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목杜牧 가을 저녁秋夕

가을 저녁 秋夕/당唐 두목杜牧

銀燭秋光冷畫屏 가을밤의 은촉 불빛 화병에 싸늘한데
輕羅小扇撲流螢 가벼운 비단 부채 반딧불이 쳐서 잡네
天階夜色涼如水 궁궐 섬돌 밤 분위기 물처럼 차가운데
坐看牽牛織女星 그 계단에 앉아 견우와 직녀성 쳐다 보네

가을밤의 차가움을 느끼는 곳이 세상에 많겠지만 깊은 궁궐에 갇힌 채 오직 황제의 은총만 바라고 있는 궁녀의 한은 더욱 가을의 고독과 차가움을 느끼게 한다. 지금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궁녀의 고독이나 궁중의 비사를 문학적 제재로 많이 활용하였다.

지금 우리가 사치하고 진귀한 궁중 유물을 봉건 시대 지배자들이 민중의 고혈을 빨아 호사의 극을 달린 반동의 산물이라고만 보지 않고 역사, 문화, 예술 다방면의 연구나 전시 자료로 활용하는 것처럼 이런 궁원시 역시 봉건 시대 여성 인권을 유린한 착취자의 만행이기도 하지만 여러 각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시는 이런 궁녀의 고독을 일종의 관심 있는 문학적 소재로 삼았다. 이 시가 궁녀의 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려는 의도에서 지어진 시는 분명히 아니며 오히려 궁녀의 슬픔과 고독에서 이색적인 비극적 미감을 발견하고 이를 향유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한시에서는 많이 보이지 랂는 중국 문학의 주요한 툭징이기도 하다.

이 시는 냉(冷)과 량(凉)이 시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동시에 여인의 심리를 담고 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방이라 그림을 그려 넣은 병풍 앞에 촛불만이 덩그렇다. 이 여인은 이따금 날아드는 반딧불이를 부채로 쳐서 잡는다. 이윽고 무료한 나머지 가을 물처럼 차가운 궁궐 섬돌 앞에 나 앉아 청승맞게 턱을 괴고 견우직녀성을 쳐다본다. 특히 부채로 반딧불이를 잡는 행위는 그 궁녀의 구석진 공간, 적막감, 버림받은 신세 등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화려한 궁궐과 좋은 침실, 질 좋은 생활 용구를 사용하는 궁녀이지만 대부분 여염집 부녀보다 못한 이런 실상은 가을의 고독을 극대화한다. 궁궐과 미인, 궁녀라는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 슬픔에 공명하게 하여 독특한 미감을 느끼게 한다.

가을이 한 밤중 잠 못 이루는 궁녀의 고독을 만나 참으로 깊은 차가움을 실감하게 한다.

견우성과 직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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