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그믐날 그대를 보내며春晦送客/ [唐] 최로崔櫓
들판에서 어지러이
술잔 권하며
그대를 보내며
봄도 보낸다
내년에 봄빛이
되돌아올 때
돌아오지 않는 사람
되지 말기를
野酌亂無巡, 送君兼送春. 明年春色至, 莫作未歸人.(2018.04.28.)
음력으로는 정월이 맹춘(孟春), 2월이 중춘(仲春), 3월이 만춘(晩春)이다. 양력은 대체로 음력보다 한 달 정도 늦으므로 양력 4월 말인 지금 즈음이 늦은 봄을 배웅하는 시기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사라지는 봄을 왜 굳이 배웅할까? 그동안 봄날과 깊은 정을 나눴기 때문이다. 매화, 영춘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살구꽃, 복사꽃, 벚꽃, 오얏꽃, 앵두꽃, 배꽃, 라일락 등 만발한 백화(百花)의 향기에 취하고, 꽃구름에 환호하고, 꽃비에 넋을 빼앗겼다. 수많은 꽃나무와 꽃동산과 꽃대궐을 찾아다녔다.
그 꽃놀이의 여정을 함께 한 지음(知音) 아니 지향(知香)이 있다. 그는 나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며 짧은 봄 꽃 시절을 함께 누린 지기(知己)다. 그는 어쩌면 꽃보다 아름다운 나의 참벗이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안치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모든 외로움을 이겨낸 나의 벗으로 인해 나 자신도 외로움을 이겨냈다. 하지만 외로움은 끝내 극복되지 않는다. 새 이별은 늘 새 외로움을 예비한다. 마지막 봄날인 음력 3월 그믐날 들판에서 술잔을 주고받는 건 새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전야제다.
봄날은 간다. 그리고 봄날은 온다. 하지만 내년 꽃 시절에 그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안녕’이란 인사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오늘 권하는 이 술 한 잔이 마지막 잔이 되지 말기를… 부디 “안녕히……”(사진출처: 新浪博客 大荒山跛足道人)
한시, 계절의 노래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