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구 2絶句 其二/당唐 두보杜甫
江碧鳥逾白 강이 파라니 새 더욱 희고
山青花欲然 산이 푸르니 꽃 불이 일듯
今春看又過 올 봄도 보면서 또 보내니
何日是歸年 언제나 고향에 돌아갈는지
지난 3월 18일 77회 때 절구(絶句) 1을 소개하면서 함께 소개였다. 이번엔 가볍게 조금만 보탠다.
764년 늦봄, 두보가 53세 때에 성도에서 지은 시이다. 연(然)의 연(燃)의 의미이다. 화욕연(花欲燃)은 꽃에 금방 불이라도 붙을 것처럼 붉다는 말이다.
요즘은 시골에 가도 그렇게 파란 원색의 강을 만나기가 힘든데 가끔 몽고나 중앙아시아에 다녀온 사람들이 올린 사진을 보면 그런 강이 있다. 강이 너무도 파래서 새의 흰 색이 더욱 선명히 드러나고, 늦봄이나 초여름 푸르게 새로 우거진 산에 철쭉 같은 붉은 꽃이 피어 마치 불이라도 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경치가 아름답다는 말인데, 이런 경치를 보면 절로 고향의 봄이 떠오르고 고향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봄 경치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망향의 정에 옮겨 실은 것이 이 시의 중요한 구성 원리라 하겠다.
청나라 왕부지(王夫之)는 “즐거운 경치로 슬픔을 표현하고 슬픈 경치로 즐거움을 표현하면 그 기쁨과 슬픔이 배가된다.[以樂景寫哀, 以哀景寫樂, 一倍增其哀樂]”라고 하였는데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다. 남녀 간에 감정이 틀어지면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것 역시 좋아하던 감정의 무게가 싫어진 감정에 그대로 실리기 때문인데 이 시를 보면 그런 인간의 감정을 옛 시인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법의 이론에 보면 모서리에 각을 만들 때 진행해 오던 붓을 완전히 꺾는 게 있다. 이 시의 3구가 바로 그렇다. 이런 것을 돈좌(頓挫)라 하는데 시, 서화, 무용 등에 두루 응용된다. 두보의 시는 그 돈좌에 아주 슬픈 정조를 띠는 침울을 보태어 ‘침울돈좌(沈鬱頓挫)’라는 말로 그의 시풍을 요약하기도 하는데, 이 시는 바로 그런 전형을 보여준다.
365일 한시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