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 제2권 2

제2권 요적주는 수치를 면하려다 도리어 수치를 야기하고
정월아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계속 잘못을 저지르다
姚滴珠避羞惹羞 鄭月娥將錯就錯 2

하루가 지난 후 왕석은 바깥에 나갔다가 같은 현(縣) 상산(商山) 지방의 오대랑(吳大郞)이라고 하는 대부호를 만났다. 그 오대랑이란 자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고 풍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평소 바람피울 건수만 찾던 터라 왕석을 알아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요즘 뭐 좋은 일 없나?”

“나리께서 기쁘시게도 마침 저희 집에 이제 막 과부가 된 조카딸이 있는데, 생긴 것도 예쁘장하고 아직 임자가 없으니 그야말로 나리의 것입니다만 값이 좀 비쌉니다.”

“내가 한 번 볼 수 있겠나?”

“그럼요. 그런데 양가집 규수라 부끄러워할 것이니, 제가 먼저 집에 가서 그 아이와 대청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테니까, 나리는 중간에 쑥 들어와서 괜찮은지 보시기만 하면 됩니다.”

오대랑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자, 왕석은 먼저 돌아가 요적주가 방안에 앉아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낭자, 대청으로 좀 건너가 계시지 어째 갑갑하게 방안에 앉아 계시오?”

왕할멈은 뒤에서 듣고 있다가 자기도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맞아. 낭자, 좀 밖에 나와서 앉아 계셔.”

그러자 적주는 그 말에 따라 바깥으로 나왔다. 왕석이 곧 방문을 닫자, 적주는 앉고 나서 왕할멈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주머니, 아무래도 난 친정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낭자 성급하게 굴지 말우! 우린 그저 낭자 인물을 아껴서 차마 낭자가 고생하게 놔둘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권하는 거유. 낭자가 조금만 더 참으면 틀림없이 좋은 연분을 만나게 될 거유.”

이렇게 말하고 있으려니 밖에서 한 사람이 뛰어들었는데, 그의 차림새는 이러했다.

머리에는 앞뒤 한 면씩 대쪽을 댄 갓을 썼는데, 옆으로는 좌우 하나씩 한 쌍의 밀랍 장식을 달았구나. 몸에는 가느다란 깃과 넓은 소매의 검은 비단 도포를 입었고, 발에는 굽이 낮고 얇은 붉은 신을 신었구나. 만약 송옥(宋玉)9이 담 옆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반악(潘岳)10이 수레를 타고 온 것이리.

그는 곧장 대청 안으로 걸어 들어와서는

“왕씨 집에 있나?”

하는 것이었다. 요적주는 당황하여 재빨리 몸을 일으켰으나 이미 얼굴을 마주쳤다. 그래도 급히 방문 쪽으로 뛰어갔으나, 뜻밖에도 문은 조금 전에 나올 때 왕석이 몰래 걸어 놓아서 피할 곳이 없었다. 그러자 왕할멈은 웃으며

“오나으리시군요, 근데 이렇게 미리 아무 말씀도 없이 오셨어요!”

하고는 적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의 오래된 단골이시니 괜찮아요.”

그리고 다시 오대랑에게

“이 낭자를 만나보시면 되겠네요.”

라고 말했다. 오대랑이 깍듯하게 인사를 하자 적주도 할 수 없이 인사를 받고는 슬쩍 훔쳐보니, 그야말로 잘생긴 젊은 낭군이어서 속으로 이미 어느 정도 마음에 들었다. 오대랑이 아래위로 한 번 살펴보니, 화장을 하지 않고 말쑥하고 우아하게 단장한 모습이 자연스런 양가집 규수의 자태라 기생들하고는 전혀 달랐다. 그는 전문가라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터였으니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며 말했다.

“낭자 앉으시지요.”

그래도 요적주는 양가집 출신이라 다소 부끄러워하여 그저 왕할멈에게

“우린 그냥 들어가지요.”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할멈은

“뭘 그렇게 당황해 하세요?”

하고는 적주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오대랑에게 물었다.

“나으리, 마음에 드세요?”

“할멈이 만들어준 건데 어련할라구. 내 은혜는 잊지 않겠소.”

“나으리는 돈이 아주 많으시니까 한 천 냥쯤 주고 데리고 가시면 되겠네요.”

“기생도 아닌데 뭘 그렇게 많이 불러?”

“많기는요. 나리께서 저렇게 예쁜 모습을 보셨고, 이제 나리께 첩으로 삼아드리는 건데 천 냥도 못 쓰세요?”

“기어이 천 냥을 내라면 그거야 문제없지. 단지 우리 마나님이 모질어서 쌍스런 짓을 잘하는데, 나는 무서워할 게 없지만 저 어린 낭자를 못살게 굴까봐 좀 안심이 안 돼 데리고 가지는 못하겠는데.”

“그게 뭐 어렵겠어요? 따로 집 한 채 장만해서 살게 해서는 마님을 두 분 두고 계시면 좋지 않겠어요? 일전에 강가(江家)네 화원 하나가 비어서 다른 사람한테 세를 주려고 한다던데, 이 늙은이가 나으리 대신에 한번 물어보는 게 어떻겠어요?”

“좋긴 좋은데. 다만 따로 살게 되면 심부름 시킬 하인 있어야지, 시중 들 하녀 있어야지, 밥도 따로 해먹어야 하거든. 그건 그래도 괜찮아. 하지만 집사람은 속여 넘길 수가 없는 게, 종일 그 요란을 떨다가 서둘러 돌아와서 같이 지낸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이 늙은이가 더 식견이 있네요. 나으리께서 예물을 가져와 여기서 결혼을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매달 몇 냥 정도 생활비를 내시면 제가 대신 모셔드리는 겁니다. 나으리께서는 댁에 계시다가 다른 일로 핑계를 대시고 나와 가끔 이리 오시면 쥐도 새도 모를 것이니 얼마나 좋아요?”

“그것 참 기발한 생각이군, 기발한 생각이야.”

오대랑이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리하여 납채 예물로 은 팔백 냥과 옷이며 장신구 등을 갖추어 보내오기로 합의한 것은 물론이며, 합해서 천 냥 정도가 되었다. 매월 생활비와 방세 열 냥은 다달이 지불하기로 했다. 오대랑은 모두 승낙하고는 황급히 돈을 가지러 갔다.

왕할멈은 다시 방으로 들어와 요적주에게 물었다.

“방금 그 나리 어떠슈?”

원래 적주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끄러워서 방으로 들어갔었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아쉬워하여 컴컴한 곳에 숨어 기웃기웃하며 잘 보아두었던 터였다. 오대랑이 왕할멈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방문 안을 힐끔힐끔 훔쳐보니 가끔씩 얼굴이 반쯤 드러났는데, 만약 아무도 없고 또 전혀 모르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벌써 은밀한 일을 벌였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요적주는 왕할멈이 그녀에게 그렇게 묻는 것을 보고는 곧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되물었다.

“그분은 어떤 집안 사람인데요?”

“휘주부에서 유명한 상산 오가(吳家) 사람인데, 그분이 또 오가 중에서도 가장 부자인 오백만(吳百萬) 나으리셔. 그분이 낭자를 보고서 너무 맘에 들어 부인으로 맞아들이고 싶어 하는데, 좀 불편한 점이 있어서 그냥 이곳에서 낭자를 맞아들여 살게 하려고 하는데 어떠셔?”

요적주는 이곳의 깨끗한 침실이 좋고 또 오대랑의 인물이 눈에 들었기에, 이곳에서 살게 된다는 말을 들으니 마치 자기 집과 같아서 속으로 무척 마음에 들어 이렇게 대답했다.

“기왕 여기에 왔으니 그저 할멈만 믿겠어요. 편하고 소문만 안 나면 좋겠어요.”

“어떻게 소문이 날 수가 있어? 다만 낭자가 앞으로 같이 지내면서 그 사람한테 사실을 말해서 업신여김을 당해선 안돼요. 그저 나를 친척이라고 하고 몰래 즐기면 그만이라우.”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오대랑이 가마를 타고 오는데 뒤에는 잘생긴 하인 두 명이 예물함 두 개를 받들고 뒤따라오는 것이었다. 집에 들어오자 약속대로 돈을 건네준 다음 이렇게 물었다.

“언제 혼례를 올리지?”

“나리께서 좋을 대로하세요. 길일을 택하시거나 날을 택할 필요가 없으면 오늘밤도 좋습니다.”

왕할멈이 대답하자 오대랑은

“오늘은 집에다 말을 해두지 못해서 갑작스레 머물기가 뭣해요. 내일 내가 예불도 하고 수금도 하러 항주에 간다고 핑계대고 이리 와서 머물면 되니까 길일 같은 건 택할 필요도 없지.”

라고 말했다. 오대랑은 그저 음심으로 가득 차 택일 따위를 기다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혼인의 대사를 논하려면 그래도 마땅히 좋은 시일을 찾아야 하거늘, 지금 이렇게 아무렇게나 처리한다면 어떤 흉한 살(煞)을 범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일이 년 내로 깨지고 마는데, 이것은 나중 이야기이다.

각설하고, 오대랑은 돈을 넘겨주고는 돌아가서 내일의 환락만 기다렸다. 할멈은 또 왕석과 계략을 짜고 난 다음 요적주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축하드려요 낭자, 벌써 일이 다 됐어.”

그리고는 곧 오대랑이 준 돈 중에서 4백 냥을 가져다 히죽거리며

“은 팔백 냥을 줬는데 낭자가 반을 가지시고, 우리 두 사람이 나머지 반을 나눠서 중매 비용으로 했어요.”

라고 말하고 탁자 위에다 눈부시도록 하얀 은자를 벌여 놓았다. 적주는 그래도 좋아했다.

이야기꾼 양반, 이게 말이 됩니까? 이런 불량배와 매파들이란 돈만 보면 파리가 피를 본 듯 할 터인데 어찌 양심을 가지고 그녀에게 반을 내주려 한단 말이오?

독자님들, 여기에는 다 까닭이 있습니다. 먼저 그들은 요적주 앞에서 자신들의 부귀함을 과시해서 그녀의 마음을 사려고 한 겁니다. 그리고 돈이 결국 그들 집에 있는 것이라 어디로 도망갈 걱정도 없으니 차츰 울궈내서 고스란히 되찾는다는 계산인 거지요. 만약 적주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가 나중에 오대랑과 함께 지내면서 그녀가 사실을 털어놓아 돈을 토해내라고 하면 도리어 손해가 될까 두려웠던 겁니다. 이것이 바로 늙은 도둑년의 교묘한 속셈인 게지요.

오대랑은 이튿날 과연 말쑥하게 단장하고 혼례를 올리러 왕석의 집으로 왔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들러리도 쓰지 않고 악대도 부르지 않고 그저 왕석에게 술상 두 개를 마련해 달라고 하여 요적주를 청해다 함께 앉아 마시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요적주는 처음에는 부끄러워 나오려 하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요청에 못 이겨 억지로 잠깐 앉았다가 핑계를 대고 방으로 들어가 바로 등불을 끄고 문은 잠그지 않은 채 먼저 잠을 잤다. 할멈은

“아무래도 여자라 부끄러워하니 우리가 기분을 좀 맞춰줘야 되겠어요.”

하고는 등불을 비춰 오대랑을 방에 들어가게 하고는 다시 방안의 불을 켜고 자기는 다시 나와 문을 닫았다. 오대랑은 세심한 사람이라 문을 걸고는 등불을 들고 침상 곁으로 갔다. 휘장을 걷고 보니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자고 있어서 감히 그녀를 놀라게 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가만히 옷을 벗고 등불을 끄고는 조금씩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적주는 한숨을 내쉬며 잔뜩 움츠렸다. 하지만 오대랑이 달콤한 말로 속삭이며 조심조심하며 정성스레 끌어당겨 올라타니 적주는 벌벌 떨며 받아들였다. 치솟았다 내려앉았다, 들어갔다 나왔다 하니 적주는 온몸에 쾌감이 돌며 짜릿해졌다.

원래 적주는 남편과 두 달 동안 같이 살았었지만 그는 경험이 없는 신랑이어서 지금껏 이런 재미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오대랑은 기생집 출입에 이골이 난 사람이어서 이불 속의 일에 대해서는 따라올 자가 없었던 지라 부드럽고 정성스러운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요적주는 그저 너무 늦게 만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두 사람은 지극한 사랑을 나누며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일어나자 왕할멈과 왕석이 와서 축하를 했다. 오대랑은 그들에게 각각 상을 내리고 그로부터 적주와 함께 즐기다가 한 달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시 와서 머물렀던 것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야기꾼 양반, 반씨 집에서는 며느리가 없어졌는데도 잠자코 있어서 요적주가 이곳에서 그렇게 즐겁게 지낼 수 있게 내버려둔단 말이오?

독자님들, 이야기가 두 갈래로 나뉠 때 한쪽 이야기를 한마디 하고 또 다른 한쪽 이야기를 한마디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지금부터는 반씨 집안의 이야기를 할 테니 들어보시지요.

요적주가 도망친 그날 아침 반씨 부인은 며느리가 아침밥을 짓지 않는 것을 알고는 그저 또 늦잠을 자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방 앞으로 가서 성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어 방안으로 들어가 창문을 열고 침상을 보니 요적주는 자취도 없는 것이었다. 반씨는

“이 화냥년이 어디로 간 거야?”

하고 욕을 한마디 내뱉고는 방을 나와 반공에게 말을 해주었다. 그러자 반공은

“또 지랄이군.”

하고는 그녀가 친정으로 갔을 것이라 짐작하고 급히 나루터로 가서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어떤 사람은

“꼭두새벽에 한 부인이 강을 건너가던데요.”

라고 말하고, 요적주를 알아봤던 사람은

“반씨 집 며느리가 뗏목을 타고 갔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반공은

“요년이 어제 몇 마디 해줬더니 곧장 친정 부모한테 이르러 가다니, 성질하고는. 데리러 가거나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잠시 친정에 있도록 그냥 내버려두고 어떻게 나올지 두고 봐야지.”

하고는 씩씩거리며 돌아와 반씨에게 말해 주었다. 십여 일이 지났을 때 요씨 집에서 딸이 걱정되어 선물 몇 상자를 마련하고 간식거리를 좀 준비하여 남녀 하인 한 사람씩을 반씨 집으로 보내 안부를 물었다. 반공이

“걔는 친정으로 돌아간 지 열흘이 넘었는데, 어째 이리 와서 소식을 묻는 건가?”

하고 묻자 그 선물을 가지고 온 사람은 깜짝 놀라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 아씨는 댁으로 간 지 두 달 남짓밖에 안됐고, 저희 집에서는 데리러 온 적도 없는데 왜 혼자서 돌아갔겠어요? 저희 집에서는 마음을 놓지 못해서 저희더러 가서 좀 보고 오라고 하신 건데, 어째서 도리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얼마 전에 한두 마디 꾸중을 했더니 화가 나가지고 친정으로 도망쳤어. 나루터에서 그 애를 본 사람도 있는데, 걔가 너희 집에 가지 않았다면 어디로 갔단 말이냐?”

“정말로 집으로는 오지 않았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들이 이렇게 말하자 반공은 역정을 냈다.

“걔가 집에 돌아가 뭔가 거짓말을 해서 너희 집에서 마음이 변해 딱 잡아떼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내고는 일부러 음모를 꾸며가지고 오히려 이리 와서 소식을 묻는 거지?”

“댁에서 사람이 없어진 건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여기엔 틀림없이 곡절이 있을 거예요.”

반공은 ‘곡절’이라는 말을 듣고는 버럭 욕을 해댔다.

“개 같은 연놈들! 내 관가에 고소할 테다. 그래도 너희들이 부인하나 보자.”

그들은 안 되겠다 싶어 상자도 꺼내지 않은 채 그대로 메고 집으로 돌아가 자세히 말해주었다. 그러자 요적주의 부모는 크게 놀라 울면서

“그렇다면 그 죽일 놈의 두 늙은이가 감히 우리 딸을 못살게 굴어 죽인 거구나!”

하고는 고소장을 써서 그들더러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러 가게 하고, 한편으로는 소송대리인과 송사에 관해 상의하였다.

반공과 반씨 부인은 분명 요씨의 집에서 딸을 숨긴 것이라 확신하며 사람을 시켜 아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이렇게 해서 양가가 모두 고소를 하였고, 고소장이 비준되자 휴녕현(休寧縣)의 이지현(李知縣)은 공문을 내려 관련자들을 관아로 데려오게 했다. 관아에서 심문을 하자 사람들은 서로 잘못을 상대방에게 미루는 것이었다. 지현은 대노하여 먼저 반공에게 주리를 틀게 했다. 그러자 반공은

“지금 그 애가 강을 건너는 것을 본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강물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해도 시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틀림없이 저 집에서 숨겨 놓고 사람을 속이는 것입니다.”

“그 말이 맞다. 십여 일 동안 보이지 않는데, 만약 죽었다면 어찌 시신의 종적이 없겠는가? 필경 숨긴 게 틀림없다.”

지현은 이렇게 말하고는 반공을 풀어주었고, 다시 요공의 주리를 틀었다. 그러자 요공은 이렇게 말했다.

“그 애는 저 집으로 간 지 두 달이 넘도록 친정으로 돌아온 적이 없습니다. 만약 당시 정말로 집으로 돌아왔다면 십여 일이 지나는 동안 어째서 반씨가 사람을 보내 어떻게 지내는지 한마디 묻지도 않았겠습니까? 조그만 물건도 아닌 다 큰 사람을 세상 어디에 숨길 수 있겠습니까? 제가 만약 숨겼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낸다 해도 틀림없이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인데, 설마 감쪽같이 속일 수야 있겠습니까? 사또께서 철저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지현은 잠시 생각을 해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어떻게 끝까지 숨길 수가 있겠느냐. 설사 숨긴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십중팔구 누군가와 눈이 맞아서 같이 도망갔을 것이다.”

그러자 반공은

“제 며느리가 비록 게으르고 세상물정도 모르긴 해도, 저희는 가정의 풍기가 엄해서 외도 같은 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고 말했다. 이에 지현은

“그렇다면 누가 납치해 갔거나 친척집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군.”

하고 말하고는 요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낳은 딸이 변변치 못한 데다 종적은 결국 아비 되는 네가 알 것이니, 네 혐의를 지울 수 없다. 그러니 네가 찾아낼 것을 명한다. 나졸들과 함께 가되 닷새 동안의 기한을 주겠다.”

그리고는 반씨 부자에게 보증을 서게 하고 요공을 포박해서 끌어냈다. 요공은 딸을 보지 못해 이미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데다 또 이런 억울함을 당하게 되었으니 어디에 호소해 봐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상금을 내걸고 사람을 찾는 벽보를 붙이고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아무 소식도 없었다.

한편 반갑은 아내가 보이지 않자 화를 풀 길이 없어 닷새마다 관아에 가서 보고하였고, 그 때마다 또 닷새 간의 기한 내에 찾아내도록 명이 떨어지면서 요공 역시 실컷 곤장을 맞는 걸 피할 수 없었다. 이 일은 휴녕현 전체를 들썩하게 하여 변두리나 작은 마을에까지 기이한 이야기로 전해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친척들은 모두들 요공 때문에 불만이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9 송옥(宋玉):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문학가로, 용모가 매우 수려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10 반악(潘岳): 서진(西晉) 때의 문학가로, 빼어난 용모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