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는 규칙이나 규정을 나타내는 法이란 글자는 어원이 매우 재미있다.
法의 원 글자는 灋(법 법)이었다.
灋은 물을 나타내는 水(수), 해치라는 전설상의 동물을 지칭하는 廌(치), 떠나다, 가다, 가두다, 분리하다는 뜻을 가지는 去(거)가 합쳐진 것으로 둘 이상의 글자가 가진 뜻이 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회의자(會意字)이다.
灋이란 글자가 워낙 복잡해서 그런지 廌를 없앤 상태로 발전하여 지금의 글자인 法이 되었다.
현재의 글자 모양만으로 보면 물이 흘러가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기 쉽지만 이 글자에 담겨 있는 의미는 훨씬 복잡하고 오묘하다.
물(水)은 어떤 모양, 어떤 상태로 있든 언제나 균형을 잡아서 평평함, 혹은 수평을 이루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잘못된 행동이나 일을 한 사람에 대하여 물리적, 신체적 제재(制裁)를 가하는 규정이 법인데, 여기에 물을 나타내는 氵를 부수로 넣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은 어떤 경우에도 수평을 유지하는 물처럼 평등해야 하며, 어떤 사람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넣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廌는 해치, 혹은 해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해치는 몸은 산양의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얼굴은 사람처럼 생겼고, 머리에 하나의 뿔이 달려있는 전설상의 동물이다. 해치가 지니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사물현상이 가지고 있는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가려내어 옳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뿔로 받아서 처리해버리는 존재이다. 두 사람이 옳고 그름을 다툴 경우 해치는 누가 옳은지를 정확하게 밝혀서 나쁜 사람에게 형벌을 가한다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 갇힘과 자유를 판단하는 것 등을 규정하는 것이 법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해치처럼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글자를 넣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去는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의 모양을 본뜬 大가 변형되어서 된 土와 죄지은 사람을 가두어 버리는 우물처럼 생긴 형틀을 나타내는 凵, 혹은 井, 口가 바뀌어서 만들어진 모습인 厶(사사로울 사)가 결합한 글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자는 두 사람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였을 경우 올바르지 못한 사람에게 제재를 가하여 가두어 버림으로써 떨어뜨려 놓거나 분리되게 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가다, 사라지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法으로 돌아와 보자.
사람에게 신체적, 물리적 제약을 가하는 규정인 법은 해치가 잘잘못을 실수 없게 가려내어 정확하게 징벌을 내림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어떤 경우에도 수평을 유지하는 물처럼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글자가 바로 法이 가지는 원래의 뜻이다.
법을 만들고, 연구하며,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法이 가지는 이 숭고한 뜻을 절대로 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 만이 비로소 올바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