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유우석劉禹錫 죽지사 1竹枝詞 其一

죽지사 1竹枝詞 其一/당唐 유우석劉禹錫

楊柳青青江水平 버들은 푸릇푸릇 강물은 잔잔한데
聞郎江上唱歌聲 강가에서 부르는 그대 노래 들리네
東邊日出西邊雨 동쪽에는 해 나고 서쪽에는 비 내리니
道是無晴還有晴 흐리다고 해야 할지 맑다고 해야 할지

죽지(竹枝)라는 것은 본래 동정호나 무협 등 사천성 동쪽 일대에 민간에 떠도는 민요였다. 이 시는 유우석(劉禹錫, 772~842)이 기주 자사(夔州刺史)로 갔을 때 지금의 봉절(奉節) 지역에서 불리는 민요풍의 노래를 모방하여 7언 절구로 지은 시이다. 그러므로 그 형식, 즉 옷은 7언 절구이지만 그 내용, 즉 몸은 민요라 하겠다. 가령 판소리 <춘향전>을 듣고 감동한 어떤 양반이 자신이 평소 익숙한 한시로 그 판소리를 옮겼다고 하면 그 시의 형식은 고시이지만 그 실제 내용은 판소리인 것과 같다.

죽지사는 민요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이 많고 또 풍토나 명승 이런 것을 주로 주제로 삼는데 이 시는 초여름 풍경을 배경으로 봉절 지역의 기후와 여인의 애정 심리를 복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4 구는 이 지역의 기후와 여인의 심리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동정호나 무협 일대에는 안개가 자주 끼어 해가 났다가 금방 비가 오고 또 금방 구름이 걷히는 등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남자에 대한 젊은 여인의 내면 심리 역시 복잡 미묘하여 흐리고 맑은 것을 종잡을 수 없다. 노래를 듣는 여인의 심리를 날씨와 결합하여 시의 맛이 아주 풍부하다. 그러므로 이런 시는 그 지방에서 직접 듣거나 불러 보면 정말 각별하지 않을까 한다.

특히 맑다는 의미의 ‘청(晴)’과 애정을 뜻하는 ‘정(情)’이 중국어로 동음 qíng인 것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그 앞에 굳이 ‘무(無)’ 자를 쓴 것을 통해 작자의 의도가 드러난다. 정(情)으로 읽게 되면 “마음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있다고 해야 할지”라는 뜻이 되는데, 이것 역시 노래 부르는 남자가 나에게 마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의 의미도 되고, 그 남자에 대해 여인이 ‘마음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있다고 해야 하지’의 의미도 되어, 아주 풍부하고 미묘한 의미가 생겨난다. 이 시의 해석을 보면 대개 ‘도시(道是)’를 ‘무청(無晴)’까지만 거는 경우가 많은데 앞에서 설명한 원의를 고려하면 마지막까지 걸어야 한다. ‘일출(日出)’ 역시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이 아니라 구름 밖으로 해가 나오는 것을 말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첫 구의 청(青)과 평(平) 역시 단순히 경관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남자의 노래를 듣기 전 평온했던 여인의 내면을 함께 묘사한 것을 알게 된다.

이런 면에서 이 시는 모국어로 된 시를 외국어로 옮기기도 어렵고 외국 시를 이해하는데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단어의 일차적 의미 보다는 발음을 이용하여 복합적인 의미와 미묘한 맛을 전달하는 것이 이 시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본래 널리 지속적으로 불리는 민요는 여러 사람의 공감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전달하는 내용이 확실하고 그 소재가 마음에 와 닿아야 하며 가락도 구성진 것이 많다. 유우석이 지은 이 시는 지방의 시가를 아주 세련되게 하면서도 그 시가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질은 그대로 옮겨왔다고 평할 만하다.

豪仁 攝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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