오며 모두들

“상공의 말씀이 옳으니 저희들이 가서 말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돈을 가지고 가서 위조봉에게 주자, 위조봉은 적다고만 하면서 받으려 하질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을 말로는 당하지 못해 하는 수 없이 일단 받기는 했지만 방을 빼는 날짜는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돈을 받았으니 거의 된 거야.”

하고는 영수증을 받아다가 다시 진수재에게 가서 고하고는 모두 각자 돌아갔다. 며칠이 지나 진수재는 다시 사람을 보내 방을 빼라고 재촉하였으나 위조봉은

“수리하고 개조한 비용을 충분히 더 내야 나가지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사할 수 없어.”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몇 번을 독촉해도 계속 이렇게 잡아뗄 뿐이었다. 진수재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이 자식이 그 따위로 강짜를 부려? 만약 그놈을 소송 걸면 이치상으로는 날 이기지 못하겠지만 통쾌하게 혼내주지는 못할 거야. 그러니 천천히 방법을 생각해서 혼쭐을 내주면 제 놈이 안 나가지는 못하겠지. 전에 그놈 때문에 화가 난 걸 아직 풀지 못했는데, 오늘 또 사람을 속이려 드니 이 원통함을 어떻게 씻는다?”

그때는 마침 시월 중순이어서 달빛이 대낮같이 밝았다. 진수재는 우연히 집밖으로 나와 달빛 아래서 한참을 거닐었다. 뜻밖의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법, 진회호 상류 쪽에서 시커먼 물체 하나가 떠내려 오는 것이었다. 진수재는 눈여겨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시신 한 구가 양자강으로부터 흘러들어온 것이었다. 그 시체는 용케도 진수재의 집 쪽으로 가까이 왔다. 진수재는 마침 위조봉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터라 몰래 혼잣말로

“됐어! 바로 이거야!”

하고는 곧 하인 진록(陳祿)을 불러왔다. 진록이란 사람은 진수재가 매우 신임하는 사람으로, 사람됨이 충직하여 진수재는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그와 상의를 하였다. 그때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 위가 개자식 때문에 화가 났는데 풀 길이 없었네. 또 그놈이 집을 돌려주려고 하질 않으니 어떻게든 계책을 써야 되겠네.”

“나리도 원래는 부귀하게 살아오신 분이고 소인배도 아닌데 어찌 그런 개자식한테 모욕을 당하겠습니까? 우리도 두고만 볼 순 없어서 늘 그와 목숨을 걸고 싸워서 나리의 한을 풀어 드리려고 했습니다.”

“이제 나에게 계책이 있으니 자네는 나만 따르게. 이렇게 이렇게 하면 후한 상이 있을 것이네.”

진록은 너무나 기뻐서

“정말 좋은 방법입니다.”

하면서 그러겠다고 하고는 시키는 대로 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은 각자 돌아갔다.

다음날 진록은 넓은 옷을 입고 평소에 주인과 사이가 좋은 육삼관(陸三官)을 찾아가 중개인으로 삼아 그를 데리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서 위조봉의 집에 하인으로 들어갔다. 위조봉은 그가 인물이 단정하고 말하는 것이 영리한 것을 보고는 그를 받아들이고 방 한 칸을 골라 주며 거기서 묵게 했다. 그리고 그에게 제집처럼 드나들며 사용하는 대신 부지런히 일하도록 하였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위조봉이 일찍 일어나 진록을 찾아 장작을 사오게 하려 했는데, 방문이 열려있어 보니 안에 사람이 없었다. 곳곳을 둘러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사람들을 시켜 사방을 찾게 하였으나 모두 못 찾겠다고 하였다. 위조봉은 그에게 돈을 많이 쓴 것도 아니어서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막 원 중개인에게 따지러 찾아가려 하는데, 진수재 집 하인 너덧 명이 위조봉의 집에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한 달 전에 한 사람이 도망쳤는데 이름은 진록이라고 합니다. 듣자하니 육삼관이 데리고 와서 당신 집에 맡겼다고 하니, 빨리 그놈에게 나와서 우리를 따라 돌아가도록 해주시오. 숨기지 마시오, 우리 주인님이 고소를 해놓았으니까.”

“한 달 전에 한 사람이 나에게 오기는 했지만, 너희 집 사람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어젯밤에 갑자기 도망갔으니 확실히 우리 집에 그 사람은 없어.”

“어떻게 또 도망칠 수가 있소? 분명히 당신이 숨겨놓고 우리를 속이는 것이겠지. 정말 없다고 한다면 우리가 한번 찾아봐야겠소.”

위조봉은 거드름을 피며 말했다.

“너희들 마음대로 찾아 봐. 하지만 찾지 못했을 때는 나에게 따귀 몇 대 맞을 줄 알아.”

사람들은 일제히 안으로 들어가 쥐구멍 속 말고는 다 뒤져보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위조봉이 막 성을 내려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쳤다.

“여기 있다!”

위조봉이 무슨 일인지 몰라 가까이 가서 보니, 소나무 밑에서 죽은 사람의 다리 하나를 파낸 것이었다. 위조봉은 놀라 기가 막혀 있는데, 사람들은 일제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틀림없이 위조봉이 우리 집 하인을 죽이고 여기에다 이 다리를 묻어둔 거야. 가서 우리 나리를 모셔다가 의논해서 고발하자.”

한 사람이 황급히 진수재를 불러 왔다. 진수재는 노발대발했다.

“인명은 재천이라 했거늘 어찌 우리 집 사람을 죽였느냐? 관아에 가서 고발하지 않고 뭘 기다리느냐!”

하고는 사람들에게 그 다리를 들고 가도록 했다. 위조봉은 부들부들 떨면서 그를 붙들었다.

“나으리 정말이지 저는 사람을 죽인 일이 없사옵니다.”

“헛소리 마라! 그럼 이 다리는 어디서 나온 거냐? 관가에 가서나 변명해라.”

부자들도 무서워하는 것이 관가에 가는 것인데, 하물며 인명에 관계된 일임에랴. 위조봉은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의논해서 진상공 뜻대로 어떻게든 처분하시고, 관가에 가는 것만은 용서해주십시오. 어찌 이런 영문도 모를 소송을 당할 수 있겠습니까?”

“처음에 내 재산에 눈독을 들여 나에게 돈을 주지 않았던 것도 네놈이고, 지금 집을 차지하고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도 네놈이다. 이따위로 횡포를 부리다니! 또 지금 우리 집 하인을 데려다가 죽여서 마침 내 원한을 공개적으로 앙갚음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나으리, 제 잘못이 아닙니다. 집을 빼서 상공께 돌려드리겠습니다.”

“너는 어찌 건물을 증축했다고 거짓말을 하였느냐? 지금 네가 내가 냈던 이자 3백 냥을 돌려주고, 집을 수리하고 사과문을 써서 나에게 주면 우리들은 입을 다물 것이다. 그리고 이 다리를 태워버리면 이 일은 깨끗하게 해결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 시에는 오늘 백주 대낮에 네놈 집에서 사람 다리를 찾아낸 것을 사람들이 똑똑히 보았으니, 이 사실이 한번 알려지면 너는 순순히 풀려나지 못할 것이다.”

위조봉은 너무 억울했지만 무사히 넘어가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사과문을 써서 진수재에게 주었다. 진수재는 또 그를 압박하여 은 3백 냥을 되돌려 받고 집을 나가라고 재촉하였다. 위조봉은 어쩔 수 없이 그날 밤으로 삼산가(三山街)에 있는 전당포로 이사 갔다. 그러자 진수재는 그 다리를 감춰버렸다. 이렇게 해서 진수재는 품고 있던 화를 풀 수가 있었다.

위조봉의 집에서 발견된 그 사람 다리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것은 원래 진수재가 시월 중순에 달빛 아래서 거닐던 날 밤 우연히 시체가 떠오는 것을 발견하고 하인 진록을 시켜 다리 하나를 떼어놓게 했던 것이다. 이튿날 진록을 위조봉네 집으로 들어가게 하여 그 다리를 몰래 가지고 들어가 그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빈곳에 적당히 묻어 놓았다가 다시 집으로 도망 왔던 것이다. 여기에다 진록을 찾으러 간 척 하면서 그 사람 다리를 찾아내 관가에 알리려고 하니, 위조봉이 당황해서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집을 내주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그에게 이자 3백 냥을 그냥 돌려주게 한 것은 진수재의 훌륭한 계책이었다. 이리하여 진수재는 집을 되찾고 그 나머지 돈으로 매우 근검하게 생활하여 결국 부자가 되었다. 나중에 또 과거에 합격하여 거인(擧人)이 되었으나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생을 마쳤다. 진록은 오랫동안 성 밖에 도망가 있다가 다시 진수재의 집으로 돌아왔다. 위조봉은 때때로 그를 마주치게 되면 속으로는 그의 계략에 빠진 것을 알았지만, 집문서를 이미 돌려주었고 당시 갑자기 일어난 급박한 일이어서 아무런 증거도 없었기 때문에 뭐라고 항변할 수도 없었다. 또 결국 그 사람 다리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몰라 화가 나도 말도 못하고 꾹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진수재가 교묘한 계책으로 원래 집을 되찾다’라는 이야기이다. 그걸 증명하는 시가 있다.

낭비가 집안을 망하게 한다지만
탐욕과 각박함도 자랑할 건 없다네
뜻밖의 횡액이 닥치는 것 보면은
평생에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