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조박재는 함과가의 외삼촌을 방문하고
홍선경은 취수당의 중매를 서다
趙樸齋鹹瓜街訪舅 洪善卿聚秀堂做媒
“양가모! 장(莊) 도련님 친구분이 오셨습니다.”
이 층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발자국 소리가 이 층 입구쯤에서 멎었다.
세 사람이 이 층으로 올라가니 아주머니17 양가모(楊家娒)가 그들을 맞이하며 말했다.
“아유, 홍 도련님, 방으로 드시지요.”
열서너 살 된 여자 하인18이 벌써 주렴을 걷어 올린 채 기다리고있었다.
뜻밖에 방 안에는 어떤 남자가 탑상19 위에 가로질러 누워 옆에 있는 기녀와 희희낙락 장난을 치고 있었다. 홍선경이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 사람은 기녀를 물리치고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장소촌과 조박재에게도 공수를 하며 성함을 물었다. 홍선경은 대신 대답해주고 장소촌 쪽을 돌아보며 말해주었다.
“이분은 장여보(莊荔甫) 선생이십니다.”
소촌이 말했다.
“반갑습니다.”
그 기녀는 장여보의 등 뒤에 서 있다가 자리가 정해지자 수박씨를 올렸다. 여자 하인도 물담뱃대를 가져와 물담배를 채워주었다. 장여보가 홍선경에게 말했다.
“마침 찾아가려 했는데, 물건들이 많거든. 여기 이 쪽지 좀 보겠나?”
장여보는 옷을 뒤적이며 쪽지를 꺼내 선경에게 건네주었다.
선경은 쪽지를 펼쳐 보았다. 보석, 골동품, 서화, 옷 등의 항목 아래가격과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홍선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물건들은 판로를 찾기 어려워. 듣자니 항주 여전홍(黎篆鴻)이 상해에 있다고 하던데, 그쪽에 한번 물어보게.”
“여전홍 쪽에는 진소운을 통해 보냈는데,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어.”
“물건은 어디에 있나?”
“굉수서방(宏壽書坊)에 있어. 보러 가겠나?”
“나 같은 문외한이 봐서 뭐하겠나.”
조박재는 이런 대화를 듣고 있자니 지겨워져서 고개를 돌려 그 기녀를 자세하게 훑어보았다. 눈처럼 하얀 둥근 얼굴, 반듯하고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특히 사랑스러운 것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붉은 입술과 생기가 넘쳐나는 맵시 있는 두 눈이었다.
그녀는 평상시에는 은실로 만든 나비 장식 하나만 머리에 꽂고, 붉은색 아마포 상의에 비단 가선을 댄 검은색 주름 조끼와 월백색비단에 수놓은 세 줄의 가선을 댄 옅은 보라색 주름바지를 입고 있었다.
박재는 그 모습에 그만 정신이 나가고 말았다. 그 기녀는 벌써 눈치를 채고 웃으며 천천히 서양식 벽거울 앞으로 가서 이쪽저쪽을 꼼꼼하게 살피며 귀밑머리를 매만졌다. 박재는 자신을 망각하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갑자기 홍선경이 불렀다.
“수림 아가씨, 내가 당신 동생 수보에게 중매를 서려고 하는데, 어떤가?”
박재는 그제야 이 기녀가 육수보가 아니고 육수림(陸秀林)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육수림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내 동생을 보살펴주겠다는데, 나쁠 리가 있겠어요?”
그녀는 큰 소리로 아주머니를 불렀다. 마침 양가모가 수건을 짜고 찻잔에 차를 붓고 있었다. 육수림은 양가모에게 수보를 불러와 찻잔을 올리라고 했다.
“어느 분인가요?”
홍선경은 손으로 박재를 가리켰다.
“이쪽 조 도련님.”
양가모는 곁눈질로 살펴보고 말했다.
“이분이요? 얼른 수보를 불러올게요.”
양가모는 수건을 건네주고 ‘쿵쿵’ 바쁜 걸음으로 뛰어 내려갔다.얼마 뒤 ‘자박자박’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육수보가 오는 소리였다. 조박재는 주렴 쪽을 보았다. 육수보는 방으로 들어와서 먼저 장 도련님과 홍 도련님20에게 수박씨를 공손하게 올렸다. 그런 다음장소촌과 조박재 두 사람에게 수박씨를 올리며 이름을 묻고 조박재에게 미소를 지었다. 박재가 보니, 육수보도 자그마하고 둥근 얼굴에 이목구비가 육수림과 똑같이 생겼다. 다만 수림보다 나이가 조금 어리고, 키가 조금 작을 뿐, 만약 같은 곳에 있지 않으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육수보는 접시를 내려놓고 조박재 곁에 바짝 다가가 앉았다. 그런데 뜻밖에 박재는 부끄러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못하고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다행히 그때 양가모가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조 도련님, 방으로 드시죠.”
육수보가 말했다.
“모두 같이 가세요.”
모두들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앞장서라며 길을 양보하였다. 장여보가 말했다.
“내가 앞장서야겠군.”
장여보가 먼저 가려는데, 수림이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안 되죠. 저 두 사람이 먼저 가야죠.”
선경은 그들을 돌아보며 한 번 웃고 장소촌과 조박재와 함께 양가모를 따라 육수보의 방으로 갔다. 육수보의 방은 육수림의 옆방이었다. 거울, 자명종, 금박 대련, 채색 비단 등으로 장식하여 육수림의 방과 비슷하였다. 모두들 편안하게 자리에 앉았다. 양가모는 찻잔을 챙기느라 분주히 움직이며 여자 하인에게 물담배를 채우라고 하였다. 이어 남자 하인이 마른안주를 올렸다. 육수보는 그것을 받아 들고 모두에게 돌리고 조박재와 함께 나란히 앉았다. 양가모가 한쪽에 서서 홍선경에게 물었다.
“조 도련님은 어디서 묵고 계신가요?”
“장 도련님과 함께 열래 객잔에서 묵고 있어.”
양가모는 장소촌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장 도련님은 애인이 있어요?”
장소촌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양가모가 말했다.
“없어요? 하나 만들지 그래요.”
“애인을 만들라고? 그러면 자네와는 어때?”
장소촌의 말에 모두 큰 소리로 웃었다. 양가모가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애인 생기면 조 도련님과 함께 오세요. 시끌벅적해야죠?”
장소촌은 대답 없이 냉소를 짓고 탑상으로 가서 드러누워 아편을 피웠다. 양가모가 조박재에게 말했다.
“조 도련님이 중매를 좀 서봐요.”
박재는 수보와 장난을 치느라 못 들은 척했다. 수보는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당신에게 중매 서라고 하잖아요. 왜 대답이 없어요?”
박재는 그래도 대답하지 않았다. 수보가 재촉하였다.
“말해요.”
그러자 박재는 마지못해 장소촌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소촌은 아편 피우는 데만 몰두하고 조박재에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박재가 난처해하는데, 마침 장여보가 주렴을 걷어 올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조박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양가모는 흥이 사라져 여자 하인과 함께 나가버렸다. 장여보는 홍선경과 마주 보고 앉아 사업 이야기를 나누고 장소촌은 여전히 누워 아편을 피우고 있었다. 육수보는 두 손으로 조박재의 손을 꼭 잡아 꼼짝 못하게 하고 박재를 마주 보고 연극을 보여 달라, 술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박재는 좋다고 히죽거렸다. 수보는 아예 다리를 올리고 가슴에 안겼다. 박재는 한 손을 빼내어 수보의 소매 속으로 집어넣었다. 수보는 가슴을 꼭 쥐며 소리를 질렀다.
“안 돼요!”
방금 아편을 다 피운 장소촌은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물만두는 그곳에 놔두고, ‘만두’를 먹으려고 해!”21
“무슨 말이야?”
박재는 무슨 말인지 몰라 장소촌에게 물었다. 수보는 황급히 다리를 풀고 박재를 잡아당겼다.
“장 도련님 말은 무시해요! 당신을 놀리는 거잖아요!”
수보는 또다시 장소촌을 째려보며 삐죽거렸다.
“애인은 없으면서 말은 잘해요!”
장소촌은 머쓱하여 슬그머니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홍선경은 장소촌이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 함께 저녁이나 먹으러 갑시다.”
박재는 이 말을 듣고 황급히 마른안주 접시에 은화를 떨어뜨렸다. 육수보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잠깐만요.”
그리고 수림을 불렀다.
“언니, 간대요.”
육수림도 이쪽으로 건너왔다. 그녀는 조용히 장여보의 귀에 대고소곤거리고 나서 육수보와 함께 이 층 입구까지 그들을 배웅했다.“나중에 함께 오셔요.”
네 사람은 대답을 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17 결혼한 여자 고용인을 ‘아주머니(娘姨)’라고 불렀다. 단순히 기루에서 혹은 기녀가 일방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머니도 일부 돈을 투자하고 기녀의 일을 돕는다. 만약 기녀가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수입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손님 끌어오는 일, 손님 비유 맞추는 일 등에 관여하고 일하지 않으려는 기녀들을 설득하기도 한다.
18 어린 여자 하인, 즉 결혼하지 않은 여자 하인을 ‘대저(大姐)’라고 한다. 전족을 하지 않은 발을 가진 여자라는 것에서 유래했다.
19 榻床 : 탑상은 앉거나 누울 수 있어 의자와 침대를 겸하는 가구로, 기루에서는 여기에 누워 아편을 피웠다.
20 이급 기루에서는 나이 구분 없이 모든 손님을 ‘큰 도련님(大少爷)’이라고 불렀다.[장]
]21 만두는 유방을 가리키는데, 성적 행위를 의미한다.
「楊家娒,莊大少爺朋友來。」祇聽得樓上答應一聲,便「登登登」一路腳聲到樓門口迎接。
三人上樓,那娘姨楊家娒見了,道:「懊,洪大少爺,房裏請坐。」一個十三四歲的大姐,早打起簾子等候。不料房間裏先有一人橫躺在榻床上,摟著個倌人,正戲笑㖏;見洪善卿進房,方丟下倌人,起身招呼,向張小村、趙樸齋也拱一拱手,隨問尊姓。洪善卿代答了,又轉身向張小村道:「第位是莊荔甫先生。」小村說聲「久仰」。
那倌人掩在莊荔甫背後,等坐定了,纔上前來敬瓜子。大姐也拿水煙筒來裝水煙。莊荔甫向洪善卿道:「正要來尋耐,有多花物事,耐看看阿有啥人作成?」即去身邊摸出個折子,授與善卿。善卿打開看時,上面開列的或是珍寶,或是古董,或是書畫,或是衣服,底下角明標價值號碼。善卿皺眉道:「第號物事,消場倒難㖏。聽見說杭州黎篆鴻來裏,阿要去問聲俚看?」莊荔甫道:「黎篆鴻搭,我教陳小雲拿仔去哉,勿曾有回信。」善卿道:「物事來哚陸裏?」荔甫道:「就來哚宏壽書坊裏樓浪,阿要去看看?」善卿道:「我是外行,看啥㖏。」
趙樸齋聽這等說話,好不耐煩,自別轉頭,細細的打量那倌人:一張雪白的圓面孔,五官端正,七竅玲瓏,最可愛的是一點朱脣時時含笑,一雙俏眼處處生情;見他家常祇戴得一枝銀絲蝴蝶,穿一件東方亮竹布衫,罩一件無色縐心緞鑲馬甲,下束膏荷縐心月白緞鑲三道繡織花邊的褲子。
樸齋看的出神,早被那倌人覺著,笑了一笑,慢慢走到靠壁大洋鏡前,左右端詳,掠掠鬢腳。樸齋忘其所以,眼光也跟了過去。忽聽洪善卿叫道:「秀林小姐,我替耐秀寶妹子做個媒人阿好?」樸齋方知那倌人是陸秀林,不是陸秀寶。祇見陸秀林回頭答道:「照應倪妹子,阿有啥勿好?」即高聲叫楊家娒。
正值楊家娒來絞手巾、沖茶碗,陸秀林便叫他喊秀寶上來加茶碗。楊家娒問:「陸裏一位嗄?」洪善卿伸手指著樸齋,說是「趙大少爺」。楊家娒眱了兩眼,道:「阿是第位趙大少爺?我去喊秀寶來。」接了手巾,忙「登登登」跑了去。
不多時,一路「咭咭咯咯」小腳聲音,知道是陸秀寶來了。趙樸齋眼望著簾子,見陸秀寶一進房間,先取瓜子碟子,從莊大少爺、洪大少爺挨順敬去;敬到張小村、趙樸齋兩位,問了尊姓,卻向樸齋微微一笑。樸齋看陸秀寶也是個小圓面孔,同陸秀林一模一樣,但比秀林年紀輕些,身材短些;若不是同在一處,竟認不清楚。
陸秀寶放下碟子,挨著趙樸齋肩膀坐下。樸齋倒有些不好意思的,左不是,右不是,坐又坐不定,走又走不開。幸虧楊家娒又跑來說:「趙大少爺,房間裏去。」陸秀寶道:「一淘請過去哉啘。」大家聽說,都立起來相讓。莊荔甫道:「我來引導。」正要先走,被陸秀林一把拉住袖口,說道:「耐覅去㖏,讓俚哚去末哉。」
洪善卿回頭一笑,隨同張小村、趙樸齋跟著楊家娒,走過陸秀寶房間裏。就在陸秀林房間的間壁,一切鋪設裝潢不相上下,也有著衣鏡,也有自鳴鐘,也有泥金箋對,也有彩畫絹燈。大家隨意散坐,楊家娒又亂著加茶碗,又叫大姐裝水煙。接著外場送進乾濕來,陸秀寶一手托了,又敬一遍,仍去和趙樸齋並坐。
楊家娒站在一旁,問洪善卿道:「趙大少爺公館來哚陸裏嗄?」善卿道:「俚搭張大少爺一淘來哚悅來棧。」楊家娒轉問張小村道:「張大少爺阿有相好嗄?」小村微笑搖頭。楊家娒道:「張大少爺無撥相好末,也攀一個哉啘。」小村道:「阿是耐教我攀相好?我就攀仔耐末哉啘,阿好?」說得大家哄然一笑。楊家娒笑了,又道:「攀仔相好末,搭趙大少爺一淘走走,阿是鬧熱點?」小村冷笑不答,自去榻床躺下吸煙。
楊家娒向趙樸齋道:「趙大少爺,耐來做個媒人罷。」樸齋正和陸秀寶鬼混,裝做不聽見。秀寶奪過手說道:「教耐做媒人,啥勿響嗄?」樸齋仍不語。秀寶催道:「耐說說啥。」樸齋沒法,看看張小村面色要說,小村祇管吸煙不理他。正在為難,恰好莊荔甫掀簾進房。趙樸齋借勢起身讓坐。楊家娒見沒意思,方同大姐出去了。
莊荔甫對著洪善卿坐下,講論些生意場中情事,張小村仍躺下吸煙。陸秀寶兩祇手按住趙樸齋的手,不許動,祇和樸齋說閑話。一回說要看戲,一回說要喫酒,樸齋嘻著嘴笑。秀寶索性擱起腳來,滾在懷裏。樸齋騰出一手,伸進秀寶袖子裏去。秀寶掩緊胸脯,發急道:「覅喲」張小村正吸完兩口煙,笑道:「耐放來哚『水餃子』勿喫,倒要喫『饅頭』。」樸齋不懂,問小村道:「耐說啥?」秀寶忙放下腳,拉樸齋道:「耐覅去聽俚,俚來哚尋耐開心哉㖏!」復眱著張小村,把嘴披下來道:「耐相好末勿攀,說例會說得野哚!」一句說得張小村沒趣起來,訕訕的起身去看鐘。
洪善卿覺小村意思要走,也立起來道:「倪一淘喫夜飯去。」趙樸齋聽說,慌忙摸塊洋錢丟在干濕碟子裏。陸秀寶見了道:「再坐歇㖏。」一面喊秀林:「阿姐,要去哉。」陸秀林也跑過這邊來,低聲和莊荔甫說了些甚麼,纔同陸秀寶送至樓門口,都說:「晚歇一淘來。」四人答應下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