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승람瀛涯勝覽 서序

내가 예전에 《도이지(島夷誌)》를 보니 중국과는 다른 계절과 기후, 지리와 인물이 기록되어 있어서 감개하여 탄식했다. 같은 하늘 아래 있거늘 어찌 이렇게 다른 것인가! 영락 11년(1413) 계사(癸巳)에 태종문황제(太宗文皇帝)께서 정사태감(正使太監) 정화 등에게 칙명을 내려서 보선(寶船)을 이끌고 서양의 여러 번국(番國)에 가서 조서(詔書)를 낭독하고 하사품을 내리라고 하셨다.

나도 번국의 글을 통역하기 위해 사신 행렬의 말단에 선발되어 따라갔는데, 엄청난 파도가 망망하게 펼쳐져서 몇 천 리나 되는지 몰랐다.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그곳의 계절과 기후, 지리, 인물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후에 《도이지》의 기록이 거짓이 아니고 또 그보다 훨씬 기괴한 것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각 나라의 추하고 아름다운 인물들과 풍속과 토산품의 차이, 강역(疆域)의 체제들을 캐고 주워 모아서 차례로 엮어 책을 만들고 《영애승람》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니, 독자들이 잠깐 살펴보기만 하면 여러 번국들에 관한 모든 중요한 사실들과 특히 성왕(聖王)의 교화가 미친 바가 이전 왕조에 비할 정도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부끄럽게도 우매하고 하잘것없는 일개 백성이 외람되게 사절단과 함께 하면서 이런 빼어난 장면들을 둘러볼 수 있었으니, 참으로 천재일우의 훌륭한 기회였다. 이 책은 마음을 기울여 어휘를 배열했지만 아름답게 꾸밀 수는 없었고 단지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썼을 따름이니, 독자들께서는 천박하다고 꾸짖지 마시기 바란다. 이것으로 서문으로 삼는다.

대명(大明) 영락 14년(1416)의 이듬해 병신년(丙申年) 음력 11월 길일(吉日)

정화의 항해를 통해 베이징으로 들여온 기린

회계산초(會稽山樵) 마환(馬歡)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