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뢰杜耒 추운밤寒夜

추운밤寒夜/송宋 두뢰杜耒

寒夜客來茶當酒 추운 밤에 손님 와서 차로 술 대신하니
竹爐湯沸火初紅 빨갛게 불이 피자 죽로에서 찻물 끓네
尋常一樣窓前月 창 앞 달은 평소 보던 바로 그 달이나
纔有梅花便不同 갓 피어난 매화 몇 송이 이전과 다르네

시의 제목을 <한야(寒夜)>라고 한 것은 시의 첫 구 첫 마디와 같은데 이는 시의 입구만을 보인 것이다. 지난번에 소개한 소식의 <동경(冬景)> 역시 시의 내용은 매우 상징적이지만 제목은 그 일단만 드러내었다. 이와 달리 시 내용에 비해 제목을 마치 서문처럼 길게 쓴 시들도 많은데 이러한 것은 모두 시인이 시를 쓸 당시의 정황과 생각에 따라 다른 것이다.

‘다당주(茶當酒)’는 차로 술을 당한다는 말이니, 술 대신 차로 손님을 접대한다는 의미이다. 죽로(竹爐)는 대나무를 정교하게 엮어 짠 외피 속에 화덕을 넣고 그 위에 금속 주전자를 놓아 차를 끓이는 화로를 말한다. 대만 고궁박물원에는 청 황실에서 쓰던 죽로가 있으며 옛날 그림에도 동자들이 죽로에 차를 끓이는 그림들이 전해 온다. 우리나라 시문을 보면 가끔 이 죽로가 나오는데 상당히 상류층에서 사용하던 귀한 생활 도구로 보인다. 지금 손님이 오자 차를 대접하기 위해 동자에게 차를 끓이라 하고 손님과 담소를 나누는 상황이다.

3, 4구에서 경물을 묘사한 것은 매우 선택적이다. 달과 매화를 선택한 것은 이 손님과의 교제가 고아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추운 밤에 손님이 왔다는 것 자체가 벌써 그러한 흥취를 은근히 띠고 있다. 진(晉)나라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가 산음(山陰)에 살 때, 내리던 폭설이 그치고 달빛이 환한 밤에 홀로 술을 마시며 좌사(左思)의 〈초은(招隱)〉 시를 읽다가 불현듯 섬계(剡溪)에 있는 벗 대규(戴逵)가 보고 싶어 밤새도록 배를 타고 그 집까지 찾아갔다가 돌아온 일이 있다. 그때 그는 대규의 집 문 앞에서 그냥 돌아가며, “나는 본래 흥이 나서 왔다가 흥이 다해 돌아간다. [吾本乘興而行, 興盡而返]”라는 말을 하였다. 이 시에 나온 손님도 그렇지 않겠는가?

시인은 창 앞의 달은 평소에 보던 것과 같은 달이라 한다. 3구는 도치 구문이다. 심상일양(尋常一樣)은 평상시와 똑같다는 말이다. 마지막 구에 ‘재(纔)’ 자를 쓴 것은 매화가 금방 핀 것을 말한다. 서너 송이 매화가 겨우 피어 있는 것이다, 뒤에 다시 ‘변(便)’ 자를 쓴 것은 이 점이 특별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이 시인이 창 앞의 달이야 평소에 늘 보던 것이라 하지만 그것만 해도 사실 운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은 특별히 매화까지 몇 송이 피어 차를 끓이려고 죽로에 불을 붙여 숯불의 빨간 불빛이 비칠 무렵, 그 은은한 향기가 두 사람의 대화하는 공간으로 스며들고 있으니 운치가 자못 그윽하다.

두뢰(杜耒, ?~1225)는 남송 우강(旴江), 즉 지금의 강서성 임천(臨川) 사람으로 자는 자야(子野), 호는 소산(小山)이다. 천가시에 두소산(杜小山)이라 한 것은 그의 호를 쓴 것이다. 태부경(太府卿) 이전(李全)의 막부에 있었는데 나중에 이전이 난을 일으켜 처형당할 때 같이 화를 입었다. 두뢰는 당시에 시로 이름이 났는데 대복고(戴複古)와 창화를 하였다. 왕안석이 어렸을 때 두뢰에게 시를 배웠다.

시가 범상치 않아 이 시인의 시를 몇 편 찾아 읽어보았더니 사방 배를 타고 떠돌아다녔던 것으로 보이는데 시의 수준이 매우 높다. 가령 <추만(秋晩)> 시에 “저편 석양 아래 붉고 누른 단풍은, 저물녘 비 내리는 봄 산보다 훨씬 아름답네.[丹林黃葉斜陽外, 絕勝春山暮雨時]” 라든가, <초계(苕溪)> 시에 “귀밑머리 센 가을에 바람은 배 선창을 때리니, 이 생애에 작은 배를 타고 다니지 않은 해가 없네. 시를 읊는 것은 근심을 털어버리려는 것인데 시를 짓고 보니 글자마다 근심이네.[風掠篷窓兩鬢秋, 生涯無歲不扁舟. 吟詩本欲相消遣, 及到吟成字字愁.]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宋 高克明, <乌江寒夜图> 부분

365일 한시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