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 백거이白居易 벌레 우는 소리를 듣고聞蟲


벌레 우는 소리를 듣고聞蟲/당唐 백거이白居易

暗蟲唧唧夜綿綿 깊어 가는 가을밤 어디선가 찌륵찌륵
況是秋陰欲雨天 비 올 듯한 하늘엔 구름마저 끼었네
猶恐愁人暫得睡 수심에 찬 이 사람 한 눈 붙일까 봐
聲聲移近臥床前 찌륵찌륵 침상 앞으로 점점 다가오네

이 시는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814년 43세로 하규(下邽)의 위촌(渭村)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 3년 전인 811년에 어머니 진씨(陳氏)의 상을 당해 벼슬을 그만두고 내려와 복을 마치고도 이곳에 더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촌은 지금 서안의 동북방에 있는 위남(渭南)의 북쪽에 위치한다.

봄에는 봄대로 꾀꼬리가 수심을 자아내고 가을엔 귀뚜라미가 또 그 역할을 한다. 수심 깊은 사람이 소리에 민감해 그렇기도 하지만 봄 새 울음소리나 가을벌레가 그런 상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시인은 어머니 탈상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니와 조정에서 위치가 불안하여 생각이 복잡할 때이다. 이듬해 백거이는 강주 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된다. 이럴 때 시골집에 머물러 있으니 자연 수심이 깊다.

이 시가 한 편의 시가 된 것은 귀뚜라미가 마치 시인이 잠을 잘까 봐서 점점 침상으로 다가온다는 진술에 있다.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근심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시인의 태도가 시에 신선한 활력과 생기를 주고 공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清 居廉 <蟋蟀>,출처 雅昌艺术网

365일 한시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