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 노래詠柳/ [唐] 하지장賀知章
벽옥으로 몸 꾸민
키 큰 나무 한 그루
초록 실끈 만 가지
치렁치렁 드리웠네
미세한 잎 그 누가
오렸는지 몰랐는데
이월 봄바람은
가위와 같구나
碧玉妝成一樹高, 萬條垂下綠絲縧. 不知細葉誰裁出, 二月春風似剪刀.
버드나무를 묘사하면서도 제목 이외에는 버드나무란 글자를 전혀 쓰지 않았다. 마치 스무고개 풀어가는 모습같다. 제목을 가리고 이 시를 한 구절씩 읊는다면 수수께끼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봄바람을 가위로 비유하고 버들잎을 봄바람이 재단한 봉제품으로 비유한 발상은 참으로 독특하고 기발하다. 부드러운 봄바람은 날카로운 가위와 거의 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봄날 뾰족하게 싹을 틔운 버들잎이 매개가 되어 더 없이 적절한 비유로 작용한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느닷없음이 시의 독창성을 담보하고 있다. 봄바람이 버들잎을 재단한다고 했으므로 명실상부하게 천의무봉(天衣無縫)이란 말에 값한다. 청나라 황주성(黄周星)은 『당시쾌(唐詩快)』에서 이를 평하여 “예리하고 교묘한 시어를 썼지만, 그것은 외려 깎고 다듬어서 얻은 것이 아니다(尖巧語, 却非由雕琢而得)”라고 했다.
시인은 새로운 비유와 참신한 시어를 창조해내는 천재들이라 할 만하다. 몇 번 소개했지만 하지장도 이백의 출현을 예비한 천재 시인이다. 그의 참신하고 발랄한 시들은 천고의 세월을 뛰어넘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시인은 버드나무를 벽옥으로 단장한 미녀로 그려냈다. 그 미녀는 날씬하고 키가 크다. 벽옥으로 몸을 꾸민 미녀는 초록색 실끈을 치마처럼 드리웠고, 그 초록색 실끈에는 봄바람이 재단한 가녀린 버들잎이 섬세한 노리개처럼 연무 속에 나부낀다. 바로 “세모시 옥색치마”를 장식한 초록색 노리개다. 봄날 이처럼 고혹적인 벽옥색 버드나무 아래에서는 늘 사랑이 싹트기 마련이다.(그림출처: 圖行天下)
한시, 계절의 노래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