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부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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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쉐팅의 집은 별장이었다. 구체적인 가격은 몰라도 레이례는 4환 안쪽에 위치한 그런 타운하우스가 얼마나 비싼지는 알고 있었다. 인테리어는 웅장하고 과장된 유럽 바로크 양식을 따랐고 갖가지 가죽과 목재로 만든 가구는 전부 진짜 재료를 썼는데 다양한 무늬와 굴곡과 주름을 새겨 넣는 번거로운 공정을 전혀 생략하지 않았다. 그런 정교한 장식 앞에서 자연스레 집에 관한 연상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대신 보호나 파괴의 잠재의식이 건드려졌다. 멋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능한 한 그 정교한 본 모습을 유지하거나, 다 산산조각을 내고 흐트러뜨려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거대한 샹들리에와 가지런히 박힌 벽등들을 비롯해 그곳은 확실히 전등이 많았고 또 많아야만 했다. 실내가 너무 넓어서 등 하나로는 어둠을 밝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집안에 풍기는 정체불명의 향기가 레이례의 폐를 자극했다. 그 냄새는 샤쉐팅과 흡사하게 과장되고 엄숙하며 지나치게 향기로웠다. 사쉐팅은 숄을 두른 채 주인 자리에 앉아서 고교 시절 학생주임을 연상케 하는, 위엄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이례는 연속극 같은 그 배경이 조금 거북살스러워 자신의 숨소리가 다 들릴 지경이었다. 그는 샤오놘이 케이크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 사쉐팅은 쓱 보기만 하고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눈짓을 해 그것을 받아가게 했다. 하지만 그 장면은 샤오놘을 난처하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쉐팅의 뻣뻣한 태도를 강조해 마치 삼류 배우가 시연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남자들은 거실에서 생존의 스트레스에 관한 갖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느리게 올라가는 봉급과 빠르게 치솟는 물가를 걱정했다. 사쉐팅은 가이드가 되어 여자들을 데리고 자신의 영지를 구경시켰다. 한 여자가 드레스룸에서 탄성을 질렀다.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거의 우리 집 거실 만하잖아!”
레이례는 그쪽에 정신이 팔렸다. 샤오놘이 사쉐팅의 놀랄 만큼 크고 화려한 드레스룸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혹시 같은 여자인 자신의 운명에 대해 몰래 탄식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는 대학교 일학년 때의 어떤 공개 발표가 떠올랐다. 사쉐팅은 이어지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차분한 척하며 “세월이 흘러도 꽃은 비슷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사람은 달라집니다.”를 두 번 반복해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생각이 안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무대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샤쉐팅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 물샐 틈 없는 엄숙함과 어마어마한 허세, 언제나 낭송하는 듯한 말투는 막 자고 일어난 사람까지 하품을 하고 싶게 만들었다. 몇 년을 못 봤는데도 그녀는 정말 달라진 게 없었고 순조롭게 자기 계획대로 착실히 길을 밟아왔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정말로 부자가 됐지만 그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꾸준한 노력으로 운명을 극복한 것일 뿐이었다. 레이례는 불현듯 그녀에게 한 가닥 존경심을 느꼈다. 아마도 그녀는 이제껏 가장한 적 없이 본래 모습을 연출했는지도 몰랐다. 과거에 헤어질 때 그가 그녀에게 실망한 것은 정말 오해였다. 그녀가 위선적이며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선천적으로 그런 이들이 있는 것이다. 유전자와 세포가 그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계속 그렇게 재미없게 결정지은 것이다. 그런 무미건조함이 바로 그녀의 가장 큰 진실이었다.
식사는 오성급 호텔에서 주문하여 가장자리가 도금된 식탁에 담아 레이스 식탁보 위에 놓았다. 사쉐팅은 숄을 두른 채 붉게 칠한 작은 입술을 벌려, 식사하러 오라고 정중히 사람들을 불렀다.
식후 디저트도 당연히 같은 호텔 것이었으며 그중에는 레이례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도 있었다. 레이례는 샤오놘이 가져온 당근케이크가 아주머니가 가져가서 종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옆에 앉은 샤오놘이 혹시 화가 나지 않았는지 눈치를 보았다. 샤오놘이 정신을 집중해 케이크를 맛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에게 말했다.
“이걸 어떻게 만드는지 배울 거야. 정말 맛있네!”
“이건 만들기 어려워. 여러 군데 것을 먹어봤는데 여기가 가장 잘 만들더라고.”
사쉐팅이 조금 비웃으며 대꾸했다.
“언니, 나 요즘 케이크 만드는 것을 배우고 있어. 이걸 목표로 삼을 거야.”
“케이크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데. 나는 그럴 여력이 없어. 이 땅콩쿠키나 먹어봐.”
사쉐팅이 케이크 쟁반 속 네모난 과자를 가리켰다.
“이것도 맛있어. 이 집에서 제일 잘 만드는 거야.”
“난 배불러. 정말 더 못 먹겠어.”
“한 입만 먹어봐. 한 입만 먹고 그냥 놔둬도 되니까. 진짜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고. 나도 꽤 까다로운 사람인데 이 과자는 처음 먹어보고 바로 반했어.”
사쉐팅은 끈질기게 계속 권했다.
“나는 땅콩을 별로 안 좋아해.”
“땅콩 맛은 그리 안 강해. 크림 맛이 더 강하지. 진짜야.”
“샤오놘은 땅콩을 안 좋아해. 좋으면 네가 먹어!”
레이례는 샤오놘이 왜 자기가 땅콩 알러지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지 이상했다. 그녀는 땅콩을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땅콩만 먹으면 즉시 몸이 돼지처럼 부풀고 인사불성이 됐다. 사쉐성은 성격까지 옛날과 똑같아서 여전히 남에게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는 것을 좋아했다.
레이례는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쉐팅이 꼭 샤오놘의 이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이 솟은 올림머리와 풀메이크업을 한 얼굴, 심지어 수줍은 듯한 입체적인 목소리까지 그 고급 주택과 함께 동일한 장인의 손에서 빚어진 듯했다. 그녀는 그 모든 것과 이미 혼연일체였다. 비싸 보이고 화려하면서도 저속한 분위기가 묻어났다. 한편 샤오놘은 자기가 가진 가장 비싼 옷을 입었는데도 그 집에서는 눈에 띄기에 부족했다. 하지만 그것은 가난도 초라함도 아니었다. 일종의 더 고결하고 단순한 사람의 분위기였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서 청춘의 광채가 빛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결코 이런 생기 없는 집에 속하지 않았다. 눈앞의 미약한 빛에 연연하지 않는 그녀는 하늘과 꿈에 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