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백거이白居易 연회를 마치고宴散

연회를 마치고宴散/당唐 백거이白居易

小宴追涼散 작은 연회 쌀쌀한 밤이라 파하니
平橋步月回 달빛 속에 다리를 걷다 돌아가네
笙歌歸院落 생황 가락 여운 행랑채를 감돌고
燈火下樓臺 전송하는 등불 누대를 내려가네
殘暑蟬催盡 늦더위는 매미 소리에 묻혀 가고
新秋雁戴來 가을은 기러기와 함께 찾아오네
將何迎睡興 무엇으로 잠잘 기분을 내 볼까
臨臥舉殘杯 눕기 전에 남은 술잔 들어보네

이 시는 831년 백거이(772~846)가 60세에 낙양에서 하남 윤(河南尹)을 할 때 지은 시이니, 195회에 소개한 <재거(齋居)>보다 한 달 정도 후에 지은 작품이다.

백거이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여러 악곡을 지었을 뿐 아니라 집안에 가기(歌妓)와 악대를 두고 손님을 대접하였다. 이 시는 이제 정치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시와 술, 그리고 음악으로 인생을 즐기던 백거이의 일상을 보여준다. 흔히 정치에 뜻을 접고 은거를 하거나 실의에 빠져 있으면 작은 집 안에 틀어박혀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넒은 저택에서 흥취 있는 여가 생활을 즐긴 경우가 많았다. 이는 수많은 시문들이 증언한다.

시는 연회를 파한 뒤의 남은 여흥을 노래하고 있다. 저녁에 시작된 연회는 밤이 깊어 공기가 차가워지고 흥도 다하여 자연 파하게 된다. 손님들과 함께 가을 달빛이 비치는 뜰을 거닐고 평평한 다리를 거닐다 작별한다.

누각에서 연회를 마치고 헤어질 때의 장면이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연회에서 즐기던 생황 소리에 맞추어 부르던 노랫가락은 그 여운이 남아 집안의 행랑채를 감싸고돈다. 손님을 배웅하는 동복들이 등불을 들고 누각 아래로 내려간다.

손님들과 달빛에 거닐며 보니 시원한 밤공기가 몸을 감싼다. 매미 소리와 함께 남은 더위도 다 지나갔고 기러기와 함께 가을이 찾아왔다는 말은 그래서 한 말일 것이다.

손님들은 갔지만 이런 아름다운 밤에 여흥이 남아 쉽게 잠자리에 들 수 없다. 남은 술을 한 잔 더 마시고 잠을 청한다.

보통 연회의 성대함을 정면으로 노래하는데 비해 이 시는 연회를 마치고 난 뒤의 남은 여흥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실제로 술자리를 마치고 난 뒤에 가시지 않은 여운과 새로 밀려오는 감정을 주체할 길 없을 때가 많다. 백거이가 노래한 것은 바로 그 시간이다. 그래서 제목이 ‘연산(宴散)’인 것이다.

南唐 顾闳中, 《韩熙载夜宴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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