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최도융崔道融 저무는 봄날春晩

저무는 봄날春晩/당唐 최도융崔道融

三月寒食時 삼월 한식 이 무렵엔 
日色濃於酒 햇살이 술보다 진하네
落盡牆頭花 담장 위 꽃은 다 지고
鶯聲隔原柳 꾀꼬리도 저편 버들에서

중국 시인들의 시를 보면 우리나라 보다 대략 20일 정도는 빠른 계절감을 보인다. 시가 많이 지어진 중원이나 강남이 우리나라 보다 그만큼 남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 시 역시 초여름의 계절감이 드러나 있다.

‘술보다 진하다’는 말은 햇살이 강해졌다는 의미이다. 장두(牆頭)는 담장의 위를 말한다.

한식 무렵이 되니 햇살이 강해진다. 담장 위에 탐스럽게 피어 있던 꽃들은 이제 다 졌고 꾀꼬리도 어느새 녹음이 진 저편 언덕의 버드나무에서 운다. 이제 봄날이 가는가보다.

시인들의 시를 보다보면 나의 눈도 덩달아 예리해진다. 지난 33회에 소개한 육유(陸游)의 시 <입춘 전 3일에[立春前三日作]>에 “스르르 잠들었다 일어나니, 해가 벌써 쪼끔 길어졌네[悠然睡還起, 已覺日微長]”라는 표현이 있어 입춘 무렵에 해가 길어짐을 알았는데, 이 시를 보면 한식 무렵에 햇살이 강해짐을 새삼스레 깨닫고, 한식 앞에 곧 청명이 있거나 날이 겹침을 기억하게 된다.

봄은 따스한 햇살과 함께 왔다가 점점 강해지는 햇살과 함께 지나가는가 보다. 시인의 서정은 배제하고 계절의 변화 자체를 소재로 다룬 시여서 계절감이 더 부각된다.

최도융(崔道融, 880년전~907년)은 당 말의 시인으로 형주 강릉(江陵) 사람이다. 그는 젊어서 섬서, 화북, 하남, 강서, 복건 등지를 여행하였고 징사(徵士)로 뽑혀 우보궐(右補闕) 등의 관직을 지냈으나 전란을 피해 민(閩)으로 들어가 동구산인(東歐散人)이라고 자호하였다. 사공도(司空圖) 등과 교유하였다.

사진 출처 news.yunnan.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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