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최호崔顥 장간행長干行

장간행長干行/최호崔顥

君家何處住 그대는 어디 사시나요?
妾住在橫塘 저는 횡당에 산답니다
停船暫借問 배 멈추고 잠깐 물어 볼게요
或恐是同鄉 혹 우리 동향 아닌가요?

長干은 글자로만 보면 ‘긴 장대’ 같지만 그런 뜻은 아니고 지금 남경 근처에 있는 골목 이름이다. 전에 남경 진회하(秦淮河)에 가서 배를 타고 지나간 적이 있는데 이 시가 붙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장간행은 본래 남경 지방에서 불리우던 민가이다. 이를 황학루 율시를 쓴 최호가 4수로 정리한 것이다. 문학에는 이런 것이 매우 많다. 원래 민가에서 떠돌아다니는 노래인데 세련된 서울 문인이 가서 문학성이 높은 노래나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에는 죽지사를 정리한 유우석, 우리나라에는 판소리 사설을 6마당으로 정리한 신재효 같은 사람이 그런 인물이다. 최호가 만든 장간행은 총 4수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자가 선창하면 남자가 화답하는 식으로 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같은 배를 타고 간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시는 그 첫 수로 여자가 남자를 꼬시는(?) 노래라 할 수 있다.

이런 노래는 연원이 아주 깊다. 시경에도 남녀가 서로 주고 받는 노래가 많다. 정풍과 위풍에 그런 노래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진유(溱洧)」같은 걸 제시할 수 있다.경상도 상주에 가면 공갈못이 있는데 그 곳에 전해지는 공갈못 노래가 있고 지금 비석에 새겨져 있다. 그 가사에 보면 ‘내 품에 잠자 주소.’이런 대목이 있는데, 이런 걸 모를 심으며 하루 종일 불렀던 것이다. 지금 강원도 정선 아리랑 사설을 들어보면 많은 부분이 주로 남녀의 사랑 노래이다.

이 시는 <<천가시>>에 실려 있고 <<당시삼백수>> 에는 이 시와 짝이 되는 시까지 실려 있으니 아마도 중국인들은 대부분 학교 교육을 통해 잘 알 것으로 짐작된다.

이 노래를 보면 서울의 일류 셰프가 시골에 돌아다니며 좋은 음식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떠오른다. 세상에 새로운 많은 것들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무명의 인사들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 만들어놓은 것을 세련되게 재가공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 많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이 나오면 최종 결과물을 만든 사람을 칭송할 줄은 알지만 실제로 대접받아야 할 사람이 공정한 대접을 받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면 그 과정을 소상히 밝혀야 하는 것도 알았으면 하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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