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初夏/송宋 주숙진朱淑眞
竹搖清影罩幽窗 흔들리는 대 그림자 그윽한 창을 덮고
兩兩時禽噪夕陽 쌍쌍이 우는 제철 새 석양에 시끄럽네
謝卻海棠飛盡絮 꽃사과도 지고 버들개지도 다 날아갔고
困人天氣日初長 무료한 날씨에 날도 길어지기 시작하네
오늘이 입하(立夏)이다. 책력(冊曆)의 역법 상으로는 오늘 04시 03분부터 여름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사이에 나뭇잎이 활짝 퍼졌고 기온도 상승하여 이제 늦봄 보다는 여름이 시작된 것을 몸이 느낀다.
이 시를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참 한가롭게 지낸다는 생각도 들 것이고 규중에서 외롭게 지내는 것이 안타깝다는 느낌도 들 것이다. 이 시의 제목이 <맑은 한낮[淸晝]>, <즉경(卽景)>으로 된 것도 있다. <청주(淸晝)>는 맑고 고요한 한낮의 무료함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즉경(卽景)>은 당시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초점을 맞춘 제목이며, <초하(初夏)>는 계절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청주는 뜻이 깊고 초하는 쉽게 이해되는 장점이 각각 있으며, 즉경은 너무 평범한 듯하다.
아마 지금쯤 게으르게 거실에 앉아 있거나 어디 한적한 곳에서 멍하게 있는 분들은 이 시가 더욱 공감이 될 것도 같다. 이 시의 눈알은 유(幽) 자에 있다. 그에 반대되는 글자가 양양(兩兩)이다. 그리고 이런 시상은 마지막 구 곤(困)으로 연결된다.
이제 초여름이 되어 한창 자란 대 그림자가 창문을 덮고 있다. 나는 이렇게 적막하게 지내고 있는데 바깥에서 쌍쌍이 노니는 새들은 지는 석양을 감상하면서 떠들고 있다. 새들은 정담을 나누는 것인데 이 여인에게는 시끄러운 소리로 들리고 있어 신경질적인 반응을 알 수 있다. 이제 해당(海棠)도 다 지고 버들개지도 다 날아갔다. 앞으로 권태로운 계절에 날도 자꾸 길어질 텐데 그런 긴 날을 혼자 지내려니 참 피곤할 것 같다.
이 시에 보이는 해당(海棠)은 여름에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흔히 피는 해당화가 아니라 현재 식물명으로는 중국꽃사과나무에 해당한다고 한다. 해당을 검색하여 바이두의 이미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의 해당화와는 무관하고 《시경》에 보이는 팥배나무나 아그배나무와 가까운 셈이다.
이 시를 보면 울울하고 외로운 서정을 느끼게 되는데, 주숙진의 시를 많이 본 평자들은 이 시인의 다른 시에 비해 소탈하게 느껴진 듯하다. 《서호유람지(西湖遊覽志)》를 보면, 이 시를 평하여 “주숙진의 시는 간드러지는 것이 많은데[多柔媚] 이 시는 상당히 소탈하여 좋다.[頗疎俊, 可喜.] 라는 평을 하고 있다.
주숙진(朱淑眞, 대략 1135~1180)은 주숙정(朱淑貞)이라고도 하는데 호가 유서거사(幽棲居士)이다. 남송 시대의 저명한 여성 시사(詩詞)인이다. 고향이 절강성 항주라고도 하고 해녕(海寧)이라고도 하는데 두 지역이 서로 이웃해 있다. 주숙진은 본래 벼슬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총명하고 독서를 좋아하였는데 말단 관리라고도 하고 시정 상인이라고도 하는 사람에게 시집을 가서 남편과 서로 뜻이 맞지 않았다. 우리나라 허난설헌과 비슷하다. 그래서 내면의 우울과 원망 같은 것을 시로 즐겨 써서 시의 풍격이 침울하고 애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많은 시를 썼는데 그녀가 죽자 본가의 부모가 그 원고를 거두어 대부분 태워버렸다고 한다.
365일 한시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