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唐] 장호張祜 상화가사相和歌辭

상화가사相和歌辭/ [唐] 장호張祜

큰 제방에
꽃 피고 달 뜬 밤

장강엔
봄 물결 출렁출렁

동풍이
소식 전해오길

봄밤에 특별히
놀러 오라네
大堤花月夜, 長江春水流. 東風正上信, 春夜特來遊.

꽃 피고 달 뜬 봄밤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묘사한 시로는 초당(初唐) 장약허(張若虛)의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가 첫손에 꼽힌다. 모두 36구로 이루어진 이 장편 칠언고시는 무한한 대자연 속에서 유한한 인간이 느끼는 감상을 노래한 절창이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아련함, 그리움, 애달픔, 외로움을 봄(春), 강(江), 꽃(花), 달(月), 밤(夜)과 함께 무르녹여 나그네로 왔다가 나그네로 사라지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슬픔을 그려냈다. “봄 강에 밀물 들어 바다에 이어 평평한데, 바다 위 밝은 달이 밀물 따라 둥실 떴네. 찰랑 찰랑 고운 물결 천리만리 퍼져 가니, 어느 곳 봄 강인들 밝은 달 아니 뜨리.(春江潮水連海平, 海上明月共潮生. 艶艶水波千萬里, 何處春江無月明.)”

장호의 이 시는 「춘강화월야」의 압축편이라 할 만하다. 향기로운 꽃이 만발한 봄밤의 강변 풍경이 「춘강화월야」의 분위기와 똑 같다. 그곳은 교교한 달빛 아래 봄꽃이 꽃비 되어 휘날리는 섬진강 가이기도 하고, 여의도 강변이기도 하고, 금호강 제방이기도 하다. 그곳은 우리 삶의 아름다운 약속이 존재했고, 존재하고, 존재할 봄꽃 공원이다. 그 약속은 이루어지기도 하고 이루어지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일시에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두 손 털고 일어서는 삶이 좋아라/ 끈적이며 모질도록 애착을 갖고/ 지저분한 추억들을 남기려는가/ 하늘 아래 봄볕 속에 꿈을 남기고/ 바람 따라 떠나가는 삶이 좋아라”(유응교, 「벚꽃의 꿈」) 꽃잎을 실은 저 강물은 온 달밤 내내 향기를 품고 흘러간다.(2018.04.22.)

한시, 계절의 노래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