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날 우연히 쓰다淸明日偶述/ [明] 소담蘇澹
배꽃은 적적한데
제비는 펄펄 날고
작약 울과 난초 밭둑에
여린 잎 돋아나네
곳곳에서 아이들은
버들피리 불면서
봄놀이 지속하며
청명 날에 이르렀네
梨花寂寂燕飄零, 藥檻蘭畦嫩葉生. 處處兒童吹柳笛, 扶持春事到清明.
어릴 때 우리 시골에서는 버들피리를 ‘홀때기’라고 했다. 3월 말이나 4월 초쯤 거랑가(강변) 버드나무에 물이 오르면 낫으로 알맞은 줄기를 잘라 껍질을 통째로 비틀어 벗겨냈다. 그것을 홀때기 뺀다고 했고, 그렇게 뺀 홀때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한쪽 끝 겉껍질을 흰색이 나오도록 1cm 정도 얇게 벗겨내고 그 부분을 입으로 불면 소리가 났다.
또 하나의 제작법은 벗겨낸 홀때기 중앙 윗 부위에 네모나게 구멍을 뚫은 후 그 부분에 버드나무 줄기를 작게 잘라 집어넣고 공명 통을 만들어 버들피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것은 첫 번째 방법보다 좀 복잡하고 정교하기에 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시기가 조금 더 지나 버드나무에 새싹이 크게 자라면 껍질이 통째로 비틀리지 않아서 홀때기를 뺄 수 없다. 지금 쯤이 딱 적기다.
버들피리라고 하면 리코더나 퉁소처럼 구성진 멜로디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버들피리 한쪽 끝을 깎아 그곳을 불어 그 떨림으로 소리를 내므로 아주 단순하게 삑삑 소리밖에 나지 않는다. 물론 버들피리 길이를 다르게 만들어서 몇 개씩 물고 몇 가지 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위에서 소개한 두 번째 방법으로 버들피리를 만들면 몇 가지 음계의 소리를 낼 수 있지만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다.
그래도 봄이 되면 홀때기를 열심히 빼서 입에 물고 다녔다. 학교 갔다 오다가 어디선가 홀때기 소리가 들리면 얼른 달려가서 함께 홀때기를 빼곤 했다. 흥미롭게도 중국 사이트에서 ‘柳笛’를 검색해보니 우리의 제작법과 똑 같았고 모양도 동일했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홀때기를 불면서 봄날을 보냈다. 청명이 언제 오고 곡우가 언제 오는지는 전혀 인식도 못하던 시절이었다.(사진출처: 志者金成的博客)
한시, 계절의 노래 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