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 231-위응물韋應物 회수 가에서 낙양서 알던 이 주부를 만나淮上遇洛陽李主簿

회수 가에서 낙양서 알던 이 주부를 만나淮上遇洛陽李主簿/당唐 위응물韋應物

結茅臨古渡 옛 나루터 가에 띳집 짓고
臥見長淮流 누워서 긴 회수를 바라보네
窓裏人將老 창 안의 사람은 늙어가리라
門前樹已秋 문 앞 나무도 가을이 왔거니
寒山獨過雁 찬 산엔 기러기 하나 지나고
暮雨遠來舟 저녁 빗속 멀리서 배가 오네
日夕逢歸客 밤낮 돌아가는 객 만나리니
那能忘舊遊 옛날 노닐던 일 어이 잊으리

위응물(韋應物, 737~792)이 773년에 강회(江淮) 지방에서 광릉(廣陵), 즉 양주로 가서 무슨 일을 하다가 실패하고 상심을 안은 채 그 이듬해 774년 가을에 다시 낙양으로 돌아가려던 중에 옛날 낙양서 알고 지내던 이 주부라는 사람을 만나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옛 나루터에 띳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이 주부이다. 그는 그 집 안에서 넘실거리며 길게 흘러가는 회수의 물결을 본다. 이 나루터는 이제 폐기되어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예전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입에 오르내렸지만 이젠 사람들에게 잊힌 존재이다. 마치 회수 물결이 한 번 흘러가면 다시 거꾸로 돌아오는 법이 없는 듯이. 이 주부도 나도 이런 운명을 피할 길 없으리라.

지금 이 집 창 안에서 이런 풍경을 매일 바라보는 이 주부는 장차 쓸쓸히 늙어갈 것이다. 벌써 이 집 문 앞의 나무에도 가을이 오지 않았던가. 이런 자연의 어김없는 세월의 변화는 인간도 피할 수 없다. 젊은 날의 큰 뜻은 펼칠 길 없고 이젠 몸도 쇠약해지고 가진 것도 없다. 그대와 나의 운명도 저 나무와 같은 것인가.

이 집에서 보니 쓸쓸히 차가운 가을 산에 무리에서 떨어진 기러기 한 마리가 지나간다. 그대는 그 기러기와 같다. 저물녘 비가 내리는 가운데 멀리서 배가 온다. 이곳 운하를 통해 낙양으로 가는 사람 중에는 예전 벗들도 있으리라. 무심한 듯 그린 풍경은 실제의 풍경이기도 하지만 이 주부의 노경을 묘사한 것이면서 동시에 시인의 상심도 겹쳐 있다. 실경과 비유와 우의(寓意)가 4구의 대구 속에 한 덩어리로 녹아 있다.

밤낮으로 이곳을 지나 낙양으로 가는 사람이 많을 텐데 옛날 낙양서 지내던 일을 어찌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에서는 이 주부의 추억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예전에 같이 지내던 우의를 잊지 않고 자신을 환대해준 마음 역시 담겨 있다.

가을 풍경과 이 주부의 은거 생활을 묘사한 가운데 그 쓸쓸한 노경과 고독이 절로 드러났고 실의에 젖은 위응물 자신의 마음도 의탁되어 있다. 아주 솜씨 있게 바느질하고 다림질하여 그 꿰맨 표시와 주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가을 풍경과 늙음과 고독, 그리고 시인의 상심이 서로 어울려 깊고도 오묘한 울림을 준다.

明 檀芝瑞 <送别圖>

365일 한시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