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호에 묵으며(宿鰕湖/이백李白
鷄鳴發黄山, 닭 울자 황산을 떠나
暝投鰕湖宿, 해 지자 하호에 투숙한다.
白雨映寒山, 하얀 비는 차가운 산 비춰주고
森森似銀竹. 흩뿌리는 모습 은빛 대와 흡사하다.
提携采鉛客,납 캐는 손님과 손을 잡고
結荷水邊沐. 연꽃 무성한 물가에서 머리 감는다.
半夜四天開, 한밤중에 사방이 열리더니
星河爛人目. 은하수는 사람 눈부시게 한다.
明晨大樓去, 내일 새벽 대루산으로 가면
崗隴多屈伏. 그곳 언덕 굴곡 심하리라.
當與持斧翁, 그곳에서 도끼 잡은 노인과 함께
前溪伐雲木. 앞 시내에서 구름에 감긴 나무 벌목하리라.
[해제]
안기(安旗) 선생이 주편한 ≪이백전집편년주석(李白全集編年注釋)≫(2000)의 통계에 의하면, 이백은 안휘를 십여 차례 유람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백은 안휘에 머물 때 자연·인문 경관을 유력하고 수많은 사람을 널리 사귀었으며 대량의 시문을 남겼다. 안휘에서 남긴 작품은 시 140여 수, 문 11편이 있는데 현존 작품수의 7분의 1에 상당하는 숫자다. 그가 이처럼 안휘 남부에 많이 머물렀던 이유는 이곳엔 장강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자연경관이 뛰어나며 경제·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백이 황산 하호에서 머물 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단(煉丹)하는 사람과 함께 물속에서 목욕한다. 날 개이자 밤에 은하수가 떨어질 듯 환히 빛나는데, 다음날 새벽엔 나무꾼과 함께 벌목하기로 약속한다.
황산은 지주부(池州府)에서 남쪽으로 90리, 대루산은 70리, 청계(淸溪)는 북쪽으로 5리 떨어져 있으며 하호는 여기에서 멀지 않다.
이백 시에 등장하는 황산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 황산[大黃山]이 아니다. 황산은 당나라 때의 선주(宣州)와 흡주(歙州) 경계의 태평현(太平縣) 경내에 있다. 당시 이백의 황산 등반 여부를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황산을 언급한 이백의 시 가운데 어떤 시는 오늘날의 유명한 대황산이 아니다. 예를 들면 <황산 능효대에 올라 선상 수송을 맡아 화음으로 가는 족제 율양현위 이제를 전송하며(登黄山凌歊臺, 送族弟溧陽尉濟充泛舟赴華陰)>, <밤에 황산에 묵으며 은십사의 오 노래를 들으며(夜泊黄山聞殷十四吴吟)>에서 언급한 황산은 당도현(當涂縣)에 있으며, <하호에 묵으며>, <추포가(秋浦歌·其二)>에서 언급한 황산은 추포현(秋浦縣)에 있는데, 이를 ‘소황산’이라 부른다. 그리고 <황산 백아봉 옛집으로 돌아가는 온 처사를 전송하며(送溫處士歸黄山白鵝峰舊居)>의 황산은 태평현 경내에 있는 ‘대황산’이라고 한다.
오언고시 상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