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계란말이 3
여자애는 나를 쫓아 부엌에 와서 냉장고에서 제빙기를 꺼내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내가 플라스틱 칸에 물을 붓는 것을 지켜보았다.
“선생님이 그러는데 아주머니는 의사라면서요?”
“맞아.”
“무슨 의사인데요?”
“아, 무슨 의사냐 하면, 제일 전망 없는 의사라고 해야겠지. 노인전문병원 의사거든. 나이 많은 노인들이 병이 있든 없든 매일 노인전문병원에서 숨을 거두곤 하지. 나는 그들을 마지막 단계에서 치료해주는 의사인 셈이야. 그런데 너도 한 번 생각해보렴. 이미 마지막 단계가 되면 당연히 어떤 치료도 소용이 없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건 그 사람들을 편안히 보내주는 거야. 병원에서 따로 사고가 없게 하고 가족들한테도 적절히 설명을 해줘야 하지.”
“그건 선생님이 하는 일이랑 완전히 다르네요.”
여자애가 정곡을 콕 찔러 말했다.
“확실히 남들에게 무슨 희망을 보여주는 일은 아니지.”
나는 말했다.
제빙기에 물을 다 붓고서 냉장고 냉동실에 넣으려는데 여자애가 냉장고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물이 가득 담긴 제빙기를 잘 받쳐 들고 살살 냉동칸에 집어넣었다. 우리 둘은 조심스레 손발을 맞췄다.
“처음에 어떻게 선생님을 알았니?”
“다른 사람 소개로 만나 친해졌어요.”
“아, 너희 세대 애들은 그런 걸 참 좋아하더라.”
여자애는 투덜거렸다.
“옛날에도 그러지 않았나요?”
나는 남편을 알고 한동안 사귄 뒤에 결혼했던 것을 떠올렸다. 겨우 6, 7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6, 7년 전은 이 여자애의 나이를 생각하면 한참 옛날에 속했다.
“왜 아이를 안 원했죠?”
나는 아무 소리도 않고 냉장고 문을 닫고서 곧장 거실로 돌아가 이미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미안해요, 제가 아픈 데를 건드렸나 보죠?”
“아냐. 부엌이 너무 더워서 목이 좀 말랐어.”
나는 또 차 한 모금을 마셨다. 이런 날씨에는 확실히 식은 차를 마시는 게 입에 맞았다.
“애가 없었던 건 역시 결혼할 때 벌써 나이가 많았기 때문이야. 게다가 두 사람 다 일이 바빠서 아예 애를 가질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
여자애는 미소를 지었다.
“배가 고파요. 먹을 것 좀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면 평소에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야근할 때는 병원에서 도시락을 사먹어.”
“야근이 없을 때는요?”
“집에 도시락을 사 갖고 오지.”
“냉장고 안을 좀 봐도 돼요?”
“응, 좋을 대로 해.”
여자애는 냉장고 문을 열고 안을 둘러보고는 또 가스레인지를 살폈다. 냉장고 문이 닫혔을 때 그녀의 손에는 계란 4개가 들려 있었다.
“계란말이를 만들어도 돼요?”
“그건……”
“돼요, 안 돼요?”
“그래, 만들어도 돼. 그런데 왜 하필 계란말이를 만들려는 건데?”
“집에 딱 계란 4개랑 프라이팬 하나밖에 없으니까 그렇죠.”
그녀는 당당하게 말하면서 슬쩍 나를 흘겨보았다.
여자애는 손을 씻고 계란을 깨뜨리며 내게 말했다.
“계란이 대여섯 개 있으면 스페니쉬 오믈렛을 만들어드릴 수 있어요. 내려가서 다른 야채를 사와 곁들일 만도 하고요.”
“와, 그럼 계란이 4개도 안 되면?”
“그러면 일부러 나가서 야채를 사올 필요가 없죠.”
“우리 집에는 늘 계란이 4개 밑으로 있어. 두세 개 정도지.”
“만약 3개면요……”
여자애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기 시작했다.
“계란프라이를 하면 돼요. 2개면 삶아서 반숙을 만들어 나란히 놓으면 보기가 괜찮아요.”
“그럼 하나밖에 없으면?”
“그럼 힘들일 필요 없이 포기하고 말죠. 여자 있는 집에서 냉장고에 달랑 계란 하나뿐이면 포기할 수밖에요.”
여자애는 쌀쌀맞게 말했다.
그녀가 가스레인지를 켜자 파란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잠시 후에는 젓가락에 계란물을 묻혀 프라이팬에 떨어뜨렸다. 계란물이 치익, 소리를 냈다.
“이제 부쳐도 되겠네.”
그녀는 능숙하게 계란물을 천천히 프라이팬에 붓고 먼저 골고루 얇게 편 뒤, 조금 익자마자 반으로 접어 앞으로 옮겼다. 그리고 바로 프라이팬에 새 계란물을 부어 익힌 뒤 다시 반으로 접었다. 그녀는 이렇게 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차츰차츰 프라이팬 위에 도톰하고 매력적인, 커다란 반원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무한한 존경의 눈초리로 옆에서 보고 있다가 진심으로 칭찬의 말을 건넸다.
“와, 진짜 예쁜 계란말이야.”
“네모난 프라이팬에서 부치면 더 예뻐요.”
여자애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먹어봐도 돼?”
“당연하죠.”
나는 작은 접시 두 개와 젓가락 두 벌을 꺼내 부엌으로 갔다. 여자애는 벌써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하얀 도자기 접시에 계란말이를 담아 조금 쭈뼛대며 작은 식탁 위에 놓았다.
“무슨 맛이야?”
나는 바보처럼 물었다.
“단 걸 좋아하시는지, 짠 걸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간장과 설탕을 뿌렸어요.”
“난 짠 게 좋아.”
나는 도톰한 계란말이를 크게 한 젓가락 떼서 입에 넣었다. 과연 맛이 그윽하고 촉촉했다. 게다가 입 안에서 계란피의 결이 한 겹 한 겹 다 느껴졌다. 여자애가 그때그때 불의 세기를 잘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계란말이의 맛에 내가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여자애가 불쑥 말했다.
“선생님은 단 걸 좋아하는데.”
나는 입 안이 꽉 찬 상태에서 돌연 그녀의 존재가 생각났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부엌의 공기 속에는 계란말이의 달콤한 냄새와, 내가 음식을 씹고 삼키는 소리만 감돌았다.
“미안해.”
간신히 맛있는 계란말이를 다 삼키고서 나는 진심으로 여자애에게 말했다.
厚煎鸡蛋卷 3
女孩子尾随我来到厨房,帮着我把制冰器从冰箱里拿出来,看我把温水注入塑料的小格子里。
“听老师说你是医生。”
“是啊。”
“哪种类型的医生?”
“啊,那个啊,算是最没出息的那一种吧,是老年医院的医生,那些上了年纪的老人,有病的,没病的,总会每天在老年医院里去世,我算是给他们做最后阶段治疗的医生。但你想想看,都到了最后阶段了,自然是用不着什么治疗了,唯一能做的也就是让他们舒舒服服地故去,医院这边别出什么岔子,亲属方面也有个稳妥的交代。”
“那简直跟老师的工作太不一样了啊。”
女孩子一针见血地评论道。
“确实不是什么能让人看到希望的工作啊。”
我说。
冰格注满了水,要放进冰箱的冷冻室,女孩子帮忙拉开冰箱门,我把盛满了水的冰格端得稳稳地,轻手轻脚地放进冷冻层。我们俩小心翼翼地配合着。
“一开始是怎么会认识老师的呢?”
“经人介绍认识相亲的呗。”
“哟,你们这代人可真爱做这种事。”
女孩子嘟囔着。
“这也不算很久以前的事吧。”
我回忆着,跟丈夫认识、谈了一段恋爱之后结婚,也不过就是六七年前的事情。但六七年对于这个女孩子的年纪算是很长时间了。
“怎么没有要孩子呢?”
我没吱声,关上冰箱门径直走回客厅,拿起已经凉了的茶喝了一口。
“对不起,是不是触到你的痛处了?”
“没有,厨房太热,我觉得太渴了。”
我又端起杯子喝了一口,这天气确实该喝放凉的茶才对味。
“没有孩子这回事嘛,也就是结婚的时候,年纪本来就大了,再加上两个人工作都忙,所以骨子里根本就没有想要吧。”
女孩子微微笑了一下:
“肚子饿了哪,有什么吃的没有?”
“完全没有。”
“那你平时怎么吃饭?”
“加班的时候在医院里吃盒饭。”
“那不加班的时候?”
“把盒饭带回家。”
“能看下冰箱里面么?”
“诶诶,请便吧。”
女孩子打开冰箱门,往里面探头探脑地张望了一下,又看了看煤气灶,关上冰箱门的时候,她手里多了四个鸡蛋。
“想做个煎鸡蛋卷吃,行么?”
“这……”
“行?还是不行?”
“行是行啊,但为什么单单要做煎鸡蛋卷呢?”
“因为你家里就只有四个鸡蛋和一个平底煎锅啊。”
她理直气壮地回答,顺便给了我一个白眼。
女孩子洗完手,开始打鸡蛋,一边打,一边说:
“如果有五六个鸡蛋的话,我就能给你做西班牙蛋饼了,而且,为了五六个鸡蛋,下去买点别的菜来配,也是值得的。”
“嗬,那如果是不到四个鸡蛋呢?”
“那就不值得专程出门买别的菜来配啊。”
“我这儿还经常是四个以下的鸡蛋呢,三两个之类的。”
“如果是三个,”女孩子开始往平底锅里抹油,“就做个炒鸡蛋得了。如果是两个,做一对白煮蛋,溏心的,放在一块儿看着还不错。”
“那如果就剩一个了呢?”
“那就甭费力气了,扔了算了。有个女人的屋子里,冰箱里却只有一个鸡蛋,那也就只有扔了算了。”
女孩子冷冷地说。
她打开煤气灶的开关,蓝色的火苗往上蹦着,过了一会儿,女孩子用筷子蘸着点蛋汁滴到锅子里,蛋汁发出了“滋滋”的声音。
“这就可以煎了。”她手法熟练地把蛋汁慢慢倒进锅里,先铺那么均匀的薄薄的一层,然后等蛋皮稍微凝固了,就对折起来,把整个蛋皮往前挪,随即再往锅底倒上新的一层蛋汁,等凝固了之后再对折,就这样周而复始。慢慢的,平底锅里出现了一个诱人的,厚嘟嘟的大半圆。
我无限仰慕地在一边看着,全心全意地赞美道:
“哇,真是好漂亮的煎鸡蛋卷啊。”
“用方形的平底锅煎出来的更漂亮呢。”
女孩子平静地说。
“我能尝尝吗?”
“当然。”
我取了两个小盆子,两双筷子到厨房,煎鸡蛋卷已经被装在一个女孩子不知道从哪里拿出来的白瓷盘子里,怪体面地端上了小桌子。
“是什么味儿的?”
我跟个傻瓜似的问。
“不知道你爱吃甜的还是咸的,所以酱油和糖都加了。”
“我爱吃咸的。”
厚嘟嘟的煎鸡蛋卷被我的筷子一下子就掐下来一大块,送进嘴里一尝,味道果然是既浓郁又多汁,且那蛋皮一层又一层的纹理,也因为女孩子对不同火候的处理,放进嘴里就能感受到。
正当我对鸡蛋卷的味道赞叹不已的时候,女孩子却忽然说:
“老师爱吃甜的。”
我嘴里塞得满满的,忽然想起来女孩子的存在。
沉默了一会儿,厨房的空气里除了煎鸡蛋卷的香甜气味,还有我咀嚼和把食物往下咽的声音。
“对不起。”
好容易把美味的鸡蛋卷咽下肚子,我真心诚意地对女孩子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