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즉흥시 다섯 수春日卽事五首 중 다섯째/ [宋] 서방좌舒邦佐
곡우엔 못자리 총총
누에는 두 잠 자니
뽕 따는 아가씨들
그네뛰기도 그만 뒀네
앞마을에 찾아오는
상춘객도 드문 시절
짙은 그늘에 소 풀어 놓고
밭에서 새참 먹네
穀雨催秧蠶再眠, 采桑女伴罷鞦韆. 前村亦少遊人到, 牛歇濃陰人餉田.
곡우는 곡식을 살찌우는 비다. 입춘에서 시작한 24절기의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실제로 농촌에서는 곡우에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준비한다. 본격적인 농사철로 들어선다.
옛날에는 양잠도 매우 중요한 농사의 하나였다. 누에를 쳐서 고치를 생산하고 고치에서 실을 뽑아 옷을 만들어 입었다. 누에는 고치를 짓기까지 모두 네 잠을 잔다. 누에가 잠을 잘 때는 뽕잎을 먹지 않고 머리를 쳐든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잠을 자고 나면 허물을 벗고 몸이 크게 성장한다. 양잠 기간은 대략 한 달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唐詩)를 배울 때 누에가 잠을 잔다는 구절이 나오자 담당 선생님께서 “누에가 어떻게 잠을 자느냐. 누에가 잠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시골 출신 어떤 학우가 이의를 제기했다. “선생님! 누에는 네 잠을 자야 고치가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무슨 누에가 잠을 자냐?” 그 학우가 구체적으로 누에의 잠을 설명했다. “누에는 머리를 쳐든 채 잠을 자고, 잠을 자야 성충이 됩니다. 그걸 네 번 반복합니다.” 선생님께서 좀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셨다. 환경의 차이가 상식의 차이를 만든다.
볍씨 담그기와 누에치기가 시작되면 시골 마을에도 봄놀이는 끝이 난다. 소를 이용해 밭을 갈고 각종 곡식 씨를 뿌린다. 새참 때나 점심 때가 되면 밭갈이 하던 소를 풀밭에 풀어놓고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날라온 먹거리를 먹는다. 힘들게 일한 후 먹는 보리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주위 논밭의 이웃들도 불러서 함께 막걸리 잔을 기울인다. 지난날 농촌은 이와 같았다.(사진출처: 六只脚)
한시, 계절의 노래 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