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양만리楊萬里 여름 밤 시원함을 좇아夏夜追凉

여름 밤 시원함을 좇아夏夜追凉/송宋 양만리楊萬里

夜熱依然午熱同 한 밤중이 되어서도 한낮처럼 덥기에
開門小立月明中 문을 나가 달빛 아래 잠시 서 보네
竹深樹密蟲鳴處 대와 나무 우거지고 벌레 우는 곳
時有微涼不是風 바람 없어도 선뜩선뜩 조금 시원하네

당연한 말이지만 열대야 현상이 오늘날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시인은 잠자리에 누웠으나 너무 더워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일까. 한낮에도 그렇게 덥더니 밤이 되어도 더위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의연(依然)이란 말에서 더위에 지친 마음이 읽힌다.

창문에 비쳐드는 달빛을 보고 문을 열고 나가 마당 한 켠에 잠시 서 본다. 대나무와 나무가 무성하여 깊이 우거진 곳에서 풀벌레들이 운다. 벌레 우는 소리를 들으며 수목 옆에 서 있으니 약간 시원한 것 같기도 같다.

‘시유미량(時有微涼)’이라는 말이 이 시인의 언어 습관을 잘 보여준다. 사실을 과장하지 않고 실상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달빛이 있고 풀벌레 소리도 들리는 가운데 대와 나무가 무성해 조금 서늘한 기운이 피부에 닿기는 하지만 열대야를 완전히 녹일 정도는 아니다. 그것을 ‘이따금’과 ‘조금’이라는 의미의 ‘시(時)’와 ‘미(微)’에 담고 있다. 제목의 ‘추량(追凉)’, 즉 너무 더워 적극적으로 시원한 곳을 찾는다는 말과 잘 어울린다.

시골의 여름철 밤, 더위에 지쳐 다리 주변으로 모이거나 평상에 나와 앉아 밤을 보내던 기억이 절로 떠오른다.

范曾,

365일 한시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