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구산 가는 길에三衢道中/송宋 증기曾幾
梅子黃時日日晴 매실 누렇게 익을 때 날마다 쾌청하여
小溪泛盡卻山行 계곡에 배로 가다가 다시 산길로 가네
綠陰不減來時路 뱃길로 올 때보다 녹음이 못하지 않고
添得黃鸝四五聲 게다가 너덧 번 들려오는 꾀꼬리 울음
증기(曾幾, 1084~1166)는 북송과 남송 시대에 걸쳐 산 인물인데 예부 시랑을 지내고 아주 박식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두보, 황정견의 시를 계승하여 육유에게 전달해주는 시사(詩史)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제목의 삼구(三衢)는 절강성 구현(衢縣)에 있는 산 이름이다. 이 시는 초여름 황매가 익어갈 때 날이 쾌청하여 삼구산을 유람하고 그 도중의 정경을 기록한 시이다. 지난 134회에서 소개하였듯이 매실이 익어갈 무렵엔 보통 비가 많이 내리는데 이 시에 매일 날이 좋았다 하니 맑은 초여름 풍경을 특별히 만끽하게 된 것이다. 첫 구에 날 일(日)이 4자나 들어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처음엔 배를 타고 가다가 물길이 다한 곳에서 다시 걸어 산행을 한다. 배로 오는 것도 좋았지만 초여름 산길을 걸으니 뱃길 보다 못하지 않은 데다 꾀꼬리 울음소리까지 간간 들려 더욱 운치가 있었다고 한다.
이 시에 대해 <천가시> 왕상(王相)의 주석에서는 “늦봄에 유람을 나섰다가 초여름에 돌아와 지은 시”라고 풀이하고 있다. 얼핏 보면 매우 탁견인 것처럼 보이나 조금 생각해 보면 이 시의 제목과 어긋남을 알 수 있다. 제목에 ‘도중(道中)’이라 말을 쓴 것은 삼구산을 유람하는 도중을 말하지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3구의 ‘래시(來時)’ 부분과 관련해 ‘녹음이 우거진 것’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상황으로 많은 역자들이 풀이하고 있는데 이는 시를 잘 살펴보지 않아서이다.
사람들이 한시를 이해하는 걸 보면 자꾸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에 한시를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시인이 말하는 목소리 자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돌아올 때가 갈 때보다 좋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뭣 하러 시에 쓰겠는가?
이 사람이 삼구산을 여행한 교통편을 주의해 보아야 한다. 처음엔 뱃길로 이동해 더 이상 물길로 갈 수 없어 산길로 걸어갔다고 2구에서 진술하였다. 당시 사람들 생각에 배로 가면 편하고 산길로 가면 힘들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산길을 걸어가는 정취가 이 삼구산에 처음 뱃길로 ‘올 때’의 강변 풍경에 비해 녹음도 부족하지 않고 게다가 꾀꼬리 울음까지 곁들여져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이런 말은 하는 것은 예전 진나라 때 왕자유(王子猷)가 눈 내리는 겨울 달밤에 흥이 나서 대규(戴逵)를 찾아 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 온 적이 있는데 그 때 배를 이용한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들 뱃길로 여행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자신이 이번에 삼구산에 가보니, 초여름 녹음 우거진 산길을 직접 걸어가는 정취가 아주 좋다고 이 시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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