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하지장賀知章 버드나무 詠柳

버드나무 詠柳/당唐 하지장賀知章

碧玉妝成一樹高 푸른 옥빛으로 단장한 키 큰 버드나무
萬條垂下綠絲縧 가지마다 푸른 끈을 아래로 드리웠네
不知細葉誰裁出 저 가느다란 잎은 누가 만들었을까
二月春風似剪刀 이월의 봄바람은 가위인가 봐

하지장(賀知章, 659~744)이 한 편의 동시 같은 시 세계를 펼쳐 보였다. 하지장은 초서를 잘 쓰고 술을 많이 먹는 풍류 문인으로 이름이 났는데 이 시를 보면 그의 내면에 동심이 가득해 보인다. 2월 버드나무의 싱그러운 푸른빛을 중국인이 좋아하는 벽옥(碧玉)으로 비유를 하였고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와 바람에 한들거리는 고운 잎을 신기한 눈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곱고 신기한 잎을 봄바람이 다 만들었단 말이지.

아울러 키가 크다느니 단장을 했다느니 아래로 끈을 드리웠다느니 하는 데서 은연중 미인이 환기되기도 한다.

장지연(張志淵)의 <<대동시선(大東詩選)>>에 황진이의 「영반월(詠半月)」이 실려 있다.

誰斲崑山玉 누가 곤륜산 옥을 쪼아
裁成織女梳 직녀의 빗을 만들었을까
牽牛一去後 견우가 한 번 가버린 뒤
愁擲碧空虛 속상해 벽공에 던졌나 봐

소재는 다르지만 물상을 위트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아름답게 노래한 것은 똑 같다. 하지장은 2월의 고운 버드나무 잎을 봄바람이 가위로 솜씨 있게 잘라 만들었다고 하였고 황진이는 반달을 견우와 헤어진 직녀가 속이 상해 던진 빗으로 스토리텔링을 하였다.

이런 시인들의 아이 같고 비단결 같은 마음과는 달리 현실은 매우 우울하다. 우리 회사 부근에 조그만 개울이 구파발까지 흐르고 그 개울 양 옆에 10~20년 정도 되어 보이는 버드나무가 30여 그루 서 있었는데 작년에 구청에서 모두 베어버렸다. 멀쩡한 개울에 돌로 제방을 쌓고 길을 엉망으로 만들어 너무도 속이 상해 국민신문고에 신고까지 했는데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그 버드나무는 개울둑에 있는데 수해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수해를 방지하려면 돌다리의 간격을 늘리고 개울 바닥의 인공 구조물을 철거해야 할 텐데 공사비만 들이고 내가 보기엔 전혀 나아진 게 없다. 개울가에 있던 버드나무를 다 베어 내고 인공적으로 규격화한 개울가에 잣나무와 회양목을 심었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아 절로 탄식이 나온다.

도무지 멀쩡한 공간을 살풍경으로 바꿔 놓는 이유를 알 길이 없지만 나도 생업이 있어 이 일로 자꾸 속을 끓일 수도 없고 해서 참고 지내지만 산책 할 때마다 절로 욕이 나온다. 이런 공무원들은 한시나 회화 등 시심을 기르고 인문적 소양을 쌓게 하는 특강을 수강하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하지장은 왕발, 낙빈왕, 송지문과 함께 초당사걸로 문학사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장에 대한 인상은 이백과 두보의 시를 통해 나에게 전달되었다. 이백(701~762)은 하지장과 42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이백이 쓴 시만 보면 격의 없는 친구 같다.

이백이 처음 장안에 왔을 때 ‘인간 세상에 귀양 온 신선’이란 뜻의 적선(謫仙)이라는 멋진 별칭을 붙여주고 이백을 장안의 문사들에게 널리 소개한 인물이 바로 하지장이다. 이백은 만년에 절강성 사명산(四明山)으로 돌아간 하지장을 술을 마시며 그리워하는 시 2수를 썼다. 「대주억하감이수(對酒憶賀監二首)」가 그것이다. 하감이라 한 것은 하지장이 궁중 도서관 관장인 비서감(秘書監)을 지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지장에게서 받은 은혜를 이 멋진 시로 갚았는지도 모른다.

두보(712~770)는 53살 차이가 나는데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서 하지장이 배를 타고 가듯 흔들거리며 말을 타고 가고 술에 취해 우물에 빠져서는 그대로 잔다고 묘사하여 하지장을 두주불사형의 신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칠언당음>>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 하지장이 고향 소흥의 경호(鏡湖)로 돌아와 쓴 「회향우서(回鄕偶書)」가 나오기 때문에 예전에 한문을 공부하던 분들은 하지장이 누군지 자세히는 몰라도 퍽 친숙한 시인이었을 듯하다.

사진 : 2015.05.02. 필자 촬영. 서호 삼담인월.

실처럼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가 여름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시에서 묘사한 것이 20대라면 사진은 30대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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