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부부 5
3
토요일에 약속한 대로 루루 등이 왔다. 샤오놘이 전화로 어떻게 오는지 원격조종을 해준 덕에 루루는 여러 명을 태운 차를 몰고 마침내 베이징의 동쪽 끝까지 찾아왔다. 루루는 샤오놘의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으며 동승한 세 남녀도 그녀의 대학 동창이었다. 그들은 음료수 한 박스를 들고서 왁자지껄 떠들며 집에 들어섰다.
“선배, 집이 진짜 외진 데 있네요. 몇 십 미터만 더 가면 베이징 경계 요금소가 나올 것 같았어요.”
루루가 레이례에게 불평을 했다. 샤오놘은 부엌에서 한창 바쁘게 일을 하고 있어서 레이례 혼자 거실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맞아. 나도 오늘에서야 베이징이 얼마나 큰지 알았어.”
한 남자 동창이 말했다.
“맙소사, 두 사람이 여기 산단 말이죠, 선배?”
레이례가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루루가 또 하이데시벨로 고함을 질렀다.
루루의 고함에 뒤이어 그들은 집안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저마다 표정이 제각각이었지만 확실히 모두 경악하고 있었다. 레이례와 샤오놘의 신혼집을 눈앞에 두고 그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벌거숭이 집이었다. 그렇다, 레이례와 샤오놘은 벌거숭이 집에 살고 있었다. 벽에는 아무 색도 칠해져 있지 않았고 바닥에는 비닐 장판이 깔려 있었으며 조명은 절전 전구이고 식탁은 칠이 벗겨진 접이식 탁자였다. 아무튼 집의 안팎에 다 철근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거실과 침실에는 변변한 가구도 하나 없었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낡은 소파에는 침대 시트가 씌워져 있었고 30위안짜리 비키니 옷장이 일인당 하나씩 두 개가 있었으며 침대 옆에 놓인 간이 신발 선반 위에는 샤오놘의 화장품이 가득 쌓여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곳은 사람 사는 집 같지가 않았다. 마치 정신이상자가 살다가 옛날에 버리고 간 집 같았다.
“레이 선배, 두 사람 너무 심한 것 아니에요? 멋있다 못해 아주 머리털을 곤두서게 만드네!”
입을 반쯤 벌리고 있던 남자 동창이 겨우 입을 열었다.
“우리는 돈이 없어. 첫 중도금을 내고 나니까 돈이 아주 조금밖에 안 남더라고. 잘 계산해서 화장실하고 부엌만 억지로 인테리어를 했어.”
샤오놘이 접시 두 개를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집의 결함을 조금 가려주었다.
“잘 계산했다고? 다들 샤오놘이 하는 말 믿지 마! 벽에 붙인 저 타일이 얼마인지 알아? 한 장에 90위안이 넘어. 내가 좀 단순하고 소박한 걸로 사서 돈을 아끼자고 하니까 저 연분홍색 꽃무늬 타일에 꽂힌 지 십 년이 넘었다고, 드디어 우리 집도 생겼는데 죽어도 사야겠다는 거야. 그래서 화장실 타일에만 무려 7천 위안을 썼다고. 너, 생각해봐. 샤오놘이 잘 계산하지 않았으면 적어도 2만 위안은 썼을 것 같지 않아?”
함께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레이례는 샤오놘이 왜 자기가 무척 알뜰하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녀는 왜 그런 착각을 하는 것일까?
“선배는 잘 몰라요! 여자한테는 반드시 쾌적한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고요!”
샤오놘이 입을 열기도 전에 루루가 대신 받아쳤다. 정말 여자들은 다 한통속인지 샤오놘이 평소에 하는 말과 완전히 일치했다. 대체 여자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의 타일을 붙인 화장실을 꼭 가져야 한단 말인가?
지난해 셋집의 계약이 거의 끝날 즈음, 집 주인이 방세를 조금 올리겠다고 했다. 본래 레이례는 데이트하기에 편해서 그 집을 세낸 것이었고 샤오놘도 졸업한 지 벌써 2년이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 학교 옆에 살 필요가 없었다. 샤오놘은 눈물을 머금고 세를 올려 계약을 갱신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레이례는 장기적으로 볼 때 집을 사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다. 샤오놘은 대뜸 말했다.
“집을 사자니 그게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야? 우리는 둘 다 빈털터리라고.”
그때 그녀는 이미 직장을 나온 지 일 년이 넘은 상태였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고. 너는 지금 말도 안 되게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안 사두면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될 거야.”
레이례는 앞뒤 안 가리고 결단을 내렸다.
당연히 무슨 2환, 3환, 4환 지역(베이징은 시내를 중심으로 하여 바깥쪽으로 여러 겹의 순환도로가 건설되어 있으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 이 당시 순환도로는 5개였고 현재는 7개까지 늘어났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 곳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었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그들과는 인연이 없었다. 처음 집을 보러갈 때는 둘 다 기운차게 5환 가장자리 지역으로 갔다. 하지만 분양가를 듣자마자 자신감이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샤오놘이 고집을 부려 레이례는 맥없이 그 모델하우스를 다 구경했다. 5환 밖, 5환 밖 5킬로미터, 5환 밖 10킬로미터, 이렇게 조금씩 멀어지다가 그들은 마침내 5환 밖 15킬로미터의 도시 끝에 이르렀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집도 괜찮았다. 샤오놘은 특히 대형 창문과 화장실을 마음에 들어 했다. 좀 멀기는 해도 멀지 않은 곳은 정말 너무 비쌌다! 그래서 두 사람이 몇 년간 모은 저축에 각자 집에서 받은 돈을 보태 계약금과 첫 중도금을 냈고 20년짜리 대출도 받았다. 수십 년간 힘들게 산 끝에 마침내 집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나니 여윳돈이 전혀 없었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고 가구 마련은 어떻게 하나? 돈이 없으니 최대한 간단하게, 중요한 것만 골라서 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례는 말했다.
“먼저 침실을 꾸미자. 어쨌든 자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러자 샤오놘은 말했다.
“선배는 안심하고 출근이나 잘 해. 인테리어는 나한테 맡기고.”
그래서 레이례는 계속 더빙 현장에서 땀을 흘렸고 샤오놘은 건축자재 시장과 새 집 사이를 왔다갔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