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梅/元 王冕
冰雪林中著此身 빙설 서린 숲 속에 이 몸을 두었으니
不同桃李混芳塵 세속에 섞여 있는 도리와는 같지 않네
忽然一夜清香發 문득 어느 날 밤 맑은 향기 발산하니
散作乾坤萬里春 천지에 흩어져 만리의 봄을 만드네
왕면(王冕, 1287~1359)은 절강성 제기(諸暨) 사람으로 원나라 말기를 살았다. 시, 회화, 조각 등에 뛰어난 사람인데 대만 고궁박물원에 <남지춘조도(南枝春早图)>가 있다. 극히 뛰어난 묵매도이다. 만년에 회계(會稽) 구리산(九裏山)에 들어가 매화옥(梅花屋)이란 집을 짓고 밤나무를 심고 물고기를 기르며 청빈하게 여생을 보냈다 한다.
원말 명초에는 지금의 소주 항주 일대에는 군웅들이 할거하면서 전쟁을 벌여 매우 혼란하던 지역인데 이 사람은 나름대로 자신의 지조를 지키며 산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마치 이 사람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준다. 빙설과 청향이 이 시의 관건어인데 하나를 고르라면 청향을 선택한다. 따뜻한 봄 다른 꽃들과 봄의 이익을 다투며 피는 복숭아나 자두 꽃과는 자신이 다르다고 말한다. 자신은 얼음과 눈으로 하얗게 덮인 곳에 고결하게 살며 남 다 자는 밤에 그윽한 향기를 피워 온 세상에 새봄을 알린다고 한다.
첫 구의 著를 드러날 ‘저’의 의미로 풀이한 곳이 보이는데 여기서는 붙을 ‘착(着)’의 의미로 쓰였다. 방진(芳塵)은 떨어지는 꽃잎이 만들어내는 먼지를 말하는데 명성 이런 말로도 연역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날씨가 온화해져 여러 꽃들이 앞 다투어 피면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구는 의미상으로는 乾坤萬里春을 散作한다가 되지만 읽을 때는 역시 ‘산작건곤, 만리춘’으로 읽어야 한다.
이 시는 우리나라에는 잘 안 알려져 있으나 중국에서는 널리 알려진 시이다. 우리나라는 한시를 해도 기초적인 몇 수를 읽다가 치워서 사람들이 <<오칠당음>>이나 <<당시삼백수>> <<고문진보>>를 읽으면 시를 많이 아는 것으로 생각하여 더 노력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 송나라 이후의 시에는 깜깜한 경향이 있다.
특히 원나라 시를 잘 모르는데 고려 말 이제현이나 이색 같은 시인들의 시를 이해하자면 원나라 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나라 때는 문인들이 벼슬을 많이 못했기 때문에 소주를 위시한 강남 일대엔 시나 그림에 의탁한 사람이 많아 오히려 좋은 시가 많다. 조선 시대의 유명 시인들은 명나라나 청나라 시들도 많이 읽었는데 지금 배우는 사람들이 당시만 읽으면 그러한 시를 이해하기 어렵다.
올린 사진은 <남지춘조도>.
365일 한시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