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찾아 열 수尋梅十首 중 둘째/ [宋] 서서徐瑞
시냇물 꽁꽁 얼고
길은 멀리 뻗어있는데
눈송이 드문드문
땅에 내려 녹고 있네
그윽한 향 스쳐 와도
꽃을 찾지 못해서
마음대로 발길 따라
외나무다리 건너보네
氷溪凍合路迢迢, 雪片疏疏著地消. 幽香襲人無覓處, 信步行過獨樹橋.
매화 향기를 암향(暗香)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언뜻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그윽하게 스쳐오기 때문이다. 달밤에 비치는 성근 그림자(疏影)와 함께 전통적으로 매화를 수식하는 일상 어휘로 쓰인다.
대구에 살 때 금호강변으로 자주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한 번은 어디선가 그윽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 향기는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졌다가 다시 스치고, 스치다가 다시 사라지곤 했다. 길을 따라 유심히 강변 제방 안쪽을 살피다가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매화꽃을 발견했다. 나는 매화 향기에 취해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도 밤새 코끝에서 매화 향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은 좀 더 일찍 산책을 나서서 마치 애인을 만나러 가듯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렇게 며칠간 매화 향기를 맡으니 정신이 맑아지고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
이곳 곤산 기슭으로 이사 와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느 이른 봄날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역시 은은한 매화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캄캄한 밤이라 매화의 모습은 찾을 길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도 역시 코끝을 감도는 매화 향기 때문에 마음이 설레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매화를 찾아(尋梅)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어느 집 담장 안에 우뚝 선 매화나무를 발견했다. 길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에 가만히 서서 은은하고 맑은 향기에 취해 있었다.
중국 북송의 유명한 은일처사(隱逸處事) 임포(林逋)는 “맑은 시내에 성근 그림자 가로 비끼고, 달 뜬 황혼에 그윽한 향기 스쳐 떠도네(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산원소매(山園小梅)라고 읊었다. 암향(暗香)과 소영(疏影)으로 매화를 묘사한 유명한 시구다. 그러고보면 나는 빙설 속 매화의 굳건한 자태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매화의 그윽한 향기를 더 사랑하는 셈이다. 매화 시구만 읽고 있어도 언뜻 매화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한시, 계절의 노래 245