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슈화余秀華-물병水甁

위슈화, <물병>

이 방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로잡고 끝내 놓아주지 않는 건 바로 이
5위안에 사온 물병
우리에게도 사랑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에게 난 장미와 재스민을 주었다
펄펄 끓는 물로 그가 색과 수줍은 홍조와 단정한 모습을 잃게 만들긴 했지만

지금 그는 내 수중에 있지만 뭐라 말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어제 나는 그에게 술을 따라 넣었고
대역무도한 망나니인 내게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 됐어. 나는 말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약이 있는데도 담지 않았다고

그것들은 내 몸속에 있어
따르려야 따를 수 없다

물병의 파란색은 얼룩덜룩해졌다, 마치 생활처럼. 아무리 그를 아꼈어도
나는 차를 안 마신 지 이미 오래됐고 장미에는 곰팡이가 피었다
하지만 이 초라한 방에 장미가 있었던 걸 떠올리면
어쨌든 형언할 수 없이 기쁘다

기쁘다, 그가 내 뺨을 때리고, 잔소리를 늘어놓고, 내 사랑에 대해
글렀다고 말해주고 싶어 할 만큼

水瓶

整个房间,唯一能抓住我,久久不放的就是这个
五块钱买回的水瓶
我们也有过相爱的日子,我给它玫瑰,给它茉莉
让它在沸腾的水温里丢掉颜色,羞赧,和端正的样子

此刻,它在我手边,不指望说出什么
昨天我把酒倒了进去
面对我这个大逆不道的刽子手,它一言不发
哦,得了吧。我说,这世界成千上万的药,我没有装进去过

它们在我的身体里
倒是倒不出来的

它的蓝有了斑驳,仿佛生活。不管多爱惜
我已经很久没有喝茶了,玫瑰长霉了
但是在这个简陋的房间里,我想起有玫瑰在呢
总是莫名欢喜

欢喜得它想给我一个耳光,并大段陈词,说我对一段爱情
不能善始善终

마르크 샤갈, <장미화병> 사진 출처 香港苏富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