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세민李世民 앵두에 대한 노래賦得櫻桃

앵두에 대한 노래賦得櫻桃/당唐 이세민李世民

華林滿芳景 아름다운 숲은 봄 경치가 가득
洛陽遍陽春 낙양에는 온통 따뜻한 봄 세상
朱顏含遠日 붉은 열매는 먼 태양을 머금고
翠色影長津 비취 잎은 긴 강에 그림자 지네
喬柯囀嬌鳥 높은 가지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低枝映美人 낮은 가지는 미인을 비춰 주네
昔作園中實 예전 동산에 달려 있던 열매가 
今來席上珍 지금 이 자리 귀한 보배로 왔네

이세민(李世民, 598~649)은 수나라를 이어 고구려를 침략하다가 안시성에서 양만춘에 의해 눈에 화살을 맞고 돌아간 인물이지만 중국에서는 정관지치(貞觀之治)라 하여 정치를 잘한 영걸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시는 앵두를 소재로 하고 있다. 대구가 가장 장 된 3, 4구를 보면 앵두와 앵두 잎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앵두가 멀리 떨어진 해를 머금어 발갛게 익었다는 말은 잘 이해되지만 앵두 잎이 비취빛이라 하는 말은 바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앵두 잎은 다소 푸석이는 느낌이 나고 노란 빛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고 물어보니 여기서 말하는 앵두는 지금의 체리로 보인다. 중국 산동이나 서안에는 앵두가 많이 재배되는데 그 실물을 확인해 보면 모두 체리를 말하지 앵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자 앵도(櫻桃)는 이처럼 체리와 우리의 앵두는 물론 벚나무의 열매인 버찌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려(金鑢, 1766~1822 )가 함경도 부령(富寧)으로 유배를 가서 그 곳 기생 연희(蓮姬)와의 추억을 기록한 연작시 <그대 무엇을 그리워하나[問汝何所思]>에 보면 서로 앵두를 따 먹고 논 일이 있다. “연희가 손으로 따서 대바구니에 담으면, 수정같이 동글동글한 열매가 영롱하게 빛나네[蓮姬手摘盛筠籠. 水晶均圓光玲瓏]”라고 노래한 시의 끝에 김려는 주석을 달아 영고탑(寧古塔)에서 종자를 가져와 심은 것인데 우안앵(牛眼櫻)이라 한다고 하였다. 앵두가 소 눈 알만해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김려와 연희가 함께 따 먹으며 마주 보고 웃던 우안앵이 바로 이 체리가 아닐까 한다.

예전에 어떤 글을 쓰면서 이 우안앵을 언급한 일이 있는데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이 우안앵의 실체를 확인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조선시대에 제주도에서 귤이 올라오면 황감제(黃柑製)라 하는 과거를 치고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듯이 당시 중국에서도 이 체리를 귀한 과일로 여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시에서 ‘좌석의 보배[席上珍]’라고 표현하고 이세민이 이런 시까지 쓴 것이 아닐까.

南宋 佚名《樱桃黄鹂图》局部, 上海博物馆藏, 사진 출처 名人字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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