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寒食/당唐 한굉韓翃
春城無處不飛花 봄날 도성 꽃 날리지 않는 곳 없는데
寒食東風御柳斜 한식날 동풍에 궁원의 버들 바람 타네
日暮漢宮傳蠟燭 저물녘 한나라 궁궐에서 촛불을 전하니
輕煙散入五侯家 가는 연기 오후가로 나뉘어 들어가네
내일 모레 6일이 한식이다. 그래서인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바람이 자주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 시는 한식을 대표하는 시이자 이 시를 지은 한굉(韓翃)의 대표작이요, 또한 출세작이다.
한굉은 생몰년이 분명치 않은데 남양(南陽) 사람으로 현종 연간에 과거에 급제하였다. 이 사람은 중서사인(中書舍人)이라는 글을 담당하는 벼슬을 맡았는데 바로 이 시 때문이었다. 그의 만년에 덕종(德宗)이 이 시를 보고 감탄해 그를 발탁한 것이다.
덕종이 이 시를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것으로 보고 기뻐서 발탁한 것인지 아니면 은미한 뜻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어 그를 발탁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많은 주석가들은 이 시가 당나라 현종이나 아니면 그 이후에 권력을 농단하는 환관이나 외척을 총애하는 황실을 풍자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만일 이 시가 한식날의 경치와 풍습만을 노래한 것이라면 후반의 의미가 약한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한식은 불을 금한다는 뜻이 그 이름에 담겨 있어 달리 금연절(禁烟節)이라고도 하는데, 저녁에 불을 밀납으로 만든 고급 초에 불을 붙여 전해준다는 것은 특별한 은총을 의미한다. 이런 특권을 시에 서술하였다는 것 자체가 비판의 의미를 띤다. 그리고 한나라 5 제후가 환관들이고 한나라는 이 환관 때문에 망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때 이 5후를 언급한 것이 그들을 칭찬하려고 한 의도는 아닐 것이다.
다만 당나라 시기에는 궁중 풍속을 소재로 한 시나 그림이 많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풍자시로 읽어도 한굉이 정말 그런 의도로 시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더 많은 시를 두루 보고 난 뒤에 다시 한 번 감상해 볼 일이다. 이런 것 역시 시를 읽는 재미이다.
예전에 이 시를 볼 때는 첫 구의 절창이 특별히 좋았는데 지금 보니 첫 구는 너무 좋은데 다른 구절은 그만 못한 듯하다. 그런데 이 시의 각 구절이 바람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별히 눈에 들어온다. 꽃이 날리는 것도 바람이요, 동풍에 어원(御苑)의 버들이 기울어져 있는 것도 바람이요, 가벼운 연기가 흩어져 들어가는 것도 바람이다. 이런 점을 보면 한굉의 필법이 매우 교묘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
때문에 2 구의 동풍에 버들가지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을 나타내는 ‘사(斜)’를 ‘바람 타다’로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 구의 ‘산(散)’은 궁중에서 촛불을 5 후에 각각 전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 표현이기 때문에 역시 그런 점을 반영하였다.
이 시는 《당시배항방》 에 35위에 올라 있다.
365일 한시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