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하지장賀知章 고향에 돌아와서回鄕偶書

고향에 돌아와서回鄕偶書/당唐 하지장賀知章


少小離鄕老大回 어려서 고향 떠나 늙어서 돌아오니
鄕音無改鬢毛衰 사투린 그대로나 머리털은 빠졌네
兒童相見不相識 아이들 나를 보고 누군지 몰라
笑問客從何處來 어디서 오셨어요, 웃으며 물어보네

<칠언당음>의 가장 앞에 수록되어 있는 시이다.

不相識의 ‘相’은 ‘서로’라는 뜻이라기보다 상대방을 지칭하는 문법적 맥락에서 쓰인 글자이다. 즉 이런 경우에는 문장의 형성을 위해 들어간 글자이지 실제의 ‘서로’라는 뜻은 없다.

하지장(賀知章 : 659~744)은 이백의 시를 보면 소문난 술꾼처럼 보이지만 벼슬살이를 오래하였다. 그리고 벼슬도 주로 문한(文翰)과 관련이 있는 도서관이나 태자의 선생 이런 것을 하고 법전이나 문장 관련 편찬 사업에도 참여한 것을 보면 실제 면모는 학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이 744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 소흥(紹興)의 경호(鏡湖) 가로 내려갔는데 이 시는 그 때 지은 시이다.

경호는 하지장의 고향에 있는 호수이다. 하지장이 귀향할 때 현종은 이 경호의 한 구역(一曲)을 하사하면서 시도 써 주고 태자는 백관을 인솔하고 배웅했으니 하지장의 당시 위상을 알 만한다.

귀밑머리(鬢毛)가 쇠약했다는 것만 보면 사십, 오십의 초로를 연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이 사람이 죽던 해로 86세나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쇠(衰)의 실제 의미는 머리가 세어진 정도가 아니라 마구 빠진 것에 가깝다.

이 시를 보면 마지막 2 구에서 가벼운 유머가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의 감정은 침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많은 인생체험을 한 노인답게 삭히고 있을 뿐이다. 이 시와 함께 쓴 뒤의 시에는 시인의 내면이 더 분명히 드러나 있다.

離別家鄕歲月多 고향을 떠나 산 지 세월이 오래되니
近來人事半銷磨 근래에 세상사 너무 많이 변하였네
惟有門前鏡湖水 오직 문 앞의 경호의 푸른 물만
春風不改舊時派 봄바람에 예전 그대로 물결치네

소마(銷磨)는 사전적으로는 ‘녹거나 닳아서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많은 창상(滄桑)을 거쳐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한 것을 표현한 말이다. 십 여 년 전에 이 시를 처음 번역했을 때는 이 말을 잘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 이 말이 바로 이해된다. 조선시대에 수 없이 관료들이 말하던 ‘세도가 무너졌다.’는 다양한 표현 중의 하나와 같은 것이다. 여기서 ‘인사’는 인간사, 즉 세상사를 말한다.

이 2편의 시는 변한 것(改)과 변하지 않은 것(不改) 사이의 긴장으로 시의 기둥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작가의 가장 깊은 심중, 즉 ‘세상사 글러버린 것’에 대한 한탄이 소마(消磨)라는 2 글자에 나타나 있으니, 이 말은 이 시의 창문이라 할 만한다. 귀향할 당시 이임보(李林甫)와 양국충(楊國忠) 등이 활개를 쳐서 11년 뒤 안녹산의 난을 부르기 직전의 시기를 감안하면 ‘세상이 글러버렸다’는 그의 인식이 이해될 것이다.

80년대 한국 농촌을 배경으로 정태춘의 많은 노래가 지어졌다. 순박한 인심은 점차 사라지고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많은 사람이 떠나 버린 빈 마을, 정의가 전도된 정치 질서와 선거들. 이 시는 오히려 이러한 경험을 떠올려 보았을 때 제대로 이해되는 시이다. 알고 보면 말랑말랑하고 막걸리 한 잔 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 시가 아닌 것이다.

사진 소흥紹興 경호鏡湖, 출처 www.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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