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唐] 이단李端 새로 뜬 달에 절하다拜新月

새로 뜬 달에 절하다拜新月/ [唐] 이단李端

주렴 걷자
새로 뜬 달 보여

얼른 계단 내려가
절 한다

낮은 소리라
남은 듣지 못하고

북풍만
치마끈 날린다
開簾見新月, 便卽下階拜. 細語人不聞, 北風吹裙帶.

어제는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음력 무술년(戊戌年) 섣달 기망(旣望: 음력 16일)이라 일년 중 가장 큰 달이 떴다. 많은 사람들이 둥근 달을 보며 각자의 소원을 빌었으리라. 이 시가 중국 당나라 때 지어졌으므로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풍습이 매우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인 이단(李端)은 남성이지만 시 속 화자는 그 형상으로 보아 여성인 듯하다. 달을 보고 절을 하며 수줍게 소원을 비는 여성의 모습을 시인이 훔쳐보고 쓴 시가 분명하다. 북풍이 불고 있으므로 어쩌면 어제와 같은 슈퍼문이 뜬 겨울밤이거나, 아직은 밤바람이 차가운 정월대보름일 가능성도 있다. 새로 떠오른 달을 쳐다보고 두 손을 모은 채 남이 볼 새라 낮은 목소리로 비나리하는 여성의 형상이 바로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하다. 여성은 미혼일 수도 기혼일 수도 있다. 미혼이라면 아마 월하노인(月下老人)을 염두에 두고 좋은 짝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원했을 수 있다. 월하노인은 남녀의 운명적 만남을 주선하는 중매의 신이다. 결혼한 여성이라면 달을 보고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빌었을 가능성이 크다. 달을 음(陰)의 정령으로 여기고 옛날부터 보름달이 뜬 밤에 임신을 기원하는 풍속이 있었다.

이 시는 당나라 교방곡(敎坊曲)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노래할 수 있는 악곡의 가사였지만 지금은 곡조를 알 수 없다. 또 시의 운자(韻字) 배(拜)와 대(帶)가 평성이 아니라 거성(去聲)이므로 시 형식도 고풍(古風)에 속한다. 민요를 관방에서 채록하여 곡을 다듬고 가사를 바꿔 궁중에서 연창(演唱)한 전통은 연원이 매우 오래되었다. 주나라 『시경』 악곡, 한나라와 남북조의 악부 곡조가 모두 그런 전통에 입각해 있다. 우리나라 「정읍사」도 백제의 민요가 궁중음악으로 편입된 사례다.

특히 남북조시대 남조의 민요 가사는 여성의 어투인 경우가 많다. 「자야가(子夜歌)」가 대표적이며, 이백의 「자야사시가(子夜四時歌)」를 읽어보면 그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남조 악부시의 전통이 당대(唐代)로 이어졌고, 또 계속해서 송사(宋詞)로도 계승되었다.

오늘은 음력 열이레라 어제의 기망월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슈퍼문이 뜰 터이므로 천지를 환히 비추는 무술년 마지막 둥근 달을 보며 새해의 새달을 염원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다. 달은 언제나 둥글게 차올랐다가 이지러지고, 이지러졌다가 다시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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