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위응물韋應物 연꽃은 찬란하여라荷花明

연꽃은 찬란하여라荷花明/당唐 위응물韋應物

夏條綠已密 푸른 연 대궁 조밀하고
朱萼綴明鮮 달린 붉은 꽃 선명하네
炎炎日正午 한낮의 해는 이글이글
灼灼火俱燃 찬란한 연도 불타는 듯
翻風適自亂 바람에 연 잎 일렁일렁
照水復成妍 물에 비친 모습도 곱네
歸視窓間字 돌아와 창의 문자 보니
熒煌滿眼前 찬란한 연꽃 눈에 가득

이 시는 위응물(韋應物, 737~792)이 783년 여름, 47세 때 쓴 시이다.

여름에 연꽃만큼 풍치가 좋은 꽃도 없다. 연꽃은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것이 많다. 때문에 정오 무렵에 가장 찬란하게 피어난다. 이글이글 한낮의 해는 불타오르고 그 햇빛을 향해 연꽃도 덩달아 찬란하게 피어난다. 바람이 불어와 연 잎이 뒤척이면서 흔들흔들 한다. 그러면 물에 비친 연 잎 역시 흔들린다. 세게 불면 연 잎이 뒤집힌다. 그러면 물에 비친 그림자도 뒤집힌다. 그 모습도 곱다고 한다.

‘귀시창간자(歸視窓間字)’, 즉 ‘돌아와서 창의 글자를 보니 휘황찬란한 모습이 눈앞에 가득하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창의 글자’란 ‘창의 문자’를 의미한다. ‘창의 문자’란 말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말한다. 이백은 봄날 천하에 봄빛이 찾아든 것을 대자연의 ‘문장(文章)’이라 표현하였고 우리나라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1504)은 창문으로 비치는 아름다운 경치를 ‘엄화창(罨畫窓)’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이 ‘창간자’는 위응물이 새로 발견한 아름다운 시어가 아닐 수 없다. 조선시대 문인들도 이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어 그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이 “찬 강이 높은 누각을 끼고 있으니, 저녁 눈이 어찌 없겠는가. 환하게 빛나는 창의 문자, 따뜻하게 데워지는 숯불 위의 술병 [寒江帶高閣, 暮雪何可無. 炯炯牕間字, 溫溫炭上壺.]”이라고 한 시에서는 창의 문자가 ‘저녁에 환하게 빛나는 눈 빛’이다.

또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의 시에 “뱃속에 별들은 천만리에 떠 있고, 창의 문자는 달 뜬 삼경이네.[腹內星辰天萬里, 窓間文字月三更]”라고 한 구절에서는 창의 문자가 ‘밤 삼경에 달이 뜬 모습’을 말한다.

이 시를 읽는 분들의 창의 문자는 무엇인가?

明 陈洪绶 《鸳鸯荷花图》

365일 한시 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