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꾀꼬리 소리를 듣다春晩聞鶯/ [宋] 장간張侃
마을 남쪽 북쪽에
꽃놀이도 드문 시절
저녁 바람 비를 날려
가지 가득 녹음이네
남몰래 봄빛과
함께 도는 저 꾀꼬리
시인이 섬세하게
시를 짓는 모습 같네
村北村南花事稀, 晚風吹雨綠盈枝. 黃鸝暗與春光轉, 似怕騷人細作詩.
—봄이 짙어지면 봄놀이는 눈과 코에서 귀로 옮아간다. 매화, 살구꽃(杏花), 복사꽃(桃花), 오얏꽃(李花), 배꽃(梨花) 등등 화사한 봄꽃은 지고 녹음이 드리운다. 꾀꼬리를 비롯한 온갖 새들이 녹음 속에서 지저귄다.
꾀꼬리가 지저귀는 소리를 흔히 “꾀꼴꾀꼴”이라고 형용한다. 나는 어린 시절 고향 탑밭 소나무숲에서 꾀꼬리 소리를 처음 듣고 “꾀꼴꾀꼴”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의성어인줄 깨달았다. 꾀꼬리 소리는 우리말로 도저히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곱고 맑고 낭랑하다. 머리와 꼬리 부위는 검은색이지만 몸통은 샛노란 색이어서 왜 꾀꼬리를 황조(黃鳥) 또는 황려(黃鸝)라 부르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4월 중순 이후 암수 한 쌍이 어울려 지저귀며 서로 화답한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翩翩黃鳥, 雌雄相依)”라는 「황조가(黃鳥歌)」가 괜히 나온 노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남조 양(梁)나라 종영(鍾嶸)은 「시품서(詩品序)」에서 “기(氣)가 만물을 움직이고, 만물이 사람을 감응시킨다(氣之動物, 物之感人)”라고 했다. ‘기(氣)’란 천지자연의 로고스가 체화(體化)되는 질료(質料)다. 쉽게 말하면 사시사철 따뜻하고 차가운 기운이 삼라만상을 생육(生育)한다. 풀, 나무, 새, 짐승의 활동은 모두 음양의 기(氣)가 굴신(屈伸)하는 양상이다.
인간은 만물이 태어나고 자라고 쇠락하는 모습 등 음양의 굴신을 보고 그것에 감응하여 시를 짓는다. 하지만 풀과 나무와 꽃과 새는 어떨까? 그들도 기(氣)의 작용에 의해 움직이므로 그들이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그들의 시라고 해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만물은 인간보다 훨씬 앞서 천지자연의 변화를 체감하는 섬세한 시인인 셈이다. 인간 세상의 시인은 그들의 시와 노래를 인간의 말로 전해주는 영매(靈媒)일 따름이다.(사진출처: ZOL論壇)
한시, 계절의 노래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