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이중程毅中 선생과의 대담

정민경(鄭暋暻 梨花女大 中文科 講師) 진행/정리

程毅中 선생, 출처 Baidu

정민경 :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래 전부터 선생님을 만나 뵙고 좋은 얘기들을 듣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 박사논문 「돤청스(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연구」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먼저 한국의 소설 연구자들을 위해 선생님의 약력부터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청이중 : 저는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지요. 고등학교를 다니기 이전에는 집에서 많은 책들을 접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베이징(北京)대학에 입학했는데, 그때는 베이징대학이 아니라 옌징(燕京)大學이었지요. 1955년 대학 졸업 후에는 잠깐 교편을 잡다가 56년에 베이징대학 문학과의 연구생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저의 지도교수는 푸장칭(浦江淸)선생님이셨는데, 제가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우쭈샹(吳組緗)선생님의 지도를 받게 되었지요. 우쭈샹(吳組緗)선생님에 대해 들은 적이 있나요?

정민경 : 예. 『홍루몽』연구자로 유명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청이중 : 우쭈샹(吳組緗) 선생님은 『홍루몽』에 조예가 깊었지요. 푸장칭(浦江淸)선생님의 연구범위는 매우 넓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송원화본(宋元話本)을 연구해보라고 권하셨지요. 그러나, 송원화본을 연구하던 중에 중국의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졸업을 하지 못한 채 중화서국(中華書局)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문학편집실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요. 중화서국에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계속 송원화본소설을 연구했습니다. 학교에서 완성하지 못한 과제를 다 마치고 싶었지요. 그래서 1964년에 중화서국에서 『송원화본연구(宋元話本硏究)』라는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중국에서는 송원화본을 연구한 첫 서적이었지요. 그 후로는 중화서국의 일이 너무 바빠서, 다른 연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어떤 일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오면 그냥 그 일을 하는 정도였지요. 주로 고적정리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정민경 : 선생님, 선생님이 정리하신 많은 책들 중에 중국고전소설방면에서는 주로 어떤 책들이 있나요?

청이중 : 『경본통속소설(京本通俗小說)』․『삼언(三言)』․『이박(二拍)』․『신편오대사평화(新編五代史平話)』 등이 있는데, 삼언(三言)은 문학출판사(文學出版社)에서 출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화서국에서 고적정리를 하면서 남은 시간에는 문언소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는 매우 특수한 시기로 이 시기에 중화서국의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66년에 후베이(湖北)지방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었지요. 72, 73년에 다시 중화서국으로 돌아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 시기에도 일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간간이 일은 있었지만, 그리 전문적인 일은 아니었지요. 66년 후베이 지방으로 내려가기 이전에는 당대소설(唐代小說)에 대해서 연구를 했습니다. 78년도부터는 문학편집실의 주임이 되면서 일이 많아져 따로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당대소설을 연구하던 중에 한 친구가 수당소설(隋唐小說)에 관한 연구서를 부탁을 했고, 그동안 연구했던 것을 바탕으로 『당대소설사화(唐代小說史話)』라는 연구서를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수대의 소설작품은 미비해서 그냥 당대소설에 국한시켜 책을 출판하게 된 것입니다.

정민경 : 선생님, 저도 『당대소설사화』라는 책을 접했었는데요, 제가 석사논문을 쓰면서 이 책을 많이 참조했었습니다. 이 책은 당대소설에 관해 연구한 마치 경전 같은 책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참조하여 보고 있습니다.

청이중 : 아, 한국의 연구자들도 이 책을 보고 있군요. 이 책은 출판한지가 너무 오래돼서 잘못된 글자도 많은데… 그래서 이번에 다시 출판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문학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상태입니다. 이제는 당대소설을 연구하는 학자가 많지만, 그 시기만 해도 당대소설은 학자들 사이에서 그리 중시를 받지 못했습니다.

정민경 : 아, 이번에 다시 출판이 되는군요. 이 책을 구하기가 어려워, 한국에서는 제본을 해서 봤었는데… 그렇다면, 이번에 출판되는 책은 이전의 책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청이중 : 내용 면에서는 거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잘못된 글자를 좀 고쳤을 뿐입니다. 문학출판사에서 제목을 ‘당대소설사(唐代小說史)’로 바꿔달라고 요구를 했는데, 제가 거절을 했습니다. 독자들이 제가 쓴 새로운 책이라고 오해를 할까봐서요. 그저 옛 책에서 몇 십 군데 틀린 글자를 고쳤을 뿐이고, 장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민경 : 선생님, 그리고 이번에 송원화본에 관한 새로운 책이 나온 걸로 아는데, 그 책에 대해 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청이중 : 이번에 나온 책은 제가 처음 연구를 시작했던 『송원화본연구(宋元話本硏究)』의 보충서인 셈입니다. 이전에 송원화본을 연구하면서 저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봉착을 했지요. 그때 중화서국의 일도 있고 해서 한 곳에 놓아두고 잠시 생각을 접어두었었습니다. 제가 1992년에 퇴직을 했는데, 그동안 접어두었던 일을 다시 정리해보기로 했지요. 그래서 이번에 『송원소설가화본집(宋元小說家話本集)』을 내게 되었습니다.

정민경 :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송원화본을 연구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청이중 : 이미 말씀드렸지만, 저의 집에는 많은 책이 있었고, 저는 어려서부터 책을 즐겨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고전소설에 관심이 많았지요. 연구생으로 입학하면서, 그때는 첫 학기에 전공과 연구방향을 정해야만 했는데, 푸장칭(浦江淸)선생님께서 저에게 송원화본을 연구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를 했습니다. 나중에 우쭈샹(吳組緗)선생님께 배우면서, 더욱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아마도 지도 선생님이 저에게 정해준 책임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제 다시 송원화본으로 돌아오게 된 것 같습니다.

정민경 : 선생님의 『송원소설가화본집(宋元小說家話本集)』에 보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화본(話本)이 설화인(說話人)의 저본(底本)인가 아닌가의 문제, 현존하는 화본 중에 어떤 작품이 송원대(宋元代)의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인데요. 제가 화본 소설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전에 미국학자 패트릭 해넌(Patrick Hanan, 중국명은 韓南)의 책을 본 적이 있는데, 해넌은 저본(底本)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청이중 : 저본(底本)이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는 해넌말고도 많은 학자들이 있습니다. 해넌의 그 책을 본 적은 없지만, 『백화소설사(白話小說史)』라는 글을 중국학자가 번역해놓았는데, 그 글은 본 적이 있습니다. Hanan의 연구방법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각자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는 있겠지요. 일본의 학자도 화본(話本)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었는데, 저는 그의 의견에 해석을 달면서, 동의하지 않음을 밝혔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화본(話本) 자체가 완전히 설화(說話)에 근거하여 말하였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당시에는 녹음기도 없어서, 내용을 녹음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개요(槪要) 같은 문서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은 대략적으로 적어놓았을 것이고, 어떤 것은 비교적 상세하게 적어 놓았겠지요. 이외의 저의 의견들은 기본적으로 제 책 속에 밝혀놓았습니다.

정민경 : 예, 알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박사논문을 쓰면서, 필기소설(筆記小說)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고소설간목(古小說簡目)』이나 여러 소설 사전을 편찬하시면서, 많은 문언소설들을 정리하셨는데, 선생님께서는 필기소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청이중 : 저는 정민경 선생의 논문을 읽고 나서 필기소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스성쭈(史繩祖)의 『학재점필(學齋占畢)』이라는 책 속에는 필기(筆記)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북송(北宋) 쑹치(宋祁)가 처음으로 자신의 책을 『필기(筆記)』라고 명명(命名)했고, 후인들은 그 책을 『송경문공필기(宋景文公筆記)』라고 부른다고 적으면서, 그의 책을 전형적인 필기소설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송경문공필기』 내용은 어떤 소설적인 이야기를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 지인(志人)적인 내용이 책의 대부분을 구성합니다. 그래서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는 이 책을 잡사(雜事)로 구분을 했지요. 참고로 말하자면,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 지괴(志怪)적인 내용은 이문(異文)으로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스성쭈(史繩祖)의 『학재점필(學齋占畢)』은 아마 필기소설이란 말이 처음으로 기재되어 있는 문헌인 것 같습니다. 그럼, 스성쭈(史繩祖)가 말하고 있는 필기소설이란 어떤 개념인가 하면, 그는 고증적인 내용을 필기소설로 보고 있습니다, 바로 류예츄(劉葉秋)선생의 『역대필기개술(歷代筆記槪述)』에서 필기소설의 한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는 고거(考据) , 변증류(辨證類) 필기(筆記)이지요. 고대 사람들은 필기소설을 소설가류(小說家類)에 포함을 시켰습니다. 고대의 도서 분류법은 매우 복잡하고 어지러운데, 『신당서(新唐書)․예문지(藝文志)』나 『사고전서』 등의 분류를 보면 소설가류가 포함하고 있는 내용들이 매우 많지요. 그래서 필기(筆記)라는 말로 명명을 한 루유(陸游)의 『노학암필기(老學庵筆記)』같은 경우, 『사고전서』에서는 소설가(小說家)로 구분을 하였고, 어떤 책에서는 잡가(雜家)로 구분을 하였으며, 송대(宋代)의 도서분류법에서는 소설가(小說家)에 포함을 시켰지요. 필기소설들은 청대(淸代) 『사고전서』에 와서 두 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하나는 소설가류(小說家類)이고, 또 하나는 잡가류(雜家類)로, 어떤 필기 작품들은 잡가류에 포함이 되었지요. 이것이 바로 청대 사람들의 필기 분류법이지요. 그리고, 청대 소설가류(小說家類)의 잡사지속(雜事之屬)에 보면, 또한 많은 잡다한 내용들이 있는데, 그 중에 기사(記事)적인 내용 즉, 인간사를 다룬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필기들을 모두 사료적인 내용으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청말민초(淸末民初)에 『필기소설대관(筆記小說大觀)』이라는 총서(叢書)가 편찬이 되고, 이후에 이 책의 영향이 매우 커서 잡다한 내용을 가진 작품들을 모두 필기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타이완에서 나온 책을 보았는데, 『필기소설대관』이 포함하고 있는 필기소설을 더욱 확장시켜서 출판을 했습니다. 그래서 필기와 필기소설의 구분이 매우 모호하고 어지러워졌고, 연구자들의 의견도 각기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정민경 : 그래서 지금까지 필기와 필기소설에 대한 의견이 매우 분분한 것 같습니다. 제가 박사논문의 주제로 택한 『유양잡조(酉陽雜俎)』도 보면 너무나 그 내용이 넓고도 잡다해서, 사람들이 당대(唐代)의 대표적인 필기소설로 보는 것이 아닐까요?

청이중 : 『유양잡조(酉陽雜俎)』의 경우, 약간의 특수성을 지닌 작품인 것 같습니다. 노신의 『중국소설사략』에서 보면, “잡조(雜俎)”라는 것을 하나의 유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잡조체(雜俎體)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송대(宋代)의『몽계필담(夢溪筆談)』을 들 수가 있는데, 이 책에도 많은 유형의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역사적인 내용도 있고,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는 것도 있으며, 지괴적인 내용도 있고요. 이 책 역시 『유양잡조』처럼 매우 많은 유형의 이야기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렇게 잡다한 이야기 중에 지괴적인 내용이나 지인적인 내용을 지닌 것만이 소설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도 표준적이고 진정한 소설이 아닌 그냥 소설이라고 불릴 수가 있겠지요.

정민경 : 선생님, 그럼 『유양잡조』같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은 어떻게 분류를 해야 할까요.

청이중 : 제가 생각하기에 『유양잡조』같은 책은 하나의 작은 총서(叢書)로 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어떤 내용이든 모두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만약에 현재의 분류법으로 말을 한다면 종합성질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고, 이전의 분류법으로 말을 한다면 잡가류(雜家類)의 책으로 보는 것이 좋겠지요. 하지만, 이전의 분류법상에 유양잡조는 잡가류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가류에 속해있습니다. 『사고전서』에서도 『유양잡조』를 소설가류에 분류시키고 있지요. 이것은 특수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유양잡조』안에 소설적 내용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비교적 높아서, 소설가류에 분류시킨 것 같습니다.

정민경 : 『유양잡조』안에는 지괴소설(志怪小說) 뿐만 아니라, 전기소설(傳奇小說)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들어있습니다. 사실상 지괴(志怪)와 전기(傳奇)의 구분도 아직 명확히 내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청이중 : 네 그렇지요. 제가 몇 일전에 베이징대학에서 열린 고대문체연구중심(古代文體硏究中心) 회의에 참가했었는데, 소설문체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다 보니, 매우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지요. 지괴와 전기의 구분문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만약 중국 고전 소설을 문언소설이라고 한 파트로 분류를 하고 그 안에 포함을 시키면 별로 큰 문제가 없지만, 그 문언소설 안의 여러 문체들을 다시 분류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정민경 선생이 논문 안에서 필기와 필기소설을 구분하려고 한 시도는 매우 필요한 연구인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필기와 소설은 구분이 되어야하지요. 그러나 필기와 소설을 구분을 하려면 많은 곤란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필기 안에는 또한 영괴(靈怪), 지괴(志怪) 등의 소설적 성질의 내용들이 존재하면서 서로 교차하니까요. 필기와 소설이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겠지요.

정민경 : 선생님, 그렇다면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 같은 작품은 어떻게 보아야할까요?

청이중 : 『열미초당필기』도 연구자들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로 보고 있지요. 그렇지만 『열미초당필기』는 『요재지이』와는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열미초당필기』는 많은 우언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지은 것이지요. 그래서 도학적인 성격이 비교적 강합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전설이기도 하지만 기윤이 전설을 선택한 이유는 모두 자신에 도리를 말하기 위한 것이지요. 어떤 이야기들은 자신의 의견을 알리기 위해서 심지어 창작하기도 했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중국 소설의 분류 문제는 계속해서 꾸준히 연구해보아야 할 영역인 것 같습니다. 특히 특수한 전형적인 예들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정민경 : 제가 선생님의 책을 보다보니, 선생님께서는 중국소설을 고체소설(古體小說)과 근체소설(近體小說)로 분류해놓았던데, 고체소설과 근체소설로 분류하는 방법은 어떤 이점이 있나요?

청이중 : 이 분류방법은 제가 중국 소설을 문언소설과 백화소설로 분류하는 것이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여겨서 새로 생각해낸 분류 방법입니다. 백화소설의 경우 5.4운동 이후의 백화소설도 백화소설이라고 하기 때문에, 고체소설과 근체소설로 분류를 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될 것 같아서요. 그러나 이 분류가 근본적인 소설 분류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문언소설도 통속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국지연의』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문언이지만 우리는 통속소설로 보고 있지요. 저의 분류방법은 적어도 이러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요.

정민경 : 질문을 바꿔서, 선생님께서 지난주에 저에게 『현괴록(玄怪錄)』의 새로운 판본이 발견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새 판본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청이중 : 이전에는 『현괴록』의 판본에 대해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제가 『천잉샹각본(陳應翔刻本)』 4권본을 이용하여 정리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천잉샹각본』은 잘못된 글자가 많고, 페이지가 없는 것도 있었습니다. 제가 정리한 『현괴록』이 출판된 이후에 북경국가도서관(北京國家圖書館)에서 다른 판본을 수집하였는데, 이 판본에서는 『현괴록』을 피휘하여 『유괴록(幽怪錄)』이라고 하지 않고 직접 『현괴록』이라고 명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권수도 4권이 아닌 11권이지요. 4권본이든 11권본이든 당대(唐代) 뉴썽루(牛僧孺)의 원본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송대(宋代)의 『직재서록해제(直齋書錄解題)』에 보면 당시 유행하던 판본이 11권이라고 밝혀놓은 것이 있고, 명대(明代) 『백천서지(百川書志)』에도 『현괴록』의 권수가 11권이라고 기재하고 있어서, 4권본 보다는 더 그 근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자도 비교적 좋고 잘못된 글자도 4권 본 보다는 적으며, 다른 판본보다는 완정한 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현괴록』을 정리해서 출판하고 싶었는데, 제가 정리를 다 하지도 못했고, 출판사에서도 별로 반응이 없어서, 지금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민경 : 그렇다면, 새로 발견된 판본에서는 『현괴록』이야기의 증감(增減)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나요?

청이중 : 아닙니다. 새로 발견된 판본도 내용상에 있어서는 4권본과 똑같습니다. 편수도 같고요. 문자상에 있어서 비교적 완정하다는 것뿐이지요.

정민경 : 이제까지 선생님의 좋은 의견을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청이중 : 별로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제가 나이도 많고 몸도 별로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 도서관에 다니기도 불편해서 그냥 자질구레하게 벌려놓은 일을 하면서 보내려고 합니다.

정민경 : 선생님, 이렇게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이중 : 별말씀을요.

(2002년 6월 25일 대담)

[엮은이 주: 이 글은 원래 『중국소설연구회보』 제36집(1998년 11월)에 실린 것을 엮은이가 수정 보완했다.]

[참고] 청이중(程毅中, 1930~ ) 교수 소전(小傳)

고전문학 연구가. 필명으로는 청훙(程弘) 등이 있고 장쑤(江蘇) 쑤저우(蘇州) 사람이다. 1955년에 베이징(北京)대학 중문과(中文系)를 졸업하였고 이듬해에 본 대학 중국문학사 연구생으로 입학하여 전후로 지도교수 푸장칭(浦江淸) · 우쭈샹(吳組緗)의 지도 하에 송원명청(宋元明淸)문학을 공부하였다. 1958년에는 중화서국(中華書局)으로 부임하여 문학편집실(文學編輯室) 주임 · 편심(編審) · 부총편집(副總編輯) 등을 역임하였으며 지금은 중앙문사관(中央文史館) 관원, 중국작가협회(中國作家協會) 회원, 중국돈황토로번학회(中國敦煌吐魯番學會) 이사, 중국속문학학회(中國俗文學學會) 상무이사, 중국영련학회(中國楹聯學會) 고문, 『문학유산(文學遺産)』 편집위원, 『연경학보(燕京學報)』 편집위원, 『세기(世紀)』 편집위원 등 직을 겸임하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는 『송원화본(宋元話本)』(中華書局, 1964), 『수당가화(隋唐嘉話)』(校點, 中華書局, 1979), 『고소설간목(古小說簡目)』(中華書局, 1981), 『현괴록(玄怪錄)』(校點, 中華書局, 1982), 『속현괴록(續玄怪錄)』(校點, 中華書局, 1982), 『연단자(燕丹子)』(校點, 中華書局, 1985), 『불절여루적가성(不絶如縷的歌聲)』(香港 中華書局, 1989), 『당대소설사고(唐代小說史稿)』(文化藝術出版社, 1990), 『고대소설사료만화(古代小說史料漫話)』(遼寧敎育出版社, 1992), 『중국시체유변(中國詩體流變)』(北京 中華書局, 1992), 『중국고대소설백과전서(中國古代小說百科全書)』(공편, 中國大百科全書出版社, 1993), 『신괴정협적예술세계(神怪情俠的藝術世界): 중국고대소설유파만화(中國古代小說流派漫話)』(편, 中共中央黨校出版社, 1994), 『중국화본대계(中國話本大系): 경본통속소설등오종(京本通俗小說等五種)』(校點, 江蘇古籍出版社, 1994), 『고체소설초(古體小說鈔): 송원권(宋元卷)』(공편, 中華書局, 1995), 『송인시화외편(宋人詩話外編)』(공편, 國際文化出版公司, 1996), 『담수(談藪)』(校點, 中華書局, 1996), 『운재광록(雲齋廣錄)』(校點, 中華書局, 1997), 『송원소설연구(宋元小說硏究)』(江蘇古籍出版社, 1998)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關於變文的幾點探索」(『文學遺産增刊』 1962년 제10집), 「略談李善注『文選』的尤袤刻本」(공저, 『文物』 1976년 제11기), 「『異聞集』考」(『文史』 1979년 제7집), 「說話札叢」(『中國古典文學硏究論叢』 吉林人民出版社, 1980), 「唐代小說瑣記(1~3)」(『文學遺産』 1980년 제2기; 『社會科學戰線』 1982년 제4기; 『文史』 1986년 제26집), 「簡評話本小說槪論」(『文學遺産』 1981년 제2기), 「『麗情集』考」(『文史』 1981년 제11집), 「五種古本小說與『最娛情』」(『光明日報』 1986년 12월 30일), 「論唐代小說的演進之迹」(『文學遺産』 1987년 제5기), 「唐代俗講體制補說」(『敦煌語言文學硏究』 北京大學出版社, 1988), 「『虞初志』的編者與版本」(『文獻』 1988년 제2기), 「『太平廣記』的幾種版本」(『社會科學戰線』 1988년 제3기), 「敦煌俗賦的淵源及其與變文的關係」(『文學遺産』 1989년 제1기), 「關於說一枝花的資料」(『文學遺産』 1989년 제2기), 「古籍新生四十年」(『瞭望』 1989년 제40기), 「『嬌紅記』在小說藝術發展中的歷史價値」(『許昌師專學報』 1990년 제2기), 「十二卷本『剪燈叢話』補考」(『文獻』 1990년 제4기), 「敦煌本『孝子傳』與睒子故事」(『中國文化』 1991년 제5기), 「『說郛考』評介」(『書品』 1992년 제2기), 「『玄宗遺錄』裏的楊貴妃形象」(『文學遺産』 1992년 제5기), 「古代校勘學的得失與當代古籍整理」(『傳統文化與現代化』 1993년 제4기), 「從姚卞弔諸葛詩談小說家話本的斷代問題」(『文學遺産』 1994년 제1기), 「古代小說與古籍目錄學」(『傳統文化與現代化』 1995년 제1기), 「宋人傳奇拾零」(『文學遺産』 1995년 제1기), 「簡述明代前期的歷史演義」(『書品』 1995년 제2기), 「讀稗瑣札」(『國學硏究』 北京大學出版社, 1995년 제3기), 「關於宋元小說硏究的若干問題」(『文學遺産』 1995년 제5기), 「『舜子變』與舜子故事的演化」(『潘石禪先生九秩華誕敦煌學特刊』 臺北 文津出版社, 1996), 「『紅白蜘蛛』校注」(『中國古籍硏究』 上海古籍出版社, 1996년 제1권), 「宋元小說的寫實手法與時代特徵」(『社會科學戰線』 1996년 제6기), 「『西游記』版本探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