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 서씨네 주점에서 숙박하며宿新市徐公店/송宋 양만리
籬落疏疏一徑深 울타리는 듬성듬성 오솔길은 깊은데
樹頭花落未成陰 나무 위 꽃은 지고 녹음은 아니 졌네
兒童急走追黃蝶 아이가 급히 달려 노랑나비 쫓으나
飛入菜花無處尋 유채 꽃으로 날아들어 찾을 수 없네
이 시는 양만리가 1192년 여행 도중 신시(新市)라는 곳을 지나가다 하룻밤 묵으면서 지은 시이다. 신시는 지금 호남성 장사(長沙) 아래 유현(攸縣)이란 곳이다.
여행 중에 피곤할 텐데도 이처럼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변해가는 계절과 전원에서 노는 아이들 풍경을 세밀히 포착하고 있다.
채화(菜花)는 채소의 꽃이다. 유채꽃이 아니라면 반드시 노란 꽃일 것이다. 아이가 잡는 노랑나비가 노란 유채 꽃밭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아이가 나비인지 꽃인지 헷갈려 나비를 더 이상 찾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한다.
이런 시들은 당나라 때는 거의 없고 송나라 때 지어졌다. 시를 보는 눈과 미감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 시는 시골의 풍경을 의미 있게 화폭에 담으려는 생각과 함께 구체적인 경물을 철저하게 탐색하려는 정신에 기초한다. 시로 그려낸 자연의 전신사조(傳神寫照)라고나 할까. 아이가 노랑나비를 잡으려 하지만 그 나비가 노란 유채꽃밭으로 들어가 당황하고 있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시이다. 김홍도의 <씨름도>나 김득신의 <파적도>처럼 어떤 특정한 순간을 생생하게 화면에 옮기는데 열정을 쏟은 시인 것이다. 124회에서 이미 한 번 감상했지만 양만리는 이런 시에 능한 시인이다.
오늘이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이 야외에서 놀기에 좋은 날씨이다. 이 시는 초여름 유채꽃밭 속에서 나비를 잡고 노는 아이를 묘사한 한 폭의 초여름 전원 풍속도이다. 초여름 특유의 생기가 시에 넘쳐난다.
365일 한시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