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春雨吟/ [宋] 소옹邵雍
봄비
실낱같이 가늘어
실낱같이
보슬비 내리네
어떻게
큰 비가 되어
만물을 모두
번성케 하나
春雨細如絲, 如絲霡霂時. 如何一霶霈, 萬物盡熙熙.
‘맥목(霡霂)’과 ‘방패(霶霈)’가 이 시 이해의 열쇠다. ‘맥목(霡霂)’은 이미 『시경(詩經)·소아(小雅)』 「신남산(信南山)」에 나오는 어휘로 소우(小雨) 즉 보슬비나 이슬비를 가리킨다. ‘방패(霶霈)’는 대우(大雨)로 질펀하게 내리는 큰 비다. 전체 시는 실낱 같은 보슬비가 만물을 적시기 시작하다가 마침내 큰 비가 되어 삼라만상의 성장을 크게[熙熙] 촉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생명의 이치는 광대하면서도 은미하기(費而微) 이를 데 없다. 『중용(中庸)』의 어투를 빌리자면 “그것은 보통 부부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도 알 수 있지만,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비록 성인이라도 알 수 없다.” 그것은 우주 본체의 원리로 만물을 빠짐없이 생육(生育)한다. 이는 특히 계절의 시작인 봄날에 뚜렷한 경관을 드러낸다. 봄비를 맞고 무성하게 피어나는 새싹과 꽃잎으로, 얼음 풀린 계곡 물과 촉촉하게 젖은 흙으로 진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광대하면서도 은미한 우주 본체의 이치는 기실 우리 곁의 자연스럽고 친근한 일상 속에 스며 있다. “먼 길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 시작해야 한다(行遠必自邇)”는 이치가 바로 이것이다.
동해안에 어제 큰 산불이 나서 고성과 속초가 불바다로 변했다. 오늘 다행히 큰 불이 잡혀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런 때 봄비에 우주 본체의 이치가 담겨 있다고 운운함은 얼마나 공허하고 실없는 소리인가? 거대한 화마를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는 건 하늘에서 내리는 비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물(水) 즉 비의 실체다. 이 또한 진리다. ‘방패(霶霈)’까지는 바라지 않겠으니 부디 ‘맥목(霡霂)’이라도 하룻밤 내내 내렸으면 좋겠다.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피해를 입은 분들의 조속한 복구를 기원한다.(사진출처: 騰訊網)(2018.04.06)
한시, 계절의 노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