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 의공의 선방에 대해題大禹寺義公禪房/당唐 맹호연孟浩然
義公習禪寂 의공은 적막한 선정에 익숙해
結宇依空林 고요한 숲에 선방 마련하였네
戶外一峰秀 문 밖에는 아름다운 봉우리
階前衆壑深 뜰 앞에는 깊숙한 골짜기들
夕陽連雨足 비 그치자 곧 석양이 비치고
空翠落庭陰 그늘진 마당 푸른 숲 어리네
看取蓮花淨 탁한 물 청정한 연꽃을 보니
應知不染心 물들지 않는 그 마음 알겠네
대우사(大禹寺)는 회계산에 있는 사찰이고 의공(義公)은 의(義)자가 들어가는 법호를 가진 승려를 말한다. 맹호연(孟浩然)이 오월 지역을 유람하다가 의공 선방을 방문한 뒤에 그 선방에 대하여 써서 준 시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승려 의공을 찬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보다시피 이 시에서 의공을 찬미한 것이 명시적으로 드러난 구절은 없다. 마지막 구만이 중의법으로 의공도 연꽃처럼 세속에 물들지 않고 청정한 것을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의공은 적막한 가운데 참선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거처도 인적이 드문 숲에 마련했다, 이는 구체적 사실이다. 선방의 대문 밖에 보이는 큰 산과 바로 앞을 흐르는 여러 계곡물은 경치를 묘사한 것이지만 의공의 인품이기도 하다.
우족(雨足)은 빗줄기를 말한다. 석양이 이런 빗줄기를 이었다는 말은 비가 그치자 곧 날이 개어 아름다운 석양이 비치는 것을 말한다. 여름철 비가 그치고 석양이 비치는 저녁은 얼마나 청정하고 아름답겠는가. 또 허공에 비치는 숲의 푸른 기운이 그늘진 정원에 어려 있으니 얼마나 그윽하겠는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참다운 기쁨이 마음에 충일해질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실제 의공의 거처를 묘사한 것이기도 하면서 또한 의공의 정신세계를 묘사한 것이기도 하다.
이 모두는 더러운 곳에서 자라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깨끗하며 고귀한 꽃을 피우는 연꽃과 같다. 시 전편에 걸쳐 선방 주변의 경치를 묘사하였지만 그 안에는 자연 의공의 인품에 대한 찬미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이 이 시는 산수시의 진면목을 보인 동시에 언어로 그려낸 한 폭의 격조 높은 산수화이기도 한 것이다.
365일 한시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