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소식蘇軾 꾀꼬리가 울기 시작할 무렵减字木蘭花(鶯初解語)

꾀꼬리가 울기 시작할 무렵减字木蘭花(鶯初解語)/송宋 소식蘇軾

鶯初解語 꾀꼬리가 울기 시작할 무렵은
最是一年春好處 일 년 중 봄이 가장 좋은 때
微雨如酥 우유처럼 적시는 보슬비
草色遙看近卻無 멀리선 보이던 풀빛 가까이선 안 보이네

休辭醉倒 취해 쓰러지는 것 사양 마시라
花不看開人易老 꽃피는 것도 못 보고 인생은 쉬이 지나가느니
莫待春回 내년 봄을 기다리지 마시라
顛倒紅英間綠苔 곧 붉은 꽃잎 푸른 이끼에 떨어지느니

이 작품은 소식(蘇軾, 1036~1101)이 쓴 사(詞)이다. 사는 노래 가사를 말하는데 지난 45번 <입춘 (사보(詞譜) : 감자목란화(减字木蘭花))>에서 설명하였다. 이 시의 내용이 낯설지 않은 분은 필자의 연재를 주의 깊게 본 사람이다. 이 시는 바로 49회에서 소개한 당나라 한유(韓愈)의 시 <이른 봄에 수부원외랑 장적(張籍)에게 드림[早春呈水部張十八員外]>을 사(詞)로 다시 만든 작품인 것이다.

이 사 자체를 보면 매우 훌륭한 노래이지만 소식의 독창적인 작품이 아니라 한유의 시를 다시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송사의 랭킹을 소개한 《송사배항방(宋詞排行榜)》에는 그 이름이 없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 종래 한유 시보다 더 널리 사랑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 예술의 멋은 그것대로 있는 것이다.

이 시는 보다시피 4, 7자의 2구가 한 단을 이루고 그런 단이 2개 있는 구조이다. 또 매 4, 7구마다 같은 운자를 놓아야 한다. <감자목란화>란 사패가 그런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 만큼 시 보다는 박자와 음악성이 풍부해진다. 지난번 소개한 한유의 시는 동일 제목에 7언 절구 2수로 되어 있었는데 이 사는 바로 그 시의 의미 구조도 그대로 옮겨왔다.

사람이 말로 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기에 시가 나왔고 시로도 다 표현하지 못하기에 노래가 나왔다는 것은 고대부터 내려온 생각이지만 지금도 유효하다. 중국에서 이 사를 노래로 부르는 사람이 혹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꽃이 피고 버들 새싹이 돋는 서호가에서 이 노래를 낭랑하게 부르면 참으로 아름다운 봄이 될 것 같다. 나도 오늘은 시골로 봄을 찾아 간다.

사진 출처 cbcgd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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