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백李白 봄날의 그리움春思

봄날의 그리움春思/당唐 이백李白

燕草如碧絲 연나라 풀이 푸른 실과 같을 때
秦桑低綠枝 진나라 뽕나무는 가지가 푸르죠
當君懷歸日 당신이 집을 그리워할 무렵이면
是妾斷腸時 저는 한창 애태우고 있을 때에요
春風不相識 봄바람은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何事入羅幃 무슨 일로 휘장 안으로 불어오나

이백(李白)이 악부 형식으로 지은 고시이다. 6행으로 되어 있는 것은 이 시가 고시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연나라 지역은 위도가 우리나라 의주와 같고 진나라 지역은 부산과 같다. 크게 잡아 2천리 정도의 거리가 나므로 기후도 대략 20일 정도 차이가 난다. 중국에서는 춘추전국 시대에 각 지역에 제후들이 종주국인 주나라와 거의 독립적인 상태에서 나라를 경영하였다. 그 시대가 500년 정도로 길어 후대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발흥한 지역이나 연고에 따라 나라의 이름이 되기도 하고 어느 지역을 가리키는 지역 명칭으로도 쓰이고 있다. 현재도 중국의 택시 번호판에는 춘추 시대 국호를 쓰는 지역이 많다.

연나라 지역은 남편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지금 가 있는 지역으로 풀이 실과 같다는 것은 추정해서 하는 말이고, 진나라 지역은 이 시의 화자인 부녀가 살고 있는 곳으로 뽕나무 푸른 가지가 땅에 드리워 있다는 것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실경을 묘사한 것이다. 1.2구는 대구로 썼지만 그대로 번역하면 의미가 잘 안 들어와 지금처럼 번역하였다.

3연의 당(當)은 ‘~을 당하여’나 ‘~ 때에는’의 의미이다. 당(當)에는 ‘~해야 한다.’ 외에도 ‘~ 할 것이다.’의 의미로도 쓰이나, 이 문맥에서는 뒤의 ‘군회귀일(君懷歸日)’ 전체를 받는 술어이다.

《이백시전집》(삼민서국)의 저자 욱현호(郁賢皓) 선생은 사(絲)는 사(思)와, 지(枝)는 지(知)와 발음이 같아, 각각 뒤의 ‘회귀(懷歸)’, ‘단장(斷腸)’과 연관되어 시의 함축미와 음악성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중국 음에 밝지 못한 나는 잘 못 느끼는 점인데 중국인이 이 시를 읽으면 그런 감각이 오는가 한다. 실제로 시를 쓸 때는 의미도 의미지만 입으로 발음할 때의 감각이 중요한데 상당히 의미 있는 지적으로 보인다.

지금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으니 봄날의 그리움이 가장 강하게 일어날 때이다. 이 때 봄바람은 솔솔 불어 집안 침실에까지 불어온다. 중국 시에서 ‘비단 휘장’은 주로 침실과 연관이 있다. 우리는 그냥 방에서 자지만 중국은 집 안에 침실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휘장을 드리우고 자기 때문이다. 침실로 들어오는 봄바람은 남편의 빈 공간을 재확인하고 그리움을 증폭시킨다.

3, 4 구의 남편과 감정이 틀어지는 것 같은 부분이나 마지막 구의 다소 원망이나 신경질적인 반응은 이 화자의 춘사(春思), 즉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그만큼 진실하고 그래서 슬프기까지 한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시는가? 여자의 심리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겠는가? 가르침을 기다릴 뿐이다.

范春晓 《春思》, 사진 출처 fanchunxiao.artron.net

365일 한시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