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점 안의 죄와 벌 书店里的罪与罚
가출한 아이, 매일 밤 신문을 보며 손톱을 깎는 아주머니, 밤새 외국어를 공부하는 할아버지, 자기 몸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만 가족에게 신세지고 싶어 하지 않는 아가씨,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광저우를 떠나본 적이 없는 배낭족까지 언제나 다양한 사람들이 내게 우리 24시간 서점에서 밤을 보낼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그들은 모두 뭐라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이 도시의 기인들이다.
요즘 40대 중년 남자가 밤 11시 전후만 되면 티위동로점 무료 독서코너에 나타났다. 그는 옷이 지저분했지만 냄새는 나지 않았다. 여러 번 마주치면서 낯이 익기는 했지만 역시 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들은 사실 야간에 꽤 많기 때문에 특별히 이상한 점만 없으면 뭔가를 묻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 24시간 서점이 밤에 오갈 데 없는 이들의 머물 곳이 되기를 바란다. 책을 보든 안 보든, 돈을 쓰든 안 쓰든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지 않으면 그들이 이 도시에 머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나는 그와 정면으로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어느 날 그가 책을 펴놓고 엎드려 자면서 책장 위에 침을 흘려놓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를 흔들어 깨웠고 그는 즉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서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그 후로 우리는 마주칠 때마다 서로 고개를 끄덕였고 말도 나누게 되었다. 그는 나중에는 오며 가며 내게 인사까지 하곤 했다.
그렇게 꽤 여러 달이 지났다. 새로 톈허북로점이 문을 열어 나는 주로 그쪽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그 역시 똑같이 자는 장소를 바꿨다. 어쨌든 새 지점이 티위동로점보다는 밤에 머무는 사람이 적어서 좀 더 환경이 편하고 여유로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얼굴을 보니 우리는 마치 타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매번 마주칠 때마다 그는 더 반가운 웃음을 지었고 서점 밖 거리에서 만나도 함박웃음을 짓곤 했다. 나는 그에게 밤에 오는 사람들을 좀 눈여겨봐달라고 부탁해 좀도둑을 예방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서점에서 몇 차례 절도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서점에 오면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느슨해졌다. 특히 심야에 꾸벅꾸벅 졸 때면 지갑이나 휴대폰 같은 귀중품을 밖에 노출해 좀도둑에게 더 쉽게 범죄를 저지를 기회를 주곤 했다. 그래서 한동안 휴대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대부분은 범인을 찾지 못했다.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아보려고 넌지시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을 하시죠?”
뜻밖의 질문에 그는 조금 당황했지만 곧 선선히 답했다.
“의약품 무역회사에 다닙니다. 밤에 서점에서 야근을 하고요.”
나는 그의 쭈글쭈글하고 오래 빤 적이 없는 듯한 옷을 살피며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그가 여러 번 자기 앞에 노트북컴퓨터를 펼쳐놓고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비록 무거운 구닥다리 기종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많이 꾀죄죄해 보이기는 해도 어쨌든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고 잠시 믿어주기로 했다.
어느 날 밤 10시쯤 그는 평소처럼 가방 두 개를 짊어지고 톈허북로점에 들어섰다. 그때 우리는 마침 서점 문 앞에서 직원모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임이 끝난 뒤, 여직원 한 명이 애플 노트북이 담긴 자기 크로스백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얼른 감시카메라 영상을 돌려보았고 누군가 기회를 틈타 물건을 갖고 자리를 뜨는 것을 보았다. 화면을 똑똑히 확인했을 때 나는 놀라서 넋이 나갔다. 그 사람은 뜻밖에도 매일 밤 이곳에서 단잠을 자고 나를 볼 때마다 함박웃음을 짓는 바로 그 손님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때는 절도사건 방지를 위해 파출소의 건의를 받아들여, 매일 밤 서점에 머무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등록 제도까지 운영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 사람의 신분증도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신분증 사진과 화면 속 얼굴을 대조해 그가 범인이 틀림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연히 우리는 분노했다. 우리가 오랫동안 잘해주었던 사람이 거꾸로 우리에게 악의를 드러낸 것이다. 모든 사람의 자료가 등록된 상태에서 감시카메라까지 가동되고 있는데 그토록 대담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우리 카메라의 화소와 우리의 아이큐에 대한 모욕이자, 나아가 우리의 온정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당장 신고하기로 결정하고 사건 당시의 감시카메라 영상과 혐의자의 신분증 정보까지 챙겨 경찰에 넘겼다.
그 후로 나는 계속 잃어버린 물건이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동시에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왜냐하면 분실물이 고가인 것을 감안할 때 그가 2년 넘게 징역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서 내심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상의해서 처리를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해보았지만 경찰 측에서는 단호히 거절했다.
“당신이 이러는 건 우리 수사를 방해하는 겁니다!”
얼마 안 지나서 톈허구 도서관의 열람실 책상에 엎드려 단잠을 자던 그가 체포되었다. 경찰 측을 통해 나는 그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쓰촨성에서 왔다. 광저우에서는 계속 일도 없고 집도 없었다. 낮에는 밖을 돌아다니고 밤에는 우리 서점에 와서 묵었다. 우리 서점은 그가 광저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언제나 그를 맞아주고 품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없어서 그는 경제적으로 점점 궁핍해졌고 결국 자신의 유일한 귀중품이었던 그 구닥다리 노트북컴퓨터를 팔아버리고 나서 위험한 짓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그의 첫 번째 절도였다. 크로스백과 그 안의 물건을 훔친 뒤, 그는 시험 삼아 그 애플 노트북을 켰다가 경보음이 울려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기계는 원격 잠금장치가 걸려 사용이 불가능했다. 결국 그것을 저당 잡혀 2천 위안을 얻었는데 체포됐을 때는 아직 그 돈을 다 안 쓴 상태였다.
그는 그때 순간적인 충동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훔친 뒤로는 감히 서점에 가지 못하고 밤마다 도시 안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는 심문 도중에 크로스백 안에 있던 신분증을 꺼내 경찰에게 주면서 주인에게 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점 안에는 선과 온정도 많지만 동시에 죄와 벌도 펼쳐지고 있다. 그 말고도 우리는 감시카메라에서 서점에 늘 오던 세 명의 독자를 확인한 적이 있다. 그들은 서로 공모해 50권에 가까운 론리 플래닛 시리즈를 훔쳐간 뒤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우리가 가장 소홀한 틈을 타, 그 비싸고 휴대가 간편한 책들을 가져갈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우리는 또 감시카메라에서 항상 새벽이 돼야 서점을 나서던 한 젊은이도 발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떠날 때 우리 카운터 앞에 놓아둔 모금함을 들고 갔다. 우리가 꽤 신경을 쓴다고 낚싯줄로 의자에 묶어두었는데도 그 젊은이는 솜씨 좋게 그것을 끊어 버렸다. 그는 그 안에 이미 돈이 꽉 차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길고양이 구조를 위해 설치한 모금함이었다.
서점은 따뜻한 공간이지만 결코 유토피아는 아니다. 사실 나는 그닥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몇몇 사람의 악행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다소 오싹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도스토옙스키가 소설에서 말한 것처럼 “양심에 따라 일을 행하면 아낌없이 피를 흘릴 수도 있다.” 내 생각에 선과 온정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죄와 벌을 초월해 계속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