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卯重五詩을묘년 단오날에/송宋 육유陸游
重五山村好 단오 날 산촌 풍경 좋거니
榴花忽已繁 석류꽃 어느덧 만개하였네
粽包分兩髻 쫑즈는 양쪽에 뿔을 만들고
艾束著危冠 쑥 다발 높은 관에 꽂았네
舊俗方儲藥 오늘부터 약초 저장이 풍속
羸軀亦點丹 약한 몸이라 단약을 먹네
日斜吾事畢 해 저물어 할 일 다 마치고
一笑向杯盤 술상 앞에 두고 웃어 보네
이 시는 육유(陸游, 1125~1210)가 71세 때인 1195년에 소흥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 남송 시대 단오 풍속을 소재로 하고 있다. 지금부터 824년 전이다.
단오 무렵에는 산촌에 날씨나 풍경이 다 좋은데 석류꽃이 발갛게 피어 풍치를 더한다. 아침에 일어나 총각 모양의 쫑즈를 먹고 쑥도 뜯어 관에 달았다. 오래된 풍속이다. 이날부터 약초를 뜯어 저장하고 단약을 만들어 먹어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데 그런 일을 나도 조상들처럼 해 본다. 어느새 하루가 저물고 한 잔의 술을 웃음으로 맞이한다.
단오(端午)의 단(端)은 초(初)의 의미이며, 오(午)는 음력 5월을 의미한다. 하나라가 인월(寅月), 즉 정월을 한 해의 첫 머리로 삼았기 때문에 그 달부터 인묘진사오… 이렇게 세면 오월(午月)이 5월이 된다. 그리고 5월만 특별히 초하루를 단일이라고 하고 이런 식으로 세어 5일이 단오(端五)가 된다. 이런 연유로 단오(端午)와 단오(端五)는 섞여 사용된다. 어원을 따지고 들면 간단치 않지만 5월 5일이 단오인 것은 분명하다. 이 시에서 중오(重五)라 한 것은 5가 겹쳤다는 말이니 결국 5월 5일이다.
분양계(分兩髻)란 말은 쫑즈의 양쪽에 상투 모양의 뿔을 하나씩 만들었다는 말이다. 보통의 쫑즈는 삼각형으로 만들지만, 어떤 지역의 경우 사각으로 만든 뒤에 쫑즈를 싸는 잎으로 다시 허리를 조여 매면 양쪽에 소뿔이나 총각 모양이 나오는데 이걸 말하는 듯하다. ‘쫑즈의 양쪽을 총각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말은 그렇게 쫑즈를 만들어 먹었다는 말로 이해된다. 쫑즈(粽子)의 다른 말인 각서(角黍)란 말이 아마도 이런 소뿔 모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점단(點丹)의 점(點)은 ‘먹었다’는 말이다. 점심(點心)이 이런 용법이다. 즉 단약을 만들어 먹었다는 뜻이다. 아침에 쫑즈를 먹은 뒤에 하루 종일 약도 마련하고 단약도 조제하고 하느라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드디어 내가 오늘 할 일을 마치고 쉴 여유가 찾아온다. 술상을 보아 한 잔 하면서 무사히 단오 때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안도감에서 밝은 웃음이 나온다. 전통의 계승에 대한 책임 의식을 노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그냥 계승되어가는 듯하지만 누군가의 노고가 있기에 평범한 것이 지금도 평범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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