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밤 대서六月十八日夜大暑/송宋 사마광司馬光
老柳蜩螗噪 버드나무 고목에는 매미가 울고
荒庭熠燿流 황폐한 정원에는 반딧불이 나네
人情正苦暑 사람은 한창 더워가 괴롭건만
物態已驚秋 사물에는 벌써 가을 기분 나네
月下濯寒水 달빛 아래 차가운 물에 발을 씻고
風前梳白頭 바람 맞으며 흰머리를 빚질 하네
如何夜半客 어찌하여 밤중에 찾아온 손님은
束帶謁公侯 관대를 매고 공후를 알현하였나
내일이 음력으로 6월 21일이고 대서(大暑)이다. 사마광 당시는 18일이었던 모양이다. 대서는 가장 무더운 날이다. 그러나 어느 틈엔가 이미 가을 기운이 다가오는 날이기도 하다.
달빛이 내리는 한 밤 차가운 물에 발을 씻고 바람이 부는 곳에서 흰 머리를 빗어도 본다. 밤에도 덥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켜지 않는 사람은 열대야를 온 몸으로 느낀다. 예전 사람 심정을 충분히 공감한다.
이 시에서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야반객(夜半客)이 의관을 착용하고 공후를 알현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 말은 후한 왕망(王莽) 때의 견풍(甄豐)의 고사이다. 견풍은 새벽이나 밤늦게 재상이던 왕망을 찾아와 섭정을 모의를 하였다. 이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이를 비꼬아 야밤에 다니는 사람이라 해서 ‘야반객’이라 부른 것이다. 이 시에서 공후는 바로 왕망(王莽)을 의미한다. 이런 얘기는 《후한서》 <팽총전(彭寵傳)>에 나온다. 팽총 역시 견풍과 비슷한 인물로 논공에 불만을 품었는데, 유주 목(幽州牧) 주부(朱浮)가 이 고사를 광무제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사마광의 말은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밤에도 견디기 어려운데 왜 간신들은 아첨하지 못해 환장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비판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반대당을 염두에 두고 이 구절을 집어넣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더위를 참고 의관을 정제하는 것이야 무슨 비난할 게 있겠는가? 국사를 위해 밤에도 분주하게 일하는 것은 칭찬을 받을 일이다. 다만 그렇게 의관을 착용하고 밤늦게 다니며 한 일이 무엇인가가가 중요할 뿐이다.
2016년 겨울 촛불 집회에 자주 나가니 누가 나에게 물었다. 안 추우냐고. 거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불매 운동과 친일 논쟁이 그와 같다.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이고 과거를 잘 아는 것이 미래로 나가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사마광의 뼈가 있는 시를 읽으니 삼복더위에 오싹 한기가 도는 느낌이다.
365일 한시 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